[안희진의 민낯칼럼]

[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골프가 그렇게 좋단다. 나로서는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하루 종일 36홀을 돌고도 싫증은커녕 불이라도 켜놓고 더 치고 싶단다. 오래전 젊었던 때, ‘반강제’로 골프장에 끌려 다녔던 시간을 나는 아직도 아깝게 생각하는 정도로 골프와는 인연이 없다. 내게 있어 골프는 체질에도 맞질 않지만 한번 나갈 때마다 기십만원이 든다는 비용도 감당할 처지가 아니다. 게다가 골프나 스키가 일종의 금기인 영역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라도 나는 골프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한번 나갔다하면 최소한 오전시간이나 오후시간을 몽땅 빼앗기게 되니 시간을 쪼개 써야 할 정도로 바쁜, 나같은 사람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고도 언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신통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골프 치는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보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아는 한 모두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픽사베이

인간관계와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골프는 꼭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나는 인간관계와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술을 함께 마셨다. 경제적이기도 하고 시간도 짧게 걸린다. 가끔은 술에 취해 다투게도 되지만 후일 돌이켜보면 더욱 굳건한 관계가 되는 과정일 뿐이다.

물론 골프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운동으로도 골프는 너무나 좋단다. 그런데 무슨 운동이 캐디에게 짐을 지워서 다니며 하는가. 등산할 때 등산도구를 짐꾼에게 지워서 따라오게 하고 홀가분하게 등산을 하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등산가들은 히말라야 남쪽 산간지대에 사는 몽고계 종족인 셰르파人을 동원하여 힘을 빌린다고 하지만, 골프장이 무슨 히말라야라고 캐디에게 짐을 지워야 한단 말인가.

물론 골프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우연히 옛날 취재수첩을 펼치다보니....요즘 같으면 상상도 안되는 일이겠지만, 박세리의 대선배들, 유성여고생 80명이 동원되어 캐디 일을 했다고 해서 말썽이 났던 당시 사회면 톱기사 취재노트가 보인다.

간혹 원로 거물정치인 박모씨나 유명교육자 백모씨 같은 분들께서 성추행 등을 한다고는 하지만, 캐디로 일하는 것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교장 명으로 캐디로 동원된 것은 이유와 배경이 무엇이든 정상이 아니며, 요즘 세상 같았으면 사회적비난과 함께 사법처리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어쨋거나 이 말썽으로 그 학교 교장은 사퇴를 하고 말았다. 교장이 어떤 분인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그날 골프를 친 ‘대단한 나으리‘들은 골프공만 날린 것이 아니고 교장 모가지까지 날린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대충 500개에 가까운 골프장이 있다고 한다.(퍼블릭 포함) 미국의 1만8000여개, 일본의 2500여개와는 비교가 안 되게 훨씬 적은 숫자다. 470여개의 스웨덴이나 400여개의 스페인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숫자라고 볼 수 있다. 18홀 기준으로 따지면 골프장 면적은 대략 30만평 가량이 되는데, 이 면적은 대략 신촌 연세대학교 캠퍼스 넓이가 되는 것이니 그저 놀랄 뿐이다.

우리나라의 골프장 건설비는 18홀 기준으로 부지구입비를 빼고도 약 150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이는 미국 500억의 3배가량 액수인데, 산악지형인 우리나라와 거의 평지인 미국의 자연환경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만, (막계산으로) 80조원 가량을 떠올리니 입이 벌어지며 생각이 복잡해진다.

나는 골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골프장 부킹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쯤은 안다. 그러나 그것은 수도권이나 일부 명문골프장 사정이고 나머지 골프장엔 내장객이 별로 없어 경영난에 빠진 클럽도 많다고 들었다. 수요와 공급의 지역적 편차가 심하다는 얘긴데, 건설에서부터 운용까지 골프장에 대한 정부나 지방자치정부의 정책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야기하고 정부와 지방정부를 불신하게 되는 것이며 이것이 결국 환경이나 민생과 직결이 되는 경우가 되는 것이니 허투루 넘길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언론보도나 기록을 살펴보면 골프장과 관련된 갈등과 싸움은 지역주민들이 정부, 지자체, 골프장에게 백전백패였던 것이 현실이고 사실이다. 골프, 골프장에 대해서 특별한 생각은 없지만 그런 현실을 떠올릴 때마다 속에서 불이 솟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강원도에만 60개, 홍천군만 해도 15개의 골프장이 현재 운영 중이거나 개발 추진 중이라는데, 홍천군에 개발 중인 한 골프장도 몇 년째 문제가 계속됐었던, 주민과 홍천군청은 물론 강원도청과의 대표적인 분쟁사례였다.

지역에서 목회를 하는 한 후배 목사님이 몇 년을 한결같이 ‘홍천군 골프장문제 해결을 위한 기도회’를 연다는데, 한번도 가보지 못한 것이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다. 가서 뭘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고생스럽게 농촌목회를 하는 후배 목사님을 보기 위해서라도 갔어야 했는데, 가지 못한 것이 늘 후회고 미안하다. 이번 주말에나 가보련다. 

 안희진

 한국DPI 국제위원·상임이사

 UN ESCAP 사회복지전문위원

 장애인복지신문 발행인 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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