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3개의 구슬이 있다. 각각 창의, 용기, 공감이라고 쓴 구슬이다. 다 탐이 나는데 하나를 꼽으라면 당신은 어느 구슬을 고르겠는가. 답은 없다. 개인의 생각, 시대의 방향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구슬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창조경제를 말하는데 정작 미래는 AI와 혼족 그러면서도 글로벌 노마드의 시대! 어떤 구슬이 필요할지 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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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출판단지의 작은 곳에서

나는 LED조각 작가, 새 책 출간 그리고 노트 전문회사 스토리텔링 등 때문에 파주출판단지에 주 1-2회 방문한다. ‘지혜의 숲’과 ‘열화당 책 박물관’ 같은 곳에서 책의 향기를 느끼는 것은 좋은 휴식이다. 책이되 빈 책인 공책(空冊)회사 7321디자인에 들러 노트를 보면 나만이 채워 넣을 이야기 공간이 보여 의욕이 불타오른다. 멀지 않으니 틈틈이 여러분도 가보시길 권한다.

그곳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어딘가에 인생을 걸고 사는 전문가들이다. 그 중 내가 주목한 한 여성이 있다. 수줍어하면서도 열정이 담긴 큰 눈이 인상적인 그녀는 장 은주.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스튜디오에서 북과 캐릭터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15년 동안 상품제작, 전시, 삽화, 교구 개발 등을 하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달렸다. 처음 도전은 옷에 그림을 그리는 ‘세상에 하나뿐인 티셔츠’였단다. 아모레퍼시픽에 의뢰를 받아 ‘이슬꽃’을 주제로 그린 옷들과 천으로 만든 책을 전시했던 그녀는 천성이 메이커(Maker)였다.

그런 그녀에게 다시 오지 않는 순간이 왔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었다. 6년을 육아에 몰두했다. 매년 유아 교육 전시를 챙기고 엄마표 미술놀이뿐만 아니라 아파트 놀이터에서 엄마들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들과 함께 아이의 사회성을 키우면서 수다 삼매경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엄마는 아이를 키우지만, 아이도 의도치 않게 엄마를 키운다. 엄마는 아이에 의해서 공감 능력이 훨씬 커진다. 그렇게 아이와의 공감은 그녀의 두 번째 천성이 되었다.

어느 날, 아이의 초등학교 방학숙제를 도와주다가 북 아트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북 아트와 독서 지도사 자격증, 그리고 종이접기, 냅킨아트, 비즈공예 자격증을 취득한 후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북 아트’, 중학교 특별활동 토털공예, 성인 대상 제본을 지도했다. 그녀는 지금 파주출판도시 예술체험학교인 몽솔레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한다. 노트 직접 만들기, 어린이 스스로 책 만들기 프로그램 개발과 학교운영에 힘쓰고 있다.

특히 후자는 기존 동화의 이미지 요소들에 나만의 이야기를 창작하는 스토리 메이킹 북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미지와 캐릭터에 깊이 공감할수록 당연히 스토리는 흡입력이 높아진다. 실제로 해보면 성인들도 꽤 재미있어 한다. 그녀는 스토리 메이킹 북 프로그램을 8월에 서초구민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5점 만점에 거의 5점 만족도를 보일 정도로 호평이었다. 메이커고 공감녀인 그녀는 창의력보다는 어린이의 공감 증진이란 말이 나올 때 더 눈이 반짝거린다. “맞아요, 그게 요즘 애들한테 중요해요.” 그녀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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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일 그리고 공감

그렇다. 세 개의 구슬 중 장 실장은 공감의 구슬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여성이다. 물론 바퀴와 핸들처럼 창의력과 공감 둘은 다 중요하다. 공감은 동정이나 연민의 공감(Sympathy)이 아닌 감정이입의 공감(Empathy)을 말한다. 독일어로는 die Einfühlung. 공교롭게도 여성성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쓴 <공감의 시대>도 그 공감이고 세계적인 아이디어 그룹인 IDEO의 ‘디자인 씽킹’ 1단계에서 강조하는 공감도 감정이입 공감이다. 오바마와 만델라, 메르켈 총리(별명이 엄마 메르켈)가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뛰어난 공감 능력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아픈 이들에 곧잘 눈물을 흘리며 자연스럽게 포옹한다. 그들은 고통스러운 시간, 이방인의 서러움을 겪은 리더들이다.

요즘 어린이들과 20-30대들은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데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릴 때는 집에서 황태자, 공주로 대우받으며 바쁜 엄마 때문에 나 홀로 집에서 게임에 빠져들고 학교에서는 소통 없는 교육, 대학에서는 자기 인식의 기회 없이 스펙 쌓기에 매몰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떤 측면에서는 슈퍼 맨, 알파 걸이다. 스펙 좋고 거침없고 검색과 편집 세대라 글로벌 아이디어 소스에 밝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로 왕따가 되기도 한다. 실제 기업의 많은 중역들이 이 세대를 믿지 못한다. “스펙은 좋은데 끈기가 없고 어울리기 싫어하고 쉽게 이직하고 개인플레이를 좋아해서 골치... 조직이라는 게 혼자 하는 건 아닌데.”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를 기준으로 본다면 미래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협력과 공감의 시대일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여전히 창의 구슬에 눈이 간다면 그 구슬은 조합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계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때문에 미래에는 금이 간 구슬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이세돌도 이기고 자율주행차도 되는데 시인로봇, AI 음악쯤이야. 그러나 협력, 공감은 다르다. 경영학 3대 그루인 토머스 대븐포트가 <AI시대 인간과 일>에서 인간의 행동능력과 학습능력을 가지고 매트릭스 표를 짰을 때 기계가 당장은 대체할 수 없는 자기 인식 능력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공감, 협력, 증강(Augmentation) 능력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다른 동물에 비해 높은 수준의 문명을 이룬 이유를 유연하고 대규모의 협력이 가능했던 데서 찾는다. 협력을 이루는 기반 능력이 공감 능력이다. 그래서 종말 이론의 대가 제레미 리프킨도 미래의 희망을 공감으로 꼽는 것 아닌가! 그러니 경기도 저쪽 파주출판단지 몽솔레에서 어린이들의 공감 이야기만 들으면 눈을 반짝이며 공감 학습의 미래를 설계하는 스토리 메이킹 엄마, 장 은주 그녀를 주목할 밖에. 그녀가 선택한 공감 구슬이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로 보일 수밖에.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컨설턴트

2017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문체부 문화창조융합 추진단 자문위원 / 전 KT&G 마케팅본부 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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