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인터넷에 올라온 대리점주 모집 글. 사진은 본문과 관련없음.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중학교 진학차 서울로 올라오면서 고무신을 면하고 헝겁운동화를 신게 된 것에 무척 기뻤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헝겁운동화를 신고 다녔지만 구두를 신고 다니던 친구도 더러 있었다.

그렇게 구두를 신는 친구 중 땅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오비맥주 대리점집 아들이었다.

아까운 구두가 닳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가 뜻밖의 답을 듣고는 놀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빨리 구두바닥이 닳게 해서 새 구두를 신으려는 목적이란다. 크게 벌어진 입이 잠시 닫혀지지 않았다.

헝겁운동화도 아껴 신으려 놀때는 운동화를 벗어놓기도 하던 터라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부자들이 대리점을 하고, 또 대리점을 하면 더 부자가 된다고 한동안 알려졌었다.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 대리점사업은 성공의 보증수표로 손꼽혔다. 괜찮다고 알려진 사업에서는 든든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나 제조회사 고위직 은퇴자에게나 주어지는 특혜로 여겨졌다.

식음료제품 등 소비재에만 머무르던 대리점사업이 산업화가 진행되며 피아노나 가전 컴퓨터 등 내구재까지 범위를 넓혀갔다.

오늘날의 시대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도 있었다, 국내 토종 컴퓨터브랜드로 명성을 날리던 삼보컴퓨터가 재정난으로 위기를 겪을 때 대리점주들이 뭉쳐서 자기들 돈을 벌게해준 삼보컴퓨터사를 살려보겠다고 시도하기까지 했다.

대리점주들의 전성시대가 흘러가고 갑질을 당하여 자살을 하는 대리점주까지 생겨나며 도시락을 싸들고 대리점사업을 말리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풍토다.

이제는 대리점이란 말이 사그라들며 특히 외환위기 이후 가맹점사업이란 방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재벌이 하는 가맹점사업에 가맹점주로 몇년간 고생만 하다 접은 대학친구로부터 들은 바 있어 이 사업방식으로 피눈물 흘린 가맹점주에 관한 보도가 낯설지 않다.

교과서적인 원리로는 가맹점주들의 지속적인 성공이 가맹사업본부의 성공을 만들어 준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맹점주들의 성공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가맹점주들로부터 단기간 내 최대한 이익을 뽑아내려는 사업본부들의 전략으로 사업장 인테리어공사부터 원재료 공급까지 바가지를 씌우고 가맹점주의 적정 영업구역 보장은 무시된다고 한다. 상생의 원리를 잘 구현해 낼 방식으로 알려진 이상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드디어 회초리를 꺼내들었다 하니 상생이란 자발적으로 가기 힘든 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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