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요의 미디어 속으로]

#1.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36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은 23%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36개국 평균 43%의 절반 수준이다. 검열제도가 존재하는 말레이시아 29%, 정부와 언론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슬로바키아 27%보다도 낮다.

#2. 한국의 언론자유도도 최악이다. “언론이 정치권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응답은 36개국 평균 25%였지만 한국은 11%에 불과했다.

#3. 한국은 세계 36개국 가운데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비율이 가장 낮고, 검색엔진이나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비율이 가장 높다.

#4. KBS 뉴스의 디지털 이용률은 18%로 영국 BBC 47%, 오스트리아 ORF 39%, 스웨덴 SVT 37%, 덴마크 DR 37%, 핀란드 YLE 32%에 비해 크게 낮다. BBC, ORF, SVT, DR, YLE는 각국 대표 공영방송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 한국’ 보고서 내용 중 눈에 띄는 몇 가지 수치를 뽑아낸 것이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는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2012년부터 매년 발간해 온 보고서로 디지털 뉴스 생태계 진단에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작년 공식 협력기관이 되면서 36개국을 대상으로 한 올해 1월말~2월초 온라인 조사에 참여했다. 구글, 영국 방송위원회 오프컴, BBC 뉴스, 신뢰도 조사기관 에델만과 여러 대학 및 연구기관이 공식협력기관이다.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객관적 수치로 나타난 결과가 이 정도까지일 줄 몰랐다. 조사시기가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정치적 격동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한국 언론, 특히 공영방송은 그동안 뭘 했는가. 신뢰도는 현격한 격차를 보이며 최하위다. 지금은 상식처럼 되어버린 디지털 생태계 환경에 대응한 서비스도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디지털 뉴스리포트 2017’ 조사 결과. 한국은 세계 36개국 가운데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비율이 가장 낮고, 검색엔진이나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시민들이 뉴스를 기피하는 것은 “논쟁에 휘말리기 싫어서”라는 뜻밖의 응답이 가장 많았다. 36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인 30%를 차지했다. 언론이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시민들은 갈등을 유발하는 뉴스를 공유하고 언급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언론이 다양한 이슈를 다양한 시각에서 토론하는 공론장을 제공하는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네이버와 다음 등 검색 포털이나 뉴스 수집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가 77%나 됐는데, 전 세계 평균 30%보다 2배 이상 높다. 반면, 언론사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해 조사 대상국 평균 32%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하위권인 프랑스 21%, 일본 16%와 비교해도 너무 낮다. 언론재단은 ‘저널리즘의 디지털 혁신 논의는 그동안 주로 신문사에 집중되었지만, 공영방송도 디지털 혁신이라는 숙제를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혁신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신뢰도 회복 문제다. 언론재단은 이번 조사결과 평가에서 언론 이외에도 정치, 경제, 교육, 대인관계 등의 분야에서도 한국의 신뢰도 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뉴스 신뢰도는 민주주의 척도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뉴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한국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발표된 ‘에델만 신뢰도지표 조사’는 기업, 정부, 미디어, NGO 등 주요 사회 주체에 대한 신뢰도가 세계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특히 한국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발표했다. 국민 2명 중 1명은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 에델만은 매년 세계 28개국을 대상으로 각국의 기업, 정부, 미디어, NGO의 신뢰도를 조사해 그 결과를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하는데 올해 17번째 조사였다.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여부는 불평등, 희망 결여, 확신 결여, 변화에 대한 갈망, 총 4가지 항목을 통해 조사됐다. 그 결과 우리나라 응답자의 절반인 48%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1%에 달했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11%에 불과했다. 특히, 상류층(고소득층의 43%, 고학력층의 47%, 여론 주도층의 48%)에서도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드러난 ‘에코 체임버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에코 체임버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과 유사한 정보만을 믿고 나눔으로써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응답자들은 자신과 견해가 다른 정보에 대해서는 무시할 가능성이 약 3.5배 정도 높다고 대답했으며, 응답자의 61%는 중요한 사회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바꾸지 않거나 거의 바꾸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에코 체임버 효과는 타인의 견해에 대한 신뢰도 뿐 아니라, 전통 언론의 권위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다. 검색 엔진, 전통 언론, 온라인 언론, 소셜 미디어, 온드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 중, 전통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2012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체 응답자의 58%는 온라인 검색 엔진을 통한 검색 결과를 가장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지만, 한국의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정부, 기업 등 사회 주요 기관들이 각자 책임감을 갖고 대중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더욱 열린 태도로 신뢰도 제고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때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뉴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가 전통 미디어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6개국 전체 시장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률(복수응답 가능)은 83%로 가장 높았고, 이어 TV 73%, 종이신문(시사잡지 포함) 39%, 라디오 34% 순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관계자들이 총파업 81일째인 지난 23일 고대영 KBS 사장 퇴진과 이사회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KBS본부’ 홈페이지

이런 상황에서 한국 대표 공영방송인 KBS는 뜬금없이 지난 10일 노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KBS에서는 사장과 문제 이사 퇴진을 요구하며 90여일째 파업이 진행되던 터였다.

KBS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본부)’와 ‘KBS노조’라는 두 개의 노조가 있다. 이번 단체협약은 KBS 사측과 KBS노조가 체결한 것이다. KBS노조는 지난 9월 7일부터 파업을 진행했으나 “정치권을 상대로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압박하는 투쟁으로 전환하겠다”며 지난 10일 파업을 잠정 중단했다.

반면, 기자와 PD가 주축인 KBS본부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적폐 사장 고대영의 퇴진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고 지적하며 KBS노조의 야합을 비판했다. KBS본부는 “방송법 개정 이전에 KBS를 망친 적폐 사장을 반드시 구성원의 힘으로 물러나게 하겠다”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저널리즘의 신뢰도의 중심축을 구축하는 일은 대표 공영방송인 KBS가 숙명처럼 여겨야 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런 숙명을 망각하고 야합한 KBS노조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야합에 동조한 내부 구성원들은 각성해야 할 것이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요]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특별분과 위원

  전 <KBS스페셜>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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