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글로 보다]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지난달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발족했다. 재심 등 법원의 판결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 가운데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 의혹이 상당함에도 검찰이 수사 및 기소를 거부하거나 현저히 지연시킨 사건 등이 조사대상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부실 수사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 등에 대한 재조사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과거 고위층 성접대 의혹을 불러 일으켰던 ‘장자연 리스트’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에 대한 재조사 검토 소식도 흘러나온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소위 적폐청산 과정에서 그동안 숱한 의혹과 음모론만을 남긴 채 묻혔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과 사이버 사령부의 조직적인 댓글 공작과 정치 개입,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BBK와 다스 의혹은 그동안 특검과 몇 번의 검찰 조사에도 혐의가 밝혀지지 않다가 다스 설립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최측근의 증언으로 수사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측근은 과거 조사에서는 다스와 이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거듭 부인하다 이번에야 입장을 바꿔 그동안의 진술은 거짓이었고 이제야 사실을 밝힌다는 자수서까지 작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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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숱한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던 사람들이 왜 이제 와서 사실을 밝히는 걸까? 그동안 혐의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던 검찰은 왜 이제야 적극적 수사로 혐의를 입증해 내는 걸까?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검찰 수사는 과연 가능했을까?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작업을 정치보복이라 규정하고 연일강도 높은 비난 발언을 쏟아내지만 그것은 과거 자신들이 민정수석실이나 법무부를 통해 검찰 수사를 지휘했다는 사실을 반증할 뿐이다. 홍준표 대표는 SBS나 KNN 같은 방송국을 정권이 뺏어 갔다며 과거에는 마치 자신들의 소유였던 것인 양 여기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지 않았다면 검찰의 수사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권은 적어도 민정 수석이나 법무부 차원에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는 없을 것이라 선언했고 과거처럼 청와대 차원에서 수사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어 보인다. 물론 검찰 입장에서는 현재의 권력이 이번 수사에 방해의 시그널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이번 수사의 성패가 검찰 조직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과거의 검찰 수사가 부실했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권력의 개입에 의해서든, 아니면 다른 이유에 의해서든, 혐의 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 확보가 어려웠을 수 있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많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당연히 잘못을 쉽게 인정할 리가 없다. 최근 국정원 특수 활동비 상납 사건이나 다스 의혹 사건에서 피의자들이 그동안 부인했던 사실을 고백하는 것도 이미 확보된 증거를 통해 더 이상의 부인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똑같은 사건을 두고 과거에 제대로 혐의를 밝히지 못한 것도 검찰이고 이번에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도 똑같은 검찰이다. 왜 과거에는 흐지부지 끝난 수사가 지금에야 제대로 진행되는 걸까. 왜 과거에는 확보하지 못했던 증거들을 이제야 확보하게 된 것일까. 과거 일관되게 부인하던 사람들은 왜 이제야 사실을 고백하기 시작했을까?

과거에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같은 사건을 두고 수사팀을 바꿔가며, 했던 수사를 되풀이하는 세금과 인력,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굳이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만들어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검찰의 미래는 정치권력이 아니라 검찰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번 검찰 과거사 위원회를 계기로 과거의 잘못은 완전히 털어버리고 이제 더 이상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김동진

한때 배고픈 영화인이었고 지금은 아이들 독서수업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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