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픽사베이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마누라 자랑과 자식 자랑을 팔불출의 하나로 꼽으며 경계한던 때가 있었다.
세상이 바뀌며 손주자랑과 애완견자랑은 돈을 내고하라는 식으로 바뀌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자랑을 들어주는 심사가 편하지 않다는 걸 방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랑 중 거의 유일하게 듣는 사람들을 불편하게도 않으면서 순수하게 돕고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게 있다.

“병자랑은 해라”란 우리말이 있듯이 아플 때 자기가 앓고있는 병을 자꾸 여러 사람에게 말하다 보면 그 병에 대해 어디를 가면 고쳐진다던지 무슨 약을 먹으면 좋다던지등 온갖 좋은 도움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같은 또래거나 몇살 손위의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어디가 아파서 수술했다거나 지금 어디가 아파 병원에 다닌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목 허리 디스크나 어깨가 아프다거나 다리가 아픈건 너무 흔히 듣는 말이고 눈이나 심장수술까지 온몸에서 아플만한 데는 다 아파서 치료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어디가 용하다고 가보라거나 어떤 것을 먹으라는 말을 들을 때 솔깃해지는 건 아무래도 자신과 증상이나 병명이 같은데 다 나았다는 사람이 경험한 바에 따라 추천하는 말이라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보다 더 힘이 실리기도 한다.

최근 한 모임에서 아는 분이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며 정형외과나 한의원들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아도 차도를 보이지 않다 강남의 어느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약도 먹으며 거의 다 나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일행들은 다 거기가 어디냐 묻게 되었다.

다 70이 다 되어가는 사람들로서 디스크로 고생들 하고 있던 처지였다.

아내도 통증의학과에 가서 스테로이드주사를 몇번 맞았던 터라 당연히 기대를 갖고 그 한의원을 찾았다.
듣기로는 첫 진료에 효과를 보았다고 들었는데 아내는 두번 찾고서는 그만 두었다.
기대했던 그런 효과가 보이지 않자 실망했기 때문이다.

아픈 데를 낫게 되었을 때는 대부분 여러군데를 다닌 뒤이기 마련이다. 온갖 좋다는 요법을 다 시도한 다음이라 어디서 진료받아 낫게 되었는지 알기 쉽지 않다.
그래도 그 중 어디서 진료받아 나았다는 믿음이 있다보니 어디가 용하다고 말하게 된다.

그러나 용하다는 데 가서 실망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그 이유로 몇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개인적인 차이로 약효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둘째는 여러가지 용법 중 다른 용법의 효과가 더디 나타났는데 그 사이 행한 치료법 덕택으로 오인할 가능성이다. 마지막으로 자연치유가 되었는데 어떤 약효 때문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런 효과는 정치나 경제에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미국 경제가 잘 나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 자기 공으로 돌리려 한다. 일부 주류언론과 전문가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닦아놓은 기반의 공이 크다고 주장한다.

정책의 공과에서도 잘못되면 전 정권 탓, 잘되면 현 정권의 공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어느나라에서나 보이는듯 해서 씁쓸하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