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사외이사제도는 경영진의 전횡을 막기 위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말 도입됐다. 그러나 경영진 견제에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수차례 개정을 거듭해 왔으나 아직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2017년 12월 ‘근로자 추천 이사제’ 검토를 금융회사에 권고했다. 올해 초에는 금융감독당국이 각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제를 중심으로 지배구조점검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국내 4대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의 86%가 금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하니 사외이사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의 관심은 상당하다.

주식회사의 최고의결기구는 주주총회지만 수많은 개별주주가 경영에 관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사회가 주주이익의 관리수탁자로 경영관리자의 선임, 전사적목표설정, 영업활동의 업무적 재무적 성과 평가와 이익의 배분 등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대주주나 최고경영자가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관행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수차례 관련법규의 개정으로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도 별로 바뀌지 않고 있다는 시장의 평가다.

사외이사제의 핵심은 독립성과 전문성이라 할 수 있다. 사외이사제가 비교적 잘 정착된 구미선진국에 비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들여다봤다.

외국의 사외이사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지만, 국내 사외이사는 인맥에 초점을 맞춰 ‘거수기’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Unsplash

사외이사를 선임하는데 누가 누구를 왜 선임하는지를 알게 되면 어디서 문제가 있는지를 알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은 블랙박스 안에 숨겨져있어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2009년 11월 3일에 발표된 한국금융연구원자료에 의하면 설문에 응한 은행권사외이사중 70% 이상이 경영진, 정부금융당국 그리고 주요주주들이 자신들을 사외이사에 앉혔다고 답했다는데 아마도 실질적으로는 훨씬 높으리라 짐작되고 이런 환경은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고 여겨진다.

감독당국이 사외이사선임에 대해 제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금융권에 비해 비금융권에서는 대주주의 영향력이 더 크리라 여겨진다.

비금융업의 경우 사외이사에 전직 고위공무원출신이 선호되는데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출신의 전직 고위관리나 고위 판검사출신을 모셔다 놓고 바람막이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구심이 든다. 금융 비금융권 가릴 것 없이 교수들이 유난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외양상으로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모양도 보여주며 교수가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도 많고 정부요직에 발탁되기도 하다 보니 선호된다고 보인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사외이사를 들여다보면 양사 합산으로 사외이사 총 10명 중 판검사출신을 포함한 전직 고위공무원 5명과 교수 4명 그리고 전 금융인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3대 금융지주사인 KB 신한 하나에서 신한의 재일교포주주와 프랑스대주주측을 대표하는 5명의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총 사외이사수는 20명이다. 이 중 교수가 7명, 정부나 준정부고위직출신 5명, 금융인3명, 기업인 4명, 그리고 회계사 1명으로 이루어져있다.

비교목적으로 미국의 3대 금융그룹인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은행의 사외이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점이 보인다. 미국최대 금융그룹인 JP모건을 보면 교수출신은 한명도 없고 전원이 전 현직 금융업 경영자로서 은행의 각 부문 즉 투자은행, 리스크관리, 부동산 등에서의 전문가이거나 GE나 보잉 등 주요산업 대표기업의 전 현직 최고경영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두 금융그룹에서도 비슷한 모습이고 전직 고위관료출신이라해도 자신의 특기가 은행업무와 부합하는 경우로 국한되어있다. 시티의 경우 전직 재무부관료출신이 있으나 그녀는 CIA 정보분석전문가 출신이다.

BNP파리바의 경우 2명의 여성 중간관리자가 은행 내에서 자신의 일을 하며 근로자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구미의 대형은행과 다른 점이다.

미국의 경우 사외이사는 원칙적으로 이사회 참석교통비용 등 실비 보상에 그치고 우리나라처럼 높은 고정급을 주지 않는다. 공시자료에 의하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사외이사는 2016년 연간 9000만원 정도의 보상을 받았고 금융지주의 사외이사의 경우도 연간 6000만원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 참고로 영국중앙은행에서 금년 2월말 지원 마감해 3월 중 선임할 사외이사는 연 1만5천 파운드, 우리 돈 2000만원 조금 넘는 연봉으로 보수보다는 명예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또 우리나라 고위 공무원 출신 사외이사들은 대체로 2개 회사의 사외이사직을 겸직하는 일이 흔하다.

사외이사제도의 개선은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사외이사들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이사회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상세히 공개하여 기여 없이 높은 급여만 챙기는 밥벌레 같은 사외이사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전문성이나 독립성이 부족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관행이 억제되리라 여겨진다.

또한 위로 올라갈수록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어지면서 디테일은 약해지고 정무적인 판단과 대관업무의 중요성만 부각되는 우리나라의 풍토를 감안할 때 전직 최고위직출신이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보기에는 거리가 있다. 사외이사란 네트워크가 중요한 경영진과 달리 전문성에 바탕한 균형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0년 전 세계금융위기를 겪은 후 홍콩금융당국에서 2017년 말 마련한 개선안에는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의 선임과 그들의 참여도와 기여도를 강조한다. 우리도 이처럼 달라져야 한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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