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의 청춘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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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월급만으로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서른 전에 깨달았다. 여기서 ‘생계’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을 포함한 개념이다. 누구에게 얼마, 어디에 얼마, 그래서 얼마, 저래서 얼마. 그 수많은 얼마들이 모이면 월급은 가상화폐보다도 더 가짜 같은 무엇이 되어버린다. 이는 나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저 이번 생에 내가 감당해야할 ‘게임 미션’이라고 생각했다.

게임 속 나는 계속해서 레벌 업 하고 있었다. 내가 장착한 아이템은 물론 살고 있는 세계도 점점 밝아지는 듯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그러다 어는 날, 내 삶이 정상궤도로 돌입하기 위한 시간을 계산했더니 최소 10년이 나왔다. 물론 100세 시대에 10년 정도야 짧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너무 혹독했다. 가슴이 답답했다. 나는 점핑하고 싶었다. 장애물을 하나씩 넘어야 하는 게 보통의 삶이라면 나는 서너 개씩 넘으며 초인이 되고 싶었다.

고요한 제주도의 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글을 쓰는 모습.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배를 타고 모험을 하는 모습.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 재즈를 들으며 함께 소설을 구상하는 모습. 이러한 환상이 내가 초인이 될 수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매일 새로운 모습을 상상하며 퇴근 후 글을 쓰고 또 썼다. 이제는 취미가 아닌 밥벌이로써 글을 쓰는 시간이 제법 많아졌다. 어딘가에 글을 투고하거나 기사를 써주거나 때때로 서평을 쓰는 일까지. 낮 시간의 육체노동과 밤 시간의 정신노동이 만나 생계유지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이르렀다.

『해머 해드: 목수의 자질』의 저자 니나 맥러플린(Nina MacLaughlin)은 글쓰기를 일이라고 깨달을 때 자신을 작가로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첫 책을 출간하고 누군가로부터 작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낯간지러웠지만 이제는 무덤덤하다. 내가 뭇 작가들처럼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어느새 글쓰기를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금의 내가 불쌍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돈에 개의치 않고 글만 쓰는 낭만적인 작가가 되기란 이번 생에선 글렀지만 나의 다음 생이라 할 수 있는 아들은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아들은 단어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드는 순간은 회사에서 시간에 쫓기며 업무를 처리하는 일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평생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살길. 그저 단어를 조합하는 취미만 있을 뿐.

 심규진

 한양대학교 교육공학 박사과정

 청년창업가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컨설턴트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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