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지난해 이맘때 쯤이죠.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여론의 비판에도 6조7000억원의 ‘혈세’가 대우조선(주채권은행 산은)에 지원됩니다.2015년에 이어 2년새 들어간 돈만 무려 10조9000억원.

1년이 지난 지금 조선시황은 잿빛이고, 대우조선의 회생가능성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삼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설은 끊임없이 나도는 까닭입니다.

산은은 올들어 ‘애물단지’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다 우발채무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매각이 무산됐습니다.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해서 관심을 끈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는 우선협상 9일만에 ‘갑툭튀’ 해외부실 3000억원이 불거져 흥정이 깨졌습니다. 산은으로선 투자금(3조2000억원)의 절반정도 밖에 못건지는, 특혜지원 의혹을 받으면서까지 밀어부쳤던 사안이죠.

“2016년말 (부실을)깨끗이 털었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나오니까. 조금 예상은 했지만 한군데서만 적은 숫자가 아니지 않나”(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부실덩어리를 삼켰다간 자칫 호반건설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음이 분명합니다. 

대우건설의 해외부실이 현재화되면서 추가부실 가능성으로 기업내용마저 의심받게 됐습니다. 산은은 기업가치를 높인 뒤 재매각한다는 입장이나 또 다시 감당해야 할 ‘큰짐’으로 남겨졌습니다.

대우건설 매각무산의 여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하나의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도 대우(대우자동차가 전신인 한국GM)입니다. IMF당시 헐값매각 시비가 일었던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통보했습니다. 근로자들이 멘붕에 빠졌고 정치권과 정부관계자들이 해법찾기에 분주해졌습니다. 연관산업 인력까지 15만6000명의 고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한국GM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부평, 창원공장도 담보할 수 없다는 태도까지 보입니다. 제조업 부활을 꿈꾸는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사태를 보고 “GM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올 것”이라며 발빠르게 트위터를 날렸습니다. 

달갑지 않은 건 한국GM에 공적지원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점입니다. 2대주주(17%)인 산은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죠.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동계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운 점도 변수입니다.

대우조선, 대우건설, 대우자동차...대우그룹 해체 20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산은은 대우의 수렁에 빠져있는 모양새입니다. 회생가능성을 잣대로 엄격하게 지원이 이뤄져야 함에도 정권이 바뀔때마다 임시방편의 땜질식 처방이 이뤄진 탓입니다. 그간 투입된 자금규모만 보면 차라리 대우그룹을 그냥 두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 싶습니다. 혈세를 또 털어넣어야 하나?

공적지원을 통한 연명은 답이 될 수 없습니다. 회생가능성이 없다면? 정리가 답입니다.

한국GM은 수출물량을 줄이면서 대체차종을 배치하지 않았고 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자금 중 만기가 도래한 3억8000만달러(4000억원)를 지난달 회수했습니다. 경영정상화를 의심케 하는 행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GM이 보여주는 모습은 기본적으로 경영전략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인데,이 상황에서 정부가 매달리거나 저자세로 한국에 남아야 한다고 봐선 답이 없다.철처히 상인의 현실감각이 필요하다”(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산은이라도 ‘철저한 상인의 감각’을 갖고 접근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한국GM과 노조의 자구가 선결요건이며, 합리적 대안모색조차도 그 이후여야 합니다. 자칫 산은 곳간마저 바닥나는 수가 있습니다. 그땐 어떻게 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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