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범의 동서남북]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 2.0은 과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것인가?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국방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자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 말하고, 건군 70주년인 2018년을 ‘국방개혁 2.0’의 원년으로 삼아 국방구조 패러다임을 전반적으로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방개혁 2.0은 현재 20세 남자 인구가 5년 이내에 35만에서 25만명으로 급감하는 현실, 그리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병력집약적인 군 구조’에서 과감히 탈피해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기술집약형 정예군’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송 장관은 설명한다.

그는 신년사에서 △북 핵·미사일 위협 대응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국방개혁·국방문민화 추진 △방위산업 육성 △장병 복무여건 개선 등 국방분야 5개 과제를 제시했다. 송 장관은 이를 통해 “표범 같이 날쌔고 강한 군대를 건설하는 데 매진하자”고 장병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군 개혁을 기필코 완수하겠다는 송 장관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그가 취임이후 국민에게 약속하고 제시했던 과제들을 보면 그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우리 군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개혁과제는 무엇이고, 그것은 얼마나 실현가능성이 있는가를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정부의 군 개혁 플랜은 정권 후반부로 가면서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곤 했다. 거기에는 상당부분 국방부에 그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새로 들어선 정부는 어김없이 군에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해 왔다. 그러면 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00위원회’부터 만들고 나섰다. 여기에 민간 전문가들도 양념으로 끼워 넣는 건 물론이다.

국방부는 청와대의 지시나 요구사항을 그 위원회에 던져주고 해결하도록 이끌어 간다. 집권 초기 서슬 퍼런 통수권자의 개혁의지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복잡한 국정현안에 매몰돼 차츰 퇴색해지기 마련이다. 대통령이 챙기기 않는데 군이 앞장설 리 만무하다.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되기 일쑤다.

군이 노린 게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 처음 불똥이 떨어졌을 때 ‘위원회’라는 도깨비 우산으로 소나기를 피한 다음, 그 속에 들어가 시간을 끌며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게 1년, 2년이 흐르면 5년 단임제 대통령은 어느덧 레임덕을 맞고 임기를 마치게 된다. 그동안의 군 개혁은 대개 이런 식의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군 개혁은 대부분 알맹이 없이 끝나곤 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준장 진급자와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그동안 군에서 늘 변죽만 울리다 만 개혁 과제를 꼽으라면 바로 장군 수 감축과 군 사법제도 개혁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은 약속만 해 놓고 결국엔 흐지부지,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며 시간을 끌다가 대통령 임기 끝나면 역시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곤 했다. 그 어떤 과제에도 개혁의 칼날을 들이대지만 장군 수를 줄이는 문제만큼은 요지부동, 태산처럼 버텨온 것이다.

군 장성 감축문제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부터 개혁 단골 메뉴였지만 정작 제 손으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줄이지는 못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국방개혁 307계획’)는 2020년까지 장군 총 정원의 15%인 60명을 줄이겠다고 선언했지만 고작 7명을 줄이는 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그나마 ‘2030년까지 40명을 감축하는 것’으로 축소시켜 버렸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2022년) ‘장군 수 70~80명 감축’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의 장군 수는 430여명인데, 70여명을 줄이면 총 360여명이 된다. 우리나라 군 전체 상비군은 64만 정도다. 2022년까지 한국군 병력이 목표치 50만에 달해도 한국군 1만 명 당 장군 수(7.6명)는 미군(5명) 보다 많다. 그 때부터 인구절벽이 시작되면 신병 확보는 최대 난제가 될 것이므로 장군 감축은 군 개혁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군이 미군 보다 장군 수가 많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계급 인플레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예컨대 육군 소장이 사단장을, 중장이 군단장을, 대장이 군사령관을 맡는 인사구조부터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민병돈(육사15기, 중장예편) 전 육사교장에 따르면 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사단장은 준장이, 군단장은 소장이 맡았는데 그 후 계급이 하나씩 상향됐다고 한다. 그는 “사단장을 왜 준장이 지휘할 수 없느냐?”고 반문하고, “6.25 때는 대령도 사단을 잘 지휘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는 비전투 부대나 국방부 직할 부대에 근무하는 현역들의 계급을 장군에서 대령으로 낮추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부사단장(대령·준장)이나 부군단장(소장) 같은 유명무실한 직위도 없애고, 교육부대의 책임자를 민간인에게 개방하거나 정비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대전 계룡대 상공에서 특전사 장병이 고공낙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

군 개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핵심은 바로 군 사법제도에 관한 것이다. 송영무 장관은 “군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극복하고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군대를 만들겠다는 심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의 정부가 추진하는 군 사법개혁은 △군사법원 및 군 판사 △군 수사기관(군 검찰·군 사법 경찰관) △군 인권 등 크게 세 분야로 진행된다. 군사법원 개혁 방향은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법 시스템’ 구축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평시 항소심 군사법원을 폐지하고, 항소심은 민간 서울고등법원으로 이관한다. 하지만 항소심 공소유지는 군 검찰이 담당하게 된다.

이번 군 사법제도 개혁에서 가장 눈에 띠는 대목은 관할관(사단장 이상 지휘관)의 확인 조치권과 심판관제도 완전폐지를 들 수 있다. 군은 지금까지 그 특수성을 감안해 관할관에게 최종 재판결과(형량)를 감경할 수 있는 ‘확인조치권’을 부여해 왔다. 그러다 보니 각 관할관들은 자기 주관대로 형량을 깎아 줌으로써 재판결과를 무력화시켜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형법에는 이를 견제할 수단이 없어 2016년에 감경권 대상 범죄를 ‘적극적 임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로 한정하고 감경 범위도 ‘3분의 1 미만’으로 제한하도록 군사법원법을 개정했다. 국방부는 이밖에도 장병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영창제도 완전 폐지 △군 인권 보호관 제도 신설 등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장군 수 감축과 군 사법제도 개혁 등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장병들의 인권을 신장시킴으로써 명실 공히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본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실현하지 못했던 두 가지 핵심 포인트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김준범

 80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전 국방부 국방홍보원 원장

 전 중앙일보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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