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최하늘] 나이가 60을 넘어서면서 세월의 흐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뜻밖의 갑작스럽고 급속한 일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시간의 흐름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그런데 60을 넘어선 어느날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는 진리가 마치 처음 대하는 사건처럼 강하게 다가왔다.

세월을 의식하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지 않아 내 인생 전반전의 마감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싫건좋건 본능적으로 내 인생에 대한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가 그려진다. 성취감보다는 아쉬움과 후회가 더 크게 남는다. 좀 더 잘 했어야 했는데 하는...

일터를 떠나면서 주변인들에게 '은퇴'를 선언했다. 다시 되돌아올 여지를 완전히 없앤다는 생각이었다. 전반전을 계속 연장해 나간다면 경제적으로는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먼 훗날 많이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이제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하프타임에 들어간다고 스스로에게 선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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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성공지향적 삶을 산다. 돈 명예 지위같은 것들이 성공의 척도가 된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물질적 풍요야 말로 행복의 조건인 것처럼 여겨진다. 나 역시 그러한 것들을 향해 달려왔을 터이다. 그러나 후반전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20년전쯤 밥 버포드란 미국인이 쓴 '하프타임'이란 책을 읽었는데, 내용중 일부를 기억한다. 후반전은 의미중심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전반전에는 속도가 중요했다면 후반전은 방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의 말에 공감한다.

하프타임에 들어선지 10개월이 지났다. 처음 몇달은 자신과의 싸움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날에 대한 회한, 완전히 꺼지지 않은 욕망, 현실속의 결핍감 등이 불쑥불쑥 솟아올라 이를 잠재우는데 적쟎이 애를 먹었다. 그리고는 '자족(自足)'이라는걸 배워 마음에 평강을 얻었다고 숨을 돌린것도 잠시, 이번엔 또 다른 것이 나를 서서히 조여오는걸 느낀다. 해야할 숙제를 하지 않은 채 여유를 부리고 있는 아이같은 심정이 된다.

하프타임은 경유지일 뿐 나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이곳에서 후반전을 치르기 위한 전략을 잘 세운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가로운 생활에 익숙해져 버려서, 아니면 길을 찾지 못해서 이곳에 계속 갇혀 있을 위험도 없지 않다. 그런데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만한 일, 곧 최종 목적지로 들아가는 문을 발견해 내기가 쉽지 않다. 전반전을 지내오면서 미리 준비해 오지 않았으니 지금부터 찾아야 하는데 실마리가 잡히질 않는다.

그 일을 선택할 때 내가 결코 양보해서는 안될것 같은 몇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는 내 인생 마지막까지 함께 할 아내가 동참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동의 하는 일이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노력하면 잘 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그 일을 하는게 기뻐야 한다. 밥 버포드는 다른 사람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일이 의미있는 일이며, 그것은 장기전이고 단체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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