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미의 집에서 거리에서]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평창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겨울 스포츠 축제의 감동과 추억은 이어지고 있다. 화제의 명승부와 선수를 비롯, 보름 넘게 TV중계를 통해 친숙해진 올림픽 패션도 강렬했다. 지난 2월9~25일 세계인들은 올림픽을 통해 겨울 스포츠를 접하는 한편, 각국 선수들의 각양각색 유니폼을 감상하느라 눈이 즐거웠다. 유난한 강추위에 롱패딩이며 검정색 의상이 대세였던 올 겨울, 온통 무채색 위주의 일상과 대조적으로 올림픽에선 알록달록 유니폼들이 축제다운 볼거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올림픽은 각 나라가 자국의 스포츠 기량 뿐아니라 디자인과 패션산업의 수준을 드러내는 패션 경연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동계올림픽에선 겨울스포츠들이 흰 눈이나 빙상에서 펼쳐지기 때문인지 유니폼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2월 24일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선수들이 역주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은 선수들의 경기력 만큼이나 세계 각국의 다양한 디자인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MBC 뉴스 캡처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도 개막식 폐막식에서 92개 참가국 단복이 세계의 스포츠패션을 개괄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종목별 경기복은 해당 경기 시간 내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으면서 나라별 패션을 각인시켜주었다.

자국 유니폼을 차려입은 선수들은 패션쇼장 런웨이 위의 모델처럼 경기장 안팎에서 패션 외교, 스포츠패션의 경쟁을 펼쳤다. 디자이너들의 패션쇼가 전문가 대상의 제한된 행사라면, 스포츠인들의 올림픽은 세계인이 지켜보는 초대형 TV쇼였다.

평창올림픽 스포츠패션에서도 나라별로 국가대표급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총 동원됐다.

유명디자이너로는 미국의 랄프 로렌, 이탈리아의 조지오 아르마니 등이, 브랜드로는 우리나라의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를 비롯해, 프랑스의 라코스테, 독일의 아디다스, 스웨덴의 H&M, 일본의 아식스, 오스트리아의 밀레, 캐나다의 허드슨베이, 러시아의 자스포트, 핀란드의 아이스픽 등의 브랜드가 평창올림픽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개인적으로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지리 공부하듯 각국 국기를 새롭게 주목하게 됐다. 국가별로 자국의 상징으로 국가명이나 국기의 색과 디자인을 유니폼에 적극 활용하고 있어, 유니폼에서 해당 나라의 국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국기의 구성색은 동일하지만 색의 배열이 다르다든지 국기가 비슷한 나라간의 차별화한 디자인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흰색 빨강 파랑의 3색은 프랑스 네덜란드 러시아의 삼색기 및 한국 미국 영국 노르웨이 체코의 국기에 등장하지만 나라마다 3색의 비율을 달리 하며 저마다의 특성과 세련미를 펼쳐냈다.

프랑스는 파랑을 주조색으로 흰색 빨강을 부분부분 액센트 칼러로 활용했다. 반면 네덜란드는 월드컵축구의 ‘오렌지군단’이 그렇듯 3색기에도 없는 오렌지색 유니폼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뽐냈다. 도핑 스캔들의 여파로 개인 자격으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러시아의 회색 계열 유니폼은 국기 상징색을 금지하고 사용색을 제한한 대회 규정의 결과물이었다. 이탈리아의 경우 국기의 색은 녹색 흰색 빨강의 3색이지만 청색 위주의 유니폼에 가슴 바깥 부분과 로고에 국기색을 드러냈다.

프랑스 이탈리아의 주조색이 청색인 반면, 캐나다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유니폼에는 빨강의 비중이 높았다. 국기 색과 무관하게 가라앉은 미색과 카키색을 시도한 독일의 유니폼, 호주의 녹색 셔츠-체크무늬 유니폼에 대해 서구 언론은 비우호적이지만 올림픽 패션의 새로운 트렌드로 관심을 모았다.

우리나라 선수단 유니폼도 태극기의 3색을 모티브 삼았다. 경기 종목별로 쇼트트랙과 봅슬레이-스켈레톤에서 태극기 4괘 건곤감리를 디자인화한 점이 돋보였다. 쇼트트랙 유니폼의 경우 건곤감리 문양이 가슴팍 윗부분과 소매 끝부분에, 봅슬레이-스켈레톤 선수의 붉은 유니폼에는 건곤감리 무늬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한편 노르웨이의 컬링 남자 선수들이 선보인 하트, 꽃, 폭죽 등 과감한 무늬의 바지 유니폼은 ‘미친 바지’라고 불리우며 입소문을 탔다. “패션이 화려해야 시선을 모을 수 있고, 경기력도 향상됐다”는 이야기다.

올림픽 패션이라면 컬링의 우리나라 여자 대표팀을 빼놓을 수 없겠다. 경기 내내 카리스마 넘치는 경기를 펼쳐 은메달을 차지한 컬링 여자 선수들은 태극기 디자인의 유니폼에 정교한 메이크업으로도 시선을 모았던 평창올림픽 최고의 스타였다.

고글이나 모자를 쓰는 대부분의 겨울스포츠와 달리 컬링은 선수의 얼굴과 머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선수들이 헤어와 메이크업에 공을 들이기도 하겠고 스포츠전문가의 지적처럼 빙판이 반사판처럼 얼굴이 밝게 보이게 하는 건지, 컬링 선수 중 미인이 많다고도 한다.

스톤을 투구하고 응시하는 선수의 얼굴을 수시로 클로즈업하는 컬링 TV중계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선수의 헤어와 메이크업에서 전문가와의 협업을 제안해본다. 평창올림픽의 스타 ‘영미’, ’영미 친구’, ’영미 동생’을 모델삼은 K-패션 K-뷰티가 비현실적 상상은 아닌 것 같다.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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