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의 멍멍멍]

[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오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애국 보수라 칭하며 핵무장을 주장하고, 일부 국가와는 국교를 단절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직원 노동조합 분쇄, 공산당 격퇴라는 구호도 심심찮게 들린다. 과격한 발언을 일삼지만 시위에 나선 이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평범하다. 학생, 회사원, 남성, 여성, 나이가 제법 있는 사람도 보인다. 시위 현장이 아닌 곳에서 만났다면 이들이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혐한시위 ©MBC 스페셜 영상 캡쳐

일본의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 줄여서 재특회의 이야기다. 이들은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한국인들이 자국민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일한국인들에게 주어진 혜택만큼 자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특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재일 한국인의 특권 때문에 일본이 망해간다거나, 재일 한국인들이 돌아가지 않으면 난징 대학살이 아니라 쓰루하시 대학살이 일어날 거라는 혐오 발언이 중학생의 입에서 나오기도 한다.

시위 도중 난징 대학살을 언급하는 중학생의 모습. ©유튜브, 클릭하면 영상으로 연결됩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이들의 혐오발언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특회의 혐오발언을 막기 위해 거리로 나온 ‘카운터스’가 대표적이다. 카운터스 내의 조직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재특회의 혐오발언을 제지한다. 그림을 그리고, 친하게 지내자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기사와 글을 통해 재특회의 잘못된 주장을 알리기도 한다. 그 중 오토코구미(남자조직)라는 모임은 야쿠자 출신의 다카하시가 주축이 되어 재특회의 시위를 몸으로 막아서거나, 재특회 회장에게 돌진하기도 한다. 이들의 행위는 엄연히 폭력이기에 ‘일한 국교단절 국민대행진’이라는 시위에 참가하러 가던 우익단체의 남성을 위협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재특회의 이동 경로에 미리 앉아 시위를 막는다. ©MBC 스페셜 

그럼에도 오토코구미는 혐오세력에 맞서는 걸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반감을 갖던 사람들도 그들의 진정성에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고, 일본 시민운동의 역사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활동가라면 무조건 정의롭고, 평화롭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실제 오토코구미를 비롯한 카운터스의 활동 덕분에 헤이트 스피치에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2016년 1월 15일에는 오사카 시의회에서 ‘헤이트 스피치’ 억제책을 담은 조례안이 최초 제정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한국 사회는 재일 한국인 차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인들이 앞장서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재특회를 만들어 낸 일본 사회가 그들을 방치하고 무시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맞서고 반대했다. 그 사이에 한국 사회에도 재특회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혐오 세력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사건 사고마다 ‘피해자, 유족에게 과도한 특혜가 돌아가고 있다’, ‘특혜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상대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을 일삼는다. 독도가 한국땅이라 양심선언한 일본 역사학자 구보에 노리오에게 ‘매국노’, ‘한국으로 가라’는 비난이 가해졌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종북세력’, ‘북으로 가라’는 비난을 쏟아붓기도 한다.

재특회의 원색적인 비난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MBC 스페셜 

하지만 이들을 특정 집단으로 규정해서 무시하거나 비난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차별은 쾌락에 가까워서 방치하면 점점 더 큰 괴물이 된다. 그래서 카운터스는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몸으로 맞서고, 누군가는 기사를 내보내는 각자의 방식으로 차별에 반대하고 차별임을 알렸다. 특히 오토코구미의 반대 시위 방식이 폭력적이라고 비판하기에 앞서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알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차별과 혐오는 바다 건너 일본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니까.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혐오 반대 시위에 참여한다. ©MBC 스페셜

 이광호

 스틱은 5B, 맥주는 OB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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