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늘의 하프타임 단상]

봄산에 피는 꽃이 그리도 그리도 고울줄이야
나이가 들기 전엔 정말로 정말로
몰랐네

봄산에 지는 꽃이 그리도 그리도
고울줄이야
나이가 들기 전엔 정말로 생각을
못했네

만약에 누군가가 내게 다시 세월을
돌려준다 하더라도
웃으면서 조용하게 싫다고 말을
할테야

다시 또 알 수 없는 안개빛 같은
젊음이라면
생각만해도 힘이 드니까 나이 든
지금이 더 좋아

그것이 인생이란 비밀 그것이
인생이 준 선물...

며칠전 친구가 카톡으로 보내온 노래다. 양희은 가수가 읖조리듯 하는 얘기들이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피식 웃음이 난다. 아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겨울을 지나면서 문득 문득 대모산자락에 피어나던 복사꽃이 보고싶었는데, 며칠만 있으면 볼 수 있을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물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많이 달라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동안에는 당연했던 일상들이 마치 처음이거나 마지막일 것 처럼 의미를 갖고 다가온다. 언제부턴가 병원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며 졸고 있는 시간조차도 나른하고 느긋함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젠 그렇게 빨리 달리려 안달하지 않아도 된다 는게 너무 감사하다. 꼭 이기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참 좋다.

세월이 바꿔놓은 것 중에는 나쁜 것도 있지만 좋은 것도 많다. 그건 환경과 상황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나의 기준이 달라져서 일 터이다. 어쩌면 그동안 늘 남과 비교하면서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내 자존감은 쉼없이 교만과 열등감 사이를 오갔다. 기준이 잘 못됐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잘되거나 잘 나가는 누군가처럼 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기에, 내게 주어진 많은 축복들을 누리지도 못한채 늘 부족과 결핍에 시달렸던 것이다. 더 이상 그런 어리석은 짓을 계속하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세월이 내게 준 선물일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특히 인생후반전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과녁을 벗어나 날아가는 화살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구에게나 이땅에서의 삶에 끝이 있다는 사실이 비로소 눈앞의 진리로 다가오게 해준 것도 세월의 선물일 것이다. 전반전은 좀 허술했다 하더라도 마무리는 아름답게 하고 싶다는 열망. 그래서 후반전은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잘 살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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