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범의 동서남북]

[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사실상의 종전선언과 ‘완전한 비핵화’ 등이 명시된 ‘판문점 선언’이 지난 27일 발표되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이를 하나같이 찬성, 환영하고 나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이 나온 뒤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제 한국에서 전쟁은 끝날 것이다. 미국과 위대한 모든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매우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의 진행상황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1년 동안 북한의 김정은과 거의 막말에 가까운 말 폭탄을 주고받았던 사실에 비춰볼 때 사상 유례없는 급반전(急反轉)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주요 야당이 이구동성으로 판문점선언을 크게 환영하고 높이 평가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번번이 부정적인 전망과 인색한 평가를 내리곤 했던 일본의 아베 총리도 이번만은 웬일로 “정상회담을 하게 된 한국정부의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그 중에서도 홍준표 대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전 과정에 대해 단 한 번도 긍정적인 멘트를 내놓은 적이 없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2주 앞둔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단독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었다.

그러나 11일 후 일본의 아사히(朝日)TV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김정은의 위장평화 쇼를 나는 믿지 않는다”며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의 역사적인 회담을 ‘위장평화 쇼’라고 매도했다. 그는 또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며, 북한이 필요한 것은 핵 폐기 선언이 아닌 핵 보유 선언으로 회담목적이 전혀 맞지 않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이어 “한국 여론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지지하는 계층은 좌파들 뿐이며, 중도층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사히TV는 홍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남북정상회담 하루 전인 26일에 보도했다. 한반도에 봄이 오는 것을 배 아파하는 일본의 우익들에게 홍 대표의 이런 인터뷰 내용은 매우 고무적이었을 것이다.

홍준표 대표가 '판문점 선언'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북핵 폐기 문제가 단 한 걸음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 블로그[출처]  

홍 대표는 정상회담 이틀 전에도 KBS 1TV에 출연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 김정은 정권은 사실상 고사 직전이었는데 지금 김정은을 다시 살려주고 있는 것이 누구냐?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뒤를 이어 문재인 정권이 세 번째로 북한정권의 도우미가 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억지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날 6.13 지방선거 SNS 득표전략 워크숍에서도 “나라를 통째로 좌파들에게 넘겨 주겠느냐를 국민에게 한 번 물어보고, 국민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되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 슬로건으로 “나라를 통째로 (좌파들에게) 넘기시겠습니까?”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홍 대표는 4.27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던 날 페이스 북에 올린 글에서 “결국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과 문재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평화 쇼에 불과했다. 판문점선언은 북의 통일전선 전략인 ‘우리민족끼리’라는 주장에 동조하면서 북핵 폐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은 것”이라고 혹평했다.

또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을 명기하지 못한 말의 성찬으로, 문재인 정권의 외눈박이 외교”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9일에는 “북한에 두 번 속으면 바보, 세 번 속으면 공범”이라는 끔찍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부르며 전쟁불사를 서슴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의 제1 야당 대표는 지지와 환영은커녕 트집 잡기와 훼방 놓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각 당에서 열렬히 환영 메시지를 쏟아낸 것과 대조적으로 자유한국당의 홍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장재원 대변인, 나경원 의원 등은 뭔가 뒤틀린 속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합리적인 의심이나 논리적인 비판이 아닌, 다분히 화풀이에 가까운 감정들을 쏟아내는 것이다. 물론 같은 당의 몇몇 중진들 중에는 홍 대표의 ‘반대를 위한 반대’에 동조하지 않고,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판문점 선언 실천에 동참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홍 대표가 ‘위장평화 쇼’라는 말로 억지논리를 편 데 대해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장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이렇게 일침했다.

“남북 지도자들의 역량과 용단으로 새로운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여는 역사적 판문점 선언을 거듭 환영한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그것을 ‘위장평화 쇼’라고 폄훼하고 있다. 총풍이니 북풍이니 하는, 북에 돈 줘가며 총격도발을 부탁하고 시도 때도 없이 남북대결과 긴장을 부추기며 대국민 협박을 해 왔던 적폐 정치세력다운 태도다.”

이 후보는 이어 “국가의 번영, 국민의 평화로운 삶을 방해하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분탕질일 뿐이며, 진정으로 판문점 선언이 위장평화 쇼로 보이고 휴전선 총격과 포성이 그립다면 이제 그만 대한민국을 떠나시라 말하고 싶다”고 점잖게 훈계했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발목을 잡는 홍준표 대표의 정치행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사실을 인정하려들지 않고 무턱대고 트집만 잡거나, 적반하장(賊反荷杖)식으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수법은 민주정치의 정도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지금까지 홍 대표의 얼굴에서 단 한 번도 편한 인상을 본 적이 없다. 늘 불편하고 못 마땅한 표정을 지은 채, 무례하기는 보통이고 남의 염장을 지르거나 속 뒤집는 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예사로 한다. 자기 허물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소리 질러 외치고, 남에 대해서는 없는 것도 있다하고 침소봉대(針小棒大)하기를 밥 먹듯 해 왔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국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는 12%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럴 때마다 그는 여론은 좋은데 조사기관이 조사를 엉터리로 해놓고 가짜뉴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역공을 펴곤 했다.

평소 그의 언어습관을 보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 같은 건 일찍부터 배워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주로 폭력사범을 다루는 검사 생활로 출발해서인지 늘 거칠고 공격적인 말투가 몸에 배어 있다. 그것을 자신의 매력 포인트로 착각하고 있지나 않는지 모르겠다.

그는 29일에도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 민족끼리는 문제가 없는데 미국이 문제라는 시각이 북측과 주사파들이 남북관계를 보는 눈”이라고 비틀어 말했다. 참으로 고약한 어법이다. 국내 주사파들과 미국 정부 사이를 교묘하게 이간질 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그것도 능력이라고 본다면 그는 탁월한 궤변가임에 틀림없다.

홍 대표는 이미 지난해 대선후보 반열에까지 올랐던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 지도자다. 그가 정치인으로 대성하려면 먼저 심상을 바로 갖고(正心), 사물을 바로 보며(正視), 언행을 바르게(正行) 하는 습관부터 들이도록 권하고 싶다.

 김준범

 80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전 국방부 국방홍보원 원장

 전 중앙일보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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