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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의요정14_메모리 사인[‘한국인의 좋은 습관’ 캠페인]
써니 | 승인 2018.05.03 12:14

그리고 세상은 5년 간 더 지움의 시간으로 흘러갔다. 역사는 그 시기를 ‘악몽의 델레테 5년’이라고 불렀다. 노타모레는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지 그래도 가끔 밝은 표정을 지었고 핀란드 자작나무 숲을 향해 미소를 지었지만 대부분의 요정들은 공포에 떨었다. 문지는 우디를 바라보면서 아들의 기억을 지켜주지 못하여 미안했다. 그래도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사막이 아름다운 건 깊은 어딘가에 샘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겼고, 신성한 힘을 가진 샘물이 세상을 구할 거라고 믿었다. 노트의 요정에게서 위대한 기억의 나무 이야기도 들었다. 그 분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믿음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눈 속 밑 작은 풀부터 봄은 온다고 했던가. 어느 날 아주 사소한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핀란드 자작나무 숲에 위대한 기억의 신목의 어린 딸에게서 왔다. 이제는 8백 살이 된 딸의 나뭇잎에 희미하게 ‘메모리’라는 글자가 떠올랐다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 소문은 우주선을 보았다는 말보다 훨씬 더 빠르게 번졌다. 사람들이 숲으로 찾아갔다. “과연 그것은 있었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페르푸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비로소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고, 델레테에 취한 사람들은 ‘메모리’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부키와 노타모레는 신목의 딸의 메시지를 누구보다 강렬하게 느꼈다. 그 메시지는 요정들을 향해 있었고, 요정들은 이제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픽사베이

서울 북촌, 북카페에서 독서 중인 한 여학생의 판타지 책과 빨간 노트.
부키가 여학생이 읽고 있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서 살며시 나와 노타모레에게 말했다.

“이 책 은근 재미있네. 여기도 눈동자가 없는 괴물 이야기가 나와. 크크.”

“오늘은 여유가 있네. 다시 젊어졌어? 히히.”

“노타모레, 네 말이 맞았어, 우리가 할 일은 페르푸메를 소중히 지키는 거였어.”

“부키, 그동안 진실은 많이 가려낸 거지? 그게 우리의 무기니까.”

“최선을 다했어. 너는 페르푸메가 더 짙어진 것 같은데...그럼, 그동안 약해 보인 건 이날 쓰려고. 크크. 영리한 요정 같으니.”

그때부터 부키와 노타모레는 페르푸메의 에너지를 힘껏 모았다. 그리고 페르푸메를 사람들에게 뿜기 시작했다. 기적처럼 그 페르푸메는 강렬했다. 노타모레는 빈 공책의 곳곳에 숨겨놓았던 페르푸메를 다 끌어올렸다. 부키는 이에 화답하듯 글자 속에 묻어 놓았던 페르푸메를 끌어올렸다. 핀란드의 깊은 숲에서 새로운 요정들이 가세해왔다. 깊은 숲은 유모리몬의 공격을 받지 않아 훨씬 더 원초적 힘을 유지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들의 페르푸메는 싱싱했다. 네마조네스는 이런 기적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네마조네스도 어떻게든 부키 노타모레와 기적을 함께 일으키고 싶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이며 인터넷 창이며, ‘페르푸메’라는 글자를 금강석에 지문을 찍듯이 힘껏 띄워 올렸다. 그건 일종의 암호였다. 네마조네스에게는 페르푸메를 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암호로 만들어 힘을 보태고 싶었던 것이다.

이 암호로 문지의 집에도 변화가 일었다.
주말 아침이었다. 아침밥을 먹던 우디가 문지를 가만히 쳐다보며 물었다. 눈이 여전히 흐렸다.

“엄마. 꿈에서 베어진 거대한 나무에 원으로 그려진 무늬를 봤어. 그게 뭐야?”

“그건 나무들의 기억, 나이테라고 한단다.”

“기억? 기억은 컴퓨터하고 인공지능이 하는 거잖아. 근데 나무도 그런 걸 해?”

“그럼. 나이테는 지구가 남긴 기억장치야. 수 천 억 그루의 나무들은 그걸 다 가지고 있지. 물고기도 나이테가 있어. 잠깐만, 너한테 보여줄게 있어. 아빠가 네가 나이테를 물어볼 나이가 되면 보여주라고 한 거야.”

“정말, 아빠가?”

문지가 서재로 갔다. 그리고는 두꺼운 노트를 하나 가져왔다. 

<노트의요정 시리즈 전체보기>  김한, 7321디자인, 황인선, 노트의요정, 논객닷컴 

써니  news34567@nonga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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