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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저울을 쓰는 우리나라 노사[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김선구 | 승인 2018.06.05 10:06

[논객닷컴=김선구] 국가 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도시간의 경쟁도 치열한 세상이다. 각자의 특성을 홍보하며 다른 나라 관광객과 투자를 유치하는 여러 도시 광고가 CNN 등 방송에 단골로 채워진다. 그런 도시 광고 중 얄밉도록 잘 만든 걸 꼽으라면 도쿄의 광고를 들고 싶다.

역사성과 첨단의 공존(Old meets New)을 주제어로 내세우고 먹거리, 공연, 건물 등을 보여주며 화면의 반은 옛것 그리고 나머지 반은 최근의 것을 합성하였는데 그야말로 과거가 살아 숨 쉬는 첨단도시란 이미지를 그렇게 잘 나타낼 수 없다. 솔직히 도쿄보다 긴 역사를 품은 도시인 서울이 더 적합한 위치에 있는데 빼앗겼다는 느낌이다.

과거가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모습은 관광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지만 경제나 사회 발전 과정에서는 잘못하면 앞으로 나가는데 발목을 잡기도 한다.

다시 말해 과거의 관행이 현재의 상황에 녹아들지 못하고 현재의 환경과 서로 부딪치며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픽사베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지난 5월 28일 국회를 통과하며 노동단체에서 파업을 예고하며 투쟁을 선언했다. 다툼의 핵심은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시키느냐의 여부이다.

구미선진국에 비해 복잡한 급여체계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산업화 초기 저임금체계에서 사용자측은 기본급 외에 점심값이나 교통비등의 복리후생비를 통해 생활급을 보충해 주었다. 호봉제등 사용자의 운신의 폭이 좁은 환경도 기본급인상은 가급적 낮추면서 직책수당등 기본급 아닌 항목의 비중을 높이기도 했다.

사용자측은 초과근무수당 이나 퇴직금 산정시 기본급 이외의 항목을 제외시키면서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급여구조를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민주화가 진행되며 기본급도 빠르게 늘어나고 초과근무수당이나 퇴직금 산정에 포함되는 기본급 아닌 항목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이제는 경영성과에 따른 사용자재량이 아닌, 고정성 상여금도 급여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근로기준법시행령에 의하면 연장근로수당, 연월차수당과 상여금 산정에 사용되는 통상임금에는 기본급 외에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직무수당, 복리후생비, 직책수당과 정기적 상여금이 포함되고 퇴직금산정에 사용되는 평균임금에는 통상임금에다 비정기적 상여금과 연월차수당 등이 더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임금을 둘러싼 복잡한 셈법을 부추키는데는 정부의 조세정책도 한몫 한다.

점심값이나 교통비등 일부 항목의 급여는 비과세항목으로 인정해주며 급여체계를 복잡하게 유지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1980년대 초 캐나다은행이 서울에서 문을 열고 직원들에게 적용한 급여체계는 무척 단순했다. 사실상 연봉을 12로 나누어 받느냐 아니면 상여금 400퍼센트를 분기마다 나누어 받는 16로 나누어 받느냐였다. 나중에 직원들이 점심값 등 비과세 항목으로 분리시켜 지불하면 세후소득이 커진다는 설득에 그렇게 일부 바뀌었다.

이번 최저임금 개정안 국회통과를 통해 드러난 노사 간의 괴리를 보며 몇 가지 제언을 하려한다.

첫째는 최저임금제란 임금근로자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임에 입각해서 문제를 풀어야한다는 점이다.

복리후생비나 상여금은 꿈에도 생각 못하는 근로자를 우선 보호하는 취지로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을 텐데 복리후생비도 받고 정기상여금도 받아 연간 실수령 임금이 훨씬 높은 근로자를 최저임금 근로자로 간주하려는 모순을 없애기 위해 시급이 아닌 월급을 받는 근로자의 시급 환산시 실수령 기준으로 바꾸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둘째 상여금의 정기성과 비정기성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이냐 평균임금이냐를 나누기 보다는 사용자의 재량권이 없는 고정성 상여금은 통상임금에도 포함시키는 게 합리적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과거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드는 첫걸음은 원칙과 투명성에 기초한 단순한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노사 양측에서 득실을 계산하여 어느게 더 유리하냐를 기준으로 삼다보면 공정사회는 요원하다. 모든 근로자가 공정하게 대우받는 조세는 경제적 약자일수록 누리지 못하는 비과세급여항목을 없애고 같은 기준에서 과세하는 조세개혁이 필요하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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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구  sunkoo2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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