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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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이사를 준비하면서 아예 본토 지역을 떠나 멀리 타향생활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가구도 처분하고 책도 버리고 아기 장난감도 팔아버렸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는 고양이 녀석까지 입양 보낼 작정이었다. 막상 보내기로 결심하니 속이 후련했다. 매달 그에게 들어가는 돈은 저금할 수 있을 것이고 더 이상 녀석의 냄새나는 화장실을 치워주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온라인 공간에 입양정보를 올리는 순간 문의가 들어왔다. 당장 내일 자신의 딸과 함께 고양이를 보러 온단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 약속을 잡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영문도 모른 채 나를 멀뚱멀뚱 쳐다본다.

“책임비용이라도 받아야하지 않을까?”
“안돼, 다 큰 고양이라 그럼 아무도 안 데려가”
“그럼 난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

갑자기 화가 났다. 온갖 사랑으로 녀석과 함께 했는데 입양하는 사람은 다 컸기 때문에 (다 큰 고양이는 귀엽지 않다는 전제가 있는 것 같다) 책임비용도 낼 수 없다니. 보통 책임비용 3~5만원을 받아 그 돈으로 사료를 사주거나 병원을 데려가주기도 한다. 나 또한 그 돈을 받아 몇 개월에 걸쳐서 사료를 사서 택배로 보내줄 참이었다. 하지만 순간 마음이 변했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내가 준 사랑만큼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기 때 녀석을 데려오면서 평생 그와 함께하기로 약속하고 왔는데 타지로 이사 간다는 이유로 절교하려했다니. 미안한 마음에 녀석을 크게 불렀다.

“동이야~~~~~”

녀석은 내 옆으로 와서 한참동안 ‘야옹야옹’ 했다. 그리고 내 옆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자신을 입양 보내려 했던 것을 그도 알아차린 것일까. 그날 밤 꿈에서 녀석이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고맙긴 뭐가 고마워. 가족과 이별하려 했던 내가 나쁜 놈이지’ 이른 아침 그가 좋아하는 참치를 한 움큼 퍼주며 용서를 빌었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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