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의 청춘사유]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제주도를 모르고 제주에 왔습니다. 관광을 하러 온 것이 아니기에 집 주변 카페를 서성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유명 카페를 가게 되었고 서울에서도 볼 수 있는 브랜드 카페도 방문했습니다. 그렇게 제주시에 있는 카페를 20여곳 방문해보니 머릿속에 카페 지도가 그려졌습니다.

ⓒ심규진

제주시에 있는 카페를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하나는 브랜드 카페, 다른 하나는 비(非)브랜드 카페입니다. 제주까지 와서 서울에서도 갈 수 있는 스타벅0, 투0플레이스 등을 찾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브랜드 카페의 강점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기에 가격이 적당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큰 부지로 입점해있기 때문에 주차공간도 넉넉하고 내부에 자리도 많습니다. 얼마 전 브랜드 카페를 방문했는데 자리가 넓어서 좋았고 익숙해서 마음이 편했습니다. 대부분의 카페가 바다를 품고 있기에 브랜드 카페에서도 상상했던 아름다운 바다의 전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非브랜드 카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非브랜드 카페는 다시 유명 카페와 동네 카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유명 카페는 블로그에 검색하면 상단에 노출되어서 사람들이 한 번쯤은 방문하는 곳입니다. 저도 블로그의 발길을 따라 유명 카페를 방문했는데 주차부터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커피 가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블로그의 유명세만큼 만족감은 없었지만 볼거리는 있었습니다. 나 또한 그들과 나란히 유명 카페를 체험했다는 생각 때문에 굳이 주문한 아이스 커피를 목구멍으로 넘기지 않아도 시원했습니다. ‘이래서 다들 한 번쯤은 오는구나’ 라며 주변인들에게 자랑할 거리를 머릿속에 저장해두었습니다.

동네 카페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 도민들이 가는 카페입니다. 저도 사실 가장 먼저 방문해본 곳이 동네 카페입니다.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제주에 위치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별 다른 특징이 없는데도 좋았습니다. 고요했고 평화롭고 커피도 맛있었습니다. 어떤 동네 카페에서는 베이커리도 함께 운영했는데 단팥빵이 너무 맛있어서 나갈 때 5개를 더 사서 갔습니다. 저 같은 육지 사람이 많은지 (제주도에 놀러온 관광객이나 이주민을 ‘육지에서 온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카페 사장님은 아빠 미소를 지으며 다음에 또 오라고 하셨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정리한 표에는 몇 가지 한계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주 전 지역(제주에는 제주시, 서귀포시 2개의 시가 있다)이 아니라 제주시에만 국한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필자가 본래 카페를 좋아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카페라고 하면 다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한계점을 감안하고 표를 활용하자면 非브랜드-동네 카페를 방문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블로그 검색을 통해서가 아니라 길을 따라 걷다가 발이 닿는 곳에 카페가 있다면 가볼 것을 추천합니다. 괜히 유명한 곳을 서성이다 돈도 여유도 모두 뺏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카페지만 그곳에서 스스로 자신을 인정해주면 됩니다. 어쩌면 우리 자아는 누군가의 인정이 아니라 나의 인정을 기다릴지도 모릅니다.

ⓒ심규진

오늘도 카페에 왔습니다.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펼쳐진 바다를 보며 마음을 위로합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저들은 어떤 사연으로 제주에 왔는지 모르지만 바다와 함께 마시는 커피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길 응원합니다.  

 심규진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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