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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제임스 글래트펠더(James B. Glattfelder)는 복잡계 이론을 전공한 물리학 박사로서 이 동영상에서 “누가 세계를 통제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음모론 대신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려 시도했습니다. 몇 년 전에 만들어진 15분 정도의 짧은 동영상이지만 여전히 금융자본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재  우리 모두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래트펠더는 전 세계적으로 1300만 개의 기업 소유권(ownership)과 관련된 2007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최신 데이터는 아니지만 소유권 관련 내용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왜냐하면 그가 다룬 기업들 가운데 중요한 것은 Exxon, GE, Microsoft, Google, Apple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초국적기업(Trans National Corporations; TNCs)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주요 플레이어들입니다.

글래트펠더에 의하면 1300만 개에 달하는  기업 소유권 관계는 4만3000개의 TNC와 관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 TNC로부터 60만 개의 노드(node)와 100만 링크(노드들 간의 연결망)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노드와 링크는 복잡계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에 해당합니다. 그는 이러한 노드와 링크로부터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를 유도할 수 있으며, 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부분으로부터는 알 수 없는 새로운 성질, 이른바 창발적 성질(emergent property)이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복잡계의 전형적인 특성으로서 TNC가 지배하고 있는 노드들 간의 네트워크로부터 이런 성질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글래트펠더에 의하면 분석 대상인 60만 개의 노드들을 중심(center)과 주변(periphery)으로 분류한 후 중심에서 다시 핵심(core)을 구분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핵심에 속한 737개의 노드들을 지배하는 TNC들은 전체 TNC 시가총액의 80%를 통제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737개의 노드들은 대부분 미국과 영국의 금융기관들이 통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60만 개 노드들의 약 0.1%에 불과한 소수가 전 세계 시가총액의 80%를 지배한다는 말입니다. 이를 더 압축하면 고작 146개의 노드들이 TNC 시가총액의 40%를 통제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글로벌 경제는 사실상 이 노드들을 지배하는 소수의 금융기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분석을 한 후 글래트펠드는 이것은 음모론에 입각한 탑-다운 방식의 지배가 아니라 복잡계에서 발생하는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의 결과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더 객관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들 소수의 특권세력들 간의 담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공식, 비공식 모임을 통해 항상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래서 음모론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의 말대로 실제 데이터를 이용해  글로벌 경제의 소유구조를 분석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에 접근해야만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세계를 통제하는가?”, 이 질문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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