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포르투갈 기행 ‘이베리아 그 곳 그 사람’ 1]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리스본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로 maat를 추천한 이는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이다. maat는 Museum of Art, Architecture & Technology의 약자, 건축 과학기술까지 아우르는 최신 현대미술관이란다. 그러나 새로 장만한 우리 포르투갈 여행서 최신판엔 그 이름조차 없었다.

리스본 숙소에서 현지 지도를 얻으면서 포르투갈의 ‘삼성미술관 리움’격인 베라두컬렉션미술관과 maat의 위치를 물었다. 호텔리어는 리스본 지도에서 베라두미술관를 선듯 짚어내지 못하더니, maat를 입에 올리며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강변 전망이 너무도 멋진 리스본의 새로운 랜드마크”라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리스본 테주강을 향하고 있는 MAAT 건물 외관 ⓒ신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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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at는 15세기 대항해시대를 연 옛 해양강국 포르투갈의 영화를 일깨우듯 바다처럼 펼쳐지는 테주강변에 있었다. 리스본 역사관광의 중심, 벨렝 지역 제로니무스수도원의 건너편으로 강변을 따라 걸어서 30분여 거리. 흰 글자 간판 ‘maat’와 벽돌 건물 ‘테조 센트럴’에 이어 흰 저층 건물이 야트막한 구릉처럼 드러났다.

벨렝서도 다소 외진 위치에 축구장 5배 크기라는 3만8000㎡ 규모의 maat가 문을 연 것은 2016년 10월. 그해 리스본 건축트리엔날레의 개막 즈음이었다.

maat를 이끌고 있는 페드로 가다뇨 초대 관장은 포르투갈 출신으로 뉴욕 현대미술관 MoMA서 건축 부문 큐레이터를 역임한 건축 전문가다.(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MoMA와 공동 주최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때 내한, 특강했다)

maat 건물은 불쑥 치솟기보다 기존 지형 및 건물과의 유기적 조화가 자연스러워 밖에서 보면 미술관이기보다 야외공원 같았다. 야외서 일렁이는 물결 같은 계단을 따라 건물 옥상에 올라 멀리 ‘4월25일 다리’와 요트가 떠 다니는 강변 경관에 빠지다 보면, 내 발밑이 전시장이라는 사실을 깜빡 잊을 정도다.

석양 무렵의 MAAT 옥상 전망대. 멀리 ‘4월 25일 다리’가 보인다. ⓒ신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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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밑 지하 미술관’ 형태로 maat를 지은 건축가는 영국 건축회사 AL.A의 여성건축가 아만다 리베트. 건축가는 대항해시대 포르투갈 역사의 상징처럼 바다를 의식하며 강변 위치에서 강물의 색깔과 움직임까지 담아냈다. 포르투갈 특유의 타일 장식인 아줄레주처럼 1만5000개의 두툼한 흰 타일이 건물 외벽을 일정한 패턴을 이루고 감싸고 있으며 시시각각 태양 빛과 강의 물결에 따라 오묘하게 빛났다.

움푹 들어간 지하 전시장은 모두 4곳. 입구서 이어지는 대형 ‘Oval gallery’에선 일본 작가 카와마타 타다시의 ‘Over flow’전(2019년 4월1일까지)이, 다른 전시실에선 건축 영상 설치 기획전이 진행 중이었다.

리스본 명소인 벨렝 지역의 도심과 강변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신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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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렝역 부근 국립마차박물관 앞의 육교에 설치된 안내판. ⓒ신세미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며 현지 소재로 건축과 미술 사이를 오가며 작업하는 카와마타 작가는 ‘Over flow’전을 통해 강 바다에 떠내려온 폐선, 페트병, 각양각색 플라스틱용기, 흰 스티로폼 등 폐기물 소재의 대형작업을 전시 중이다.(그는 현재 부산시립미술관 ‘보태니카’전에 폐목으로 거대한 둥지를 만든 작품을 발표 중. 2014년 대구미술관 외벽에 대구 시민들이 제공한 나무상자를 사과나무, 까치집처럼 쌓아 올린 작품을 선보였다)

maat는 리스본에 위치한 기존의 굴벤키안미술관, 시아두현대미술관, 베라두미술관과 또 다르게 해양 오염, 생태 등 장소 특정적이고, 당대를 담아내며 비판적 사고와 글로벌 대화를 추구하는 기획전으로 특화했다. 지난해 방문객 37만5천명 중 25%가 외국인 일만큼 개관직후부터 국내외서 주목을 받고 있다.

MAAT 중앙전시장서 열리고 있는 일본 설치작가 카와마타 타다시의 ‘Over flow’전을 비롯해 4개 전시장의 기획전들. ⓒ신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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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at의 운영 주체는 포르투갈 최대 에너지회사 EDP의 재단이다. EDP재단은 1909~1972년 가동되다가 폐기된 20세기 화력발전소 건물 ‘테조 센트럴’을 개보수해 문화 공간으로 꾸미는 한편, 바로 옆에 본격 미술관을 신축해 테주강변을 문화의 허브로 재탄생시켰다.

페드로 가다뇨 관장과 EDP재단은 maat가 미술관으로서 포르투갈의 현대미술과 작가들을 널리 알리는 공간임을 강조한다. 실제로 이곳 기획전은 미국, 캐나다 미술관과도 연계하며 포르투갈 미술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500년전 대항해시대로의 부흥을 꾀하는 21세기 리스본의 의지를 maat에서 느낄 수 있었다. 경제 위기와 도시 쇠퇴로 고심하던 리스본은 수년간 상승세를 타고 있는 관광 산업 등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maat 건립 등 문화예술 분야와 공조하며 혁신과 도약을 꾀하고 있었다.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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