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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투어[박정애의 에코토피아]
박정애 | 승인 2018.11.28 07:30
ⓒunsplash.com

[논객닷컴=박정애] 철문이 열린다. 오른쪽 언덕 위에 하이에나 무리가 보인다. 가느다란 철사 줄 울타리가 그들을 에워싸고 있다. 울타리엔 전류가 흐르고 있다. 탈출은 감전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그들은 울타리 안을 왔다 갔다 할 뿐이다. 울타리 안에 갇혀 정형행동을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이 나라의 교육 제도 안에 갇혀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을 왔다 갔다 하는 학생들처럼 보인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는 사자들도 나올 엄두를 내지 않는다. 그 앞에도 어김없이 전기 울타리가 쳐져 있다. 자유를 반납하고 얌전히 갇혀 있는 대가로 저들은 때가 되면 죽은 닭의 몸통을 먹이로 제공받는다. 풀린 눈으로 배를 깔고 누워 있는 그들의 모습이 대학 입시라는 제도에 갇혀 늦은 밤까지 교실이나 도서관 혹은 독서실에 스스로를 감금시키고 앉아 있는 수험생들처럼 보인다. 고작 죽은 닭의 몸통 같은 미래를 얻기 위해서 말이다.

다시 철문이 열린다. 사파리 투어의 마지막 코스이자 하이라이트인 곰들의 재롱을 관람할 시간이다.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해 주는 곰은 버스보다 키가 더 큰 흑곰이다. 일명 ‘비나이다 비나이다’ 곰이라고 불리는 녀석이다. 저 녀석은 하루 종일 뒷발로 선 채, 앞발 합장의 묘기를 부리는 것으로 일용할 양식을 번다.

녀석이 서 있는 시멘트 길 뒤에는 작은 인공 숲이 있다. 하지만 녀석은 그 숲으로 들어가 쉴 수가 없다. 숲 입구 나무와 나무들 사이에도 어김없이 전선 울타리가 매어져 있기 때문이다. 네 발로 걷는 본능을 극기하면서까지 녀석이 목표로 삼는 것은 연어도, 벌꿀도 아닌, 바로 건빵이다. 학생 종합부에 1점이라도 보태기 위해 원치 않는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 활동을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곰 주거 지역에 신입이 투입되었다. 귀여운 아기 곰이다. 진짜 곰이 아닌 커다란 곰 인형을 앉혀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엄마를 부르며 금세 눈물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다. 어쩌면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수도 없이 울고 떼쓰다 이제는 체념했는지도 모른다.

저 아기 곰도 시간이 지나면 선배 흑곰처럼 하루 종일 서서 합장을 하며 하루를 연명할 건빵을 벌게 되겠지. 우리 아이들도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도태되는 이 나라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루에 하나씩 다니다 두 개, 세 개로 학원을 늘려야 하는 것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듯이 말이다.

ⓒunsplash.com

‘킨더 가튼’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의 정원’이라는 뜻의 킨더 가튼은 바로 유치원을 의미한다. 이 유치원 교육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 독일이다. 산업화에 뒤처진 독일이 자본주의에 적합한 자동인형을 길러내기 위해 만든 곳. 이곳은 아이들을 위한 정원이 아니다. 사회 체제 유지를 위해 아이들을 가두고 아이들이 나무와 꽃 노릇을 하도록 만드는 곳이다. 사파리가 동물을 감금하고 그들을 인간의 구경거리로 전락시킨 교도소이듯이.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서서 영화 보는 형국’이라고 말한다. 맨 앞 사람이 서서 영화를 보니 두 번째 줄도, 세 번째 줄도, 그리고 맨 마지막 줄도 서서 영화를 보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서열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가 힘든 상황만 지속될 뿐.

주중도 모자라 일요일까지 학원을 다녀야 하는 고통을 잊기 위해 생각을 마비시켜 버리고 사파리 안의 짐승들처럼 정형 행동을 반복하는 우리 아이들. 미래의 꿈나무라는, 혹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명분으로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전선 울타리에 갇힌 채 감전의 두려움 속에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나무도 꽃도 아니다. 그냥 저 자신일 뿐이다. 저 자신을 깨달아가고 지킬 수 있게 해 주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사파리 투어가 끝났다. 발걸음이 무겁다. 

 박정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수필가이자 녹색당 당원으로 활동 중.
숨 쉬는 존재들이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향해 하나하나 실천해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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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애  bock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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