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세상읽기]

[오피니언타임스=최진우] 촛불정국에 힘입어 집권에 성공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잘못된 관행, 부패, 비리 등 폐단을 바로잡는다는 적폐청산이란 구호와 함께 큰 기대를 모았다. 한때 80%가 넘는 지지율을 달리던 문 대통령은 남북화해 분위기까지 조성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8년이 거의 끝나가는 현재 문대통령 지지율은 40%대로 떨어졌다. 조사기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지난 4월 86%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평가는 분야별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1001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정부의 주요 분야별 정책평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북정책, 외교정책, 복지정책에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북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평가(58%)는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32%)보다 크게 앞섰다. 외교정책 역시 ‘잘하고 있다’는 응답(58%)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24%)보다 2배 이상 웃돌았다.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복지정책도 예상대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56%)가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31%)를 크게 앞섰다.

ⓒ픽사베이

그러나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경제분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9%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23%)을 크게 압도했다.

취업률과 직결되는 고용노동정책에 대해서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5%에 달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2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경제성장과 소득분배 중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과반 이상(52%)이 ‘경제성장’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소득분배’는 38%에 그쳤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이유중 하나는 이른바 ‘이영자’로 대변되는 특정계층의 지지율 이반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영자’란 이십(20)대, 영남권, 자영업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갤럽조사에서도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대구·경북(75%), 자영업자(74%)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20대의 이반 역시 중앙일보가 실시한 11월 지지율 조사에서 확인된다. 이 조사에서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53.2%로 나타나 2개월전인 9월 조사때의 67.1%에 비해 상당폭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이나 언론사에 의해 거의 매달 발표되는 지지율에 일희일비 하면서 정책기조를 급박하게 바꿀 이유는 없다.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하며 예측가능할 때 시장이 안심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정책을 둘러싸고 우려의 시각이 커지는 것은 정부가 잘하는 분야와 국민이 잘하기를 기대하는 분야간에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화해와 외교는 한반도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고 지정학적으로 국가위험도를 낮췄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대북정책과 외교를 잘했다고 해서 국민의 지지율을 오롯이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국민실생활, 가계의 호주머니 사정과 직결되는 경제와 고용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국민은 언제든지 집권당을 할퀴고 뜯어먹을 무서운 호랑이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94세를 일기로 작고한 조지 WH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90년대 초 걸프전의 승리에 힘입어 지지율이 한때 90%에 육박했다. 평가가 짜기로 유명한 미국인들에게 90% 지지율은 2차 세계대전에서나 나올법한 꿈의 지지율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20세기 들어 재선에 실패한 4명의 대통령 중 한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정치 신예로 꼽히던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가로 막혀 패배의 쓴맛을 본 것이다.

정치경력에서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막강했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꺾은 클린턴 후보의 정치적 구호는 의외로 간단했다. 경제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간파하고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를 선거기간 내내 들고 나온 것이 주효했다.

화려한 외교성과에도 결국은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을 호전시키지 않으면 언제든 국민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을 수 있음을 말해주는 무서운 일화이다.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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