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의 중국이야기]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2018년 10월 30일, 강호의 큰 별이 졌다. ‘영웅문’과 ‘녹정기’, ‘소오강호’ 등으로 전 세계 3억 명 이상의 가슴을 뛰게 했던 사람이다. 그의 무협소설 ‘천룡팔부’와 ‘설산비호’는 중국 고교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사조영웅전’은 베이징 초등학생 필독 도서 명단에 포함되기도 하였다. 타이완에는 그의 소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

우리에게도 그는 1980년대 무협지 열풍을 불러일으킨 사람이다. 그의 주요 작품인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는 ‘영웅문 3부작’으로 번역돼 1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그가 타계하던 날, 범(汎) 중국 언론에는 그를 애도하는 글이 넘쳐났다. 무협소설이라는 장르를 작품성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케 한, 중국 무협소설의 대가 진융(김용金庸:1924~2018)이 그 사람이다.

ⓒ픽사베이

‘단전(丹田)은 마치 빈 상자처럼 비워 두어야 하고 깊이는 깊은 계곡과 같아야 한다. 빈 상자에는 물건을 담을 수 있고, 깊은 계곡에는 물을 채울 수 있다’

그의 소설 ‘소오강호(笑傲江湖)’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의 혈도를 통하여 상대방의 내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흡성대법(吸星大法)은 무협소설 계에서는 이미 상식이라고 할 정도로 잘 알려진 무공이다. 영화로도 상영된 바 있는 이 소설의, 일월신교(日月神敎) 교주 임아행(任我行)과 주인공 영호충이 쓰는 마공(魔功)이다.

상대방의 내공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단전의 기를 빈 상자처럼 비우는 것이 이 무공의 요체이다. 그리하여 공기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흐르듯, 닿은 사람의 기를 끌어 들일 수 있도록 만든 무공이다.

단전을 비운다는 것은, 상대방의 내공, 즉 장점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낮춰야 한다는 것으로 나는 해석한다. 나를 낮출 때 비로서 상대방의 내공이 보이고 장점이 보이는 법이다. 내가 상대방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는데 상대방이 나의 단점만 보려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흡성대법은 상대방의 내공을 빨아들여 상대방을 폐인으로 만들어서 마공(魔功) 또는 ‘흡성요법(吸星妖法)’으로 불리어 지기도 했지만, 상대방의 장점을 배워서 나를 일으켜 세운다는 것은 상대방에게도 이로운 진정한 신공(神功)이라고 할 만하다.

바야흐로 한 해가 가고 또 다른 한 해가 왔다. 직장에서는 조직의 변동으로 새로운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을 만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장점만 있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단점만 있는 사람도 없다. 주변에 악명을 떨치는 사람이라도 반드시 좋은 구석, 배울 만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조직 변경이 잦은 부서에서 상사가 자주 바뀜을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상사를 많이 모셔 볼수록 또 다른 종류의 내공을 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현명한 사람은 남으로부터 배우려고 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남의 단점을 들춰내 비판하길 좋아한다.

‘흡성대법(吸星大法)’, 진정으로 내가 고수가 되기를 원한다면 내공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세상에 내공과 장점이 없는 사람들은 없고 이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을수록 좋다.

새해가 되어 누가 나에게 덕담 한 마디를 요구한다면 나는 ‘하늘의 별을 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죄수가 있었는데, 똑 같은 감옥의 창 너머로 한 죄수는 진흙탕을 보았고 다른 한 죄수는 하늘의 별을 보았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세상에는 음지와 양지가 있기 마련이다. 가능하면 양지를 보고 양지를 보면 생각이 밝아지게 마련이다.

상대방의 장점도 내공이고 이 세상 양의 기운도 내공이다. 그 양의 기운을 내 단전으로, 공기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흐르듯, 내 단전에 가득 채우고 시작하는 그런 2019년이 되었으면 한다. 새해에는 이 세상 참 살 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단전(丹田)을 마치 빈 상자처럼 비우고 그 깊이를 깊은 계곡과 같이 하여 주위 사람들의 내공과 이 세상 밝은 기운을 내 몸 속으로 체화하는, 흡성대법(吸星大法)의 신법을 구사해 보았으면 싶다.

 

 함기수

 글로벌 디렉션 대표

 경영학 박사

 전 SK네트웍스 홍보팀장·중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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