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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가지의 싸늘한 흰 꽃
눈을 얻어 더욱 정신이 드네.
너의 그 맑은 향기로 해서
천지의 봄을 깨달았나니 ’(강희맹)

‘뜰을 거닐자니 달도 나를 따라따라
매화를 둘러 둘러 몇 바퀴나 돌았던고?
향기는 흐뭇 옷에 배고 온몸엔 그득 그림잘다’ (이황)

‘창 아랜 몇 가지 매화! 창 앞엔 한 둥근 달
맑은 저 달빛이 빈 등걸 속으로 들어
꽃으로 몸바꿈하여 저리 연신 핌이렷다’ (박제가)

‘매화 옛 등걸에 봄절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에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매화)

조선 시대 학자와 문장가, 이름조차 매화인 평양기생이 남긴 ‘매화 시’들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잔설 속에 꽃망울을 터뜨리며 그윽한 향을 전하는 매화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사랑은 남달랐다. 이른 봄이라기엔 여전히 매서운 바람 속에 매화 구경을 다니며 매화 꽃을 품평하고, 매화 시를 짓고, 매화 그림을 그렸다.

이황은 매화를 노래한 시첩을 남겼다. 이덕무는 자신의 별호를 ‘매탕’(梅宕), 매화에 완전히 미친 바보라는 뜻의 매화탕치(梅花宕痴)라고 했다

지난 주 설 명절을 보름여 앞두고 중국 남서단인 윈난성(雲南省)에 다녀 왔다. 따뜻한 남쪽 그 곳, 리장(麗江)고성을 비롯해 인근 옛 마을 수호구전(束河古鎭)과 샤시구전(沙溪古鎭)에는 매화가 한창이었다.

고택의 기와 담장,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백매, 홍매, 청매, 황매가 희고 붉은 꽃, 푸르스름하거나 노르스름한 꽃망울을 터트리며 이제 봄이 멀지 않음을 알리고 있었다. 피고 지는 꽃을 안고 있는 고목의 줄기들은 위로 혹은 옆으로 거침없이 곧게 뻗거나, 구불구불 튀틀린 기이한 모습으로 수십 수백 년 세월의 풍상을 보듬고 있었다.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오랜 세월의 풍상을 안고있는 매화나무. 줄기들이 위로 옆으로 곧게 뻗거나, 구불구불 뒤틀린 형태로 특유의 자태를 드러낸다. ⓒ신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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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매ㆍ홍매ㆍ청매ㆍ황매가 제각기 희고 붉거나, 푸르고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며 그윽한 향을 전한다. ⓒ신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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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해를 맞아 복을 기원하는 그림이 유리창에 붙어 있다. ⓒ신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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