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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회담이 뜻하는 것[임종건의 드라이펜]
임종건 | 승인 2019.02.11 08:30

[논객닷컴=임종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5일 의회에서 행한 연두교서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이달 27~28일 베트남에서 연다고 한데 이어 8일에는 개최 도시가 수도 하노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개최는 남북미 관계는 물론 미중 북중 관계에서 지정학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상징성이 커 보인다. 무엇보다 북미관계에서 볼 때 한국전쟁에서 북한이 미국과 전쟁을 했듯이, 베트남은 월남전에서 미국과 전쟁한 나라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 공통점이 말해주는 것은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베트남은 적에서 친구로 바뀌었지만, 미국과 북한은 1953년 전쟁이 끝난 뒤로도 66년 동안 적으로 지내다 작년 이후에야 대화를 시작했다.

Ⓒ픽사베이

미국은 20세기 이후 세계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다. 중동에선 지금도 전쟁 중이다. 그래도 일단 전쟁이 끝나면 국교를 재개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는 독일 일본과 전쟁을 했으나 종전 직후부터 승자의 아량으로 독일 일본의 경제부흥을 도와 두 나라를 오늘날의 경제 강국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미국이 중국 베트남과 국교를 재개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년이었다. 미국이 선전포고를 하지 않았으면서 국교를 단절했던 쿠바와 국교정상화를 하는데 50여 년이 걸린 것도 예외적이긴 하나, 북한이 1945년 해방 이후 한국 미국과 국교를 끊은 74년은 세계사적으로도 유례없이 긴 세월이다.

한편 베트남은 월남전에서 미국을 도와 참전한 한국과는 1992년 미국보다 3년 앞서 수교했다. 월남전에서 적대국이었던 한미는 지금 고도성장 중인 베트남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2018년 기준 베트남에겐 각각 2대 및 3대 교역국가가 되어있다.

베트남은 중국처럼 정치는 사회주의 체제이나 경제는 자본주의로 운영한다. 중국은 그런 체제로 성공해 현재 미국 다음 가는 G2의 나라가 됐다. 그에 비해 북한은 왕조주의를 채택했고, 자본주의 실험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소를 베트남으로 하면서 북한도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을 것이다. 작년 6월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는 김정은위원장에겐 최초의 서구식 자본주의의 실물 체험으로 의미가 있었지만, 북한이 따라가기에는 벅찬 완숙단계의 자본주의 국가가 싱가포르이다.

베트남은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에서 여타 동남아 국가와는 달리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세력으로 대두돼 미국이 한층 중시하고 있다. 트럼프는 향후 북미국교가 정상화 할 경우, 북중 관계도 중베 관계처럼 되기를 내심 바라고도 있을 것이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볼 때 베트남 경제는 싱가포르에 비할 때 북한이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오히려 북한이 참고할 내용은 베트남에 더 많을 수도 있다. 베트남 지도부가 북미회담유치과정에서 북한의 경제개발를 돕고 싶다며 김정은의 베트남 방문을 공개적으로 희망하기도 했다.

생전의 김일성 주석이 1958년과 1964년 두 차례 방문한 베트남을 김정은이 방문하게 되면 자신이 후광(後光)으로 삼고 있는 할아버지 김일성의 향수를 되살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그가 북미회담 이후 베트남을 공식방문 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처럼 국제관계는 변화무쌍하고, 변화의 기회를 잡아서 국익에 활용하는 것이 지도자의 능력이다. 남북미관계에서도 변화의 기회는 있었지만 그것을 가로막은 가장 큰 장애는 북한의 핵개발이었다.

김정은이 비핵화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던 것도, 핵을 보유하는 한 미국과의 수교는 불가능하고, 미국과 수교하지 않는 한 북한은 중국도 베트남도 될 수 없다는 자각이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경제대국론’ ‘경제 로켓’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3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 생각에 그(김정은)도 자신이 겪고 있는 일에 지친 것 같다”며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 국가 중 하나가 될 기회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작년 이전까지만 해도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조롱했던 트럼프는 9일 “북한은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경제 로켓이라는 새로운 로켓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경제 강국인 중국과 일본 한국 러시아에 둘러싸인 북한이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최빈국 수준’의 나라로 남아 있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뜻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해야 할 일이 핵을 완전히 내려놓는 것이어야 함은 너무 분명하다.

 임종건

 한국일보 서울경제 기자 및 부장/서울경제 논설실장 및 사장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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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imjk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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