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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을 알리는 변산바람꽃![김인철의 들꽃여행]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14 11:11

[논객닷컴=김인철] 여기저기서 화신(花信)이 들려옵니다. 제주에선 이미 1월에 매화가 피고, 수선화가 피고, 백서향이 순백의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남녘의 유명 사찰과 섬진강변에서도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봄꽃의 대명사인 복수초가 이 골짝 저 골짝에서 황금색 꽃잎을 열어젖히고 있다고 합니다. 입춘(立春)이 지난 지 어느덧 열흘 가까이 지났으니 어쩌면 당연한 절차겠지만, 서울 등 중부지방은 여전히 한파 속에 있으니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전해오는 화신에 안달이 난다면 “여기는 아직 멀었는데…”라며 한탄할 게 아니라 ‘김인철의 들꽃여행’을 따라 길을 나서면 됩니다. 다만 무턱대고 나선다고 봄꽃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디서 어떤 꽃이 피는지를 알고 떠나야 허탕 치지 않습니다. 2019년 2월 찾아 나서는 첫 봄꽃은 바로 변산바람꽃입니다.

‘여수 밤바다’의 끄트머리 금오산 자락에 핀 변산바람꽃. 아직 겨울이 한창인 2월 초순부터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리는 자생지로 유명하다. 꽃은 꽃잎처럼 보이는 흰색의 둥근 꽃받침 잎, 깔때기 모양의 녹황색 꽃잎, 반짝이는 청보라색 수술과 연두색 암술로 이뤄졌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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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덩이처럼 둥근 변산바람꽃이 분명 2월 초순부터 피긴 피는데, 그곳이 경기·강원 등 중부지역은 아닙니다. 눈과 얼음투성이인 산과 계곡에서 꽃이 필 리 없다는 통념을 뛰어넘을 순 없고, 멀리 남쪽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중 하나가 울산입니다. 동쪽 바다에서 2km 남짓 떨어진 북구 어물동의 야트막한 산기슭이 국내에서 ‘상냥하고 복스러운 울산 큰애기’를 닮은 변산바람꽃이 가장 먼저 피는 자생지의 하나입니다. 올해도 이미 2월 8일 어물동 황토전부락 야산에서 ‘봄의 전령사’ 변산바람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여러 뉴스미디어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또 다른 초기 개화지인 울산 북구 어물동 야산에 핀 변산바람꽃. 역시 2월에 꽃이 피는데 올해도 2월 8일 꽃 핀 사진이 여러 뉴스미디어에 보도됐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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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금오산 역시 변산바람꽃이 일찍 개화하기로 널리 알려진 자생지입니다. 국내 4대 해수 관음도량의 하나인 향일암이 있는 금오산, 남해를 품에 안을 듯 굽어보는 돌산 기슭이 해마다 2~3월 변산바람꽃이 바닥을 덮을 듯 하얗게 군락을 지어 피는 명소로서 야생화 애호가들의 발길이 줄을 잇습니다.

겨울이 채 물러나기 전 피기에, 종종 눈을 뒤집어쓴 ‘설중(雪中) 변산바람꽃’이 카메라에 담기기도 한다. 위는 경기도 안양에서, 아래는 경북 경주에서 지난해 3월 각각 담았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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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전북대 선병윤 교수가 변산반도 내변산에서 채집된 표본을 근거로 한국 특산종으로 발표하면서 학계에 알려진 변산바람꽃. 학명에 첫 발견지인 변산(byunsanensis)이 속명으로 들어갔고, 선 교수도 발견자로 그 이름(B.Y.Sun)이 표기됐습니다. 그런데 최초 발견지가 변산일 뿐, 이후 바다 건너 제주는 물론 전남 여수와 고흥, 경남 고성, 울산에서부터 북으로 경기 연천과 강원 설악산까지 자생지가 전국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라는 초기의 발표와 달리 일본에도 같은 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고 가냘프지만, 당당한 모습의 변산바람꽃. 앞에서 보면 흰색의 꽃이지만, 뒤에서 보면 연한 홍색이 도는 게 여간 깜찍하지 않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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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을 포함한 전체 길이는 10~30cm 정도. 줄기의 굵기도 콩나물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만큼 가냘픕니다. 꽃대마다 달덩이처럼 희고 둥그런 꽃이 한 송이씩 달립니다. 지역에 따라 이르면 2월부터 늦게는 4월까지 북풍한설이 주춤하는 사이 잠깐 피었다가 이름대로 바람처럼 사라집니다. 흰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5~7장의 둥근 잎이 사실은 꽃받침 잎입니다. 깔때기 모양의 자잘한 녹황색 꽃잎(4~11개)을 대신해 수분을 도와줄 벌·나비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3월 경기도 연천 지장산에서 만난 변산바람꽃. 남으로 바다 건너 제주에서부터, 북으로 접경지역까지 폭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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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2월이면 여수와 울산, 그리고 부안군 상서면 청림마을 등 처음 표본이 채집됐다는 내변산 일대에서 피기 시작하는 변산바람꽃은 3월 봄이 무르익어 가면서 충남 보령의 배재산과 가야산, 경기도 안양의 수리산 등지로 북상합니다. 특히 가평 명지산과 연천의 지장산 등 봄이 더디 오는 경기·강원 북부 산과 계곡에서는 남녘보다 한 달 이상 늦게까지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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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atomz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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