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희의 현실경제 속으로]

[오피니언타임스=양원희]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일자리 상황판, 일자리 수석 신설, 일자리 예산확대 등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고용성적표는 아쉽다.

2018년 취업자는 9만7000명 증가에 그쳤고, 실업자는 3년 연속 100만명을 웃돌고 있다. 일자리는 사회. 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고용상황은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일자리는 인구구조, 산업구조, 사회구조의 변화와 과학의 발전 등에 따라 결과적으로 형성되는 복합적인 문제로서 단기적인 경제정책으로 성과를 올리기는 어렵다. 더욱이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급급하여 단기정책을 사용하면, 일도 없는데 일자리만을 만들어 내는 모순과 그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 일자리에 대한 사회. 경제적인 환경변화를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기존의 낡은 프레임을 뛰어넘어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하는 연구와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픽사베이

산업 변화와 과학기술 발달로 고용구조가 변하고 있다

2018년 고용구조 변화의 주된 특징은 제조업과 자영업 취업자의 감소와 복지, 공공부문 취업자의 증가이다. 제조업 취업자는 2016년 2만1000명 감소, 2017년 1만8000명 감소에 이어 2018년에는 5만6000명이 줄었다. 서비스업도 자영업의 부진으로 도소매 7만 2000명 감소, 숙박음식업 4만5000명 감소를 보였다. 반면 보건복지부문은 12만 5000명이 늘고, 공공행정 부문이 5만 2000명 증가했다. 즉, 제조업의 구조조정과 자영업의 부진에 따라 일자리가 축소되고, 노령화에 따른 보건복지 수요증가와 정부의 공공투자 확대로 인해 새롭게 일자리가 증가된 것이다. 이는 경제환경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인구구조 변화 등이 반영된 고용구조 변화이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은 산업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일자리를 축소시킨다. 2016년 다보스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로봇이 일자리를 대신하는 과정에, 2020년까지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지만, 710만개의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지식집약적 첨단산업은 일자리가 늘어나겠지만 통신설비의 고도화, 생산설비 자동화로 제조업 영역의 일자리는 줄어 전반적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일자리 불안정을 가져왔다

지속적인 과학기술 발전과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노동수요가 과거와 달라졌다. 장기적으로 안정된 일자리가 제공되는 형태는 줄어들고, 사업환경변화에 따라 고용을 중단할 수 있는 비정규직 비중이 확대됐다. 더욱이 인터넷의 발달로 프랫폼 경제가 확산하면서 온라인에서 노동이 거래되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시장이 확대됐다. 이와 같이 유연화된 노동시장에서는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경기와 임금 등 고용상황의 변화에 따라 일자리는 더욱 불안정한 상황이 된다.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상시화되면서 기술의 진보는 실업의 위험을 더 높이고, 임금의 상승에 따라 고용이 쉽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고용불안에 의한 생계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인과 여성인력이 노동시장에 대거 참여하게 되면서 일자리 경쟁은 격화돼 실업위험은 더 높아진다.

더욱이 자본주의의 질적인 변화, 산업(생산)자본주의에서 인지(지식)자본주의로의 전환추세가 강화되면서 일자리의 창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노동이 생산과정에 투입되어 가치가 창출되기 보다는 지식과 정보에 의해 가치가 창출되는 생산시스템으로 변화돼가면서 노동의 수요는 더욱 줄어드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경제정책과 일자리 정책과의 상충되는 측면을 고민해야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요약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노동의 소득분배율이 하락함에 따라 내수가 축소되고 저성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동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상승 등 고용비용의 상승은 노동시장이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당연히 일자리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혁신성장을 추진하면서 기술개발과 프랫폼 경제(우버, 에어엔비 등 공유경제)를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일자리의 불안은 더 커지고, 경제전반적으로 노동의 수요를 감소(일자리 축소)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같이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추진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자리정책에 우호적이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한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집중할 경우, 경제전체의 효율성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일은 줄어드는데 일자리를 늘려가야 하는 정부의 일자리대책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이 붕괴되고 있는데, 기존의 경제정책에 집착함으로 상호모순된 정책이 충돌한 결과이다.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에 맞는 일자리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일자리 숫자 늘리는 작은 정책보다 ‘더 큰’ 정책을 연구하기 시작해야 

산업구조의 변화, 과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은 일자리수요를 위축시키고, 이러한 추세는 글로벌 경제의 환경변화에 따른 것이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내수비중이 여타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인 우리 경제는 국내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자리가 부족해 내수가 더 위축되고, 이는 일자리가 재차 축소되게 하여 악순환은 계속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예산을 집중했을 경우, 정책에 의해 일자리를 얻은 개인에게는 큰 혜택이 주어지지만, 일자리를 계속 얻지 못하는 개인에게 어떤 혜택도 주어지지 못하는 ‘숨겨진’ 문제가 있다. 2018년에 취업자가 9만 7000명 증가됐는데, 경제활동인구 중에 학업 등의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활동 조차 하지 않는 인구가 200만명을 돌파했다.(이들은 취업난으로 취업을 포기해 실업률 산정에도 제외된다.) 이들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예산 22조원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일자리 정책의 그늘’에 버려져 더 심각하다. 이는 내수확대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분배의 불균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선제적’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지금은 좀 빠를 수 있지만, ‘기본소득’ 개념을 국가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장기 정책과제로 연구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노동의 역할은 생산과정에 투입돼 생산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지만, 소비행동의 주체로서 내수를 확대시키는 중요한 역할도 있다. 자본주의가 노동중심적 사회에서 소비중심적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하에, 기본소득은 내수를 확대시키고, 소득재분배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대안이 될 수 있다.

‘기본소득’ 개념이 어떤 형태로, 어떤 정책결정 과정에 의해 추진되어야 할 지는 장기적 과제이지만, 작금의 사회, 경제적 변화의 속도를 감지할 때, 그리 멀리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현 정부가 진보정권이라면 기존의 정책에 머물지 말고, ‘더 큰’ 정책싸움을 치열하게 해야 역사에서 한걸음이라도 진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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