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글로 보다]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얼마 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이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임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자신의 우울증 증세와 그로 인한 자살 충동까지 스스로 고백하며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고 평소 자살 예방에 힘써와, 환자들과 동료들의 존경과 사랑을 두루 받아왔던 터라 그 충격은 더했다. 사건 당시 간호사들을 보호하려 하다 변을 당했단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늘 벌어지는 일련의 흐름이 있다. 피의자는 평소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거나 관련 약을 오랫동안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가 허술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강제입원과정을 간소화해서 범죄의 위험성을 미리 예방해야 한다. 대충 이런 식으로 여론이 형성되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을 준비한다. 이번 임 교수 사건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한마디로 범죄의 원인이 정신질환에 있다는 것이다. 범죄를 저질렀는데 알고 보니 그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것과 정신질환자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인식은 천지차이다. 후자는 정신질환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위험한 시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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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 유족들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생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에 맞서 싸워온 고인의 삶과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임교수가 자신의 우울증세를 스스로 밝힌 것은 정신과 의사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오듯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중요한 것은 질환을 치료하고 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지원과 따뜻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한 말이 있다. 정작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멀쩡히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 사람한테 상처받은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온다고.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폭력적인 성향을 자주 보이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정신과 상담을 권하면 대부분 발끈하며 반발한다. 지금 내가 미쳤다는 것이냐며. 예전에 비하면 정신과 문턱이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신과’ 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끔찍한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며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광인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정신질환자들을 격리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 공권력을 동원해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지사의 주장은 이렇다. 형 이재선씨가 평소에 이상행동을 많이 보였고 ,특히 지나치게 많은 민원을 제기해 담당 공무원들이 노이로제에 걸릴 만큼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원활한 시정을 위해 강제 진단이나 입원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지나친 민원으로 노이로제를 받는 공무원들 때문에 강제입원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시정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항의하는 사람들을 탄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범죄자들이 정신질환자가 아니듯 모든 정신질환자들이 범죄자는 아니다. 임 교수 사건의 교훈으로 삼을 것은 정신질환자를 상대하는 의료인들의 안전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에 힘쓰는 것이다. 정신질환자들을 범죄자로 몰고 그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지속될수록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이 사회가 될 것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고 사회로 복귀할 사람들이 여전히 편견에 갇혀 절망 속에 빠져 사는 사회는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임 교수의 유족들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했던 고인의 뜻을 받들어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통해 그들을 사회로 복귀시켜서 ‘함께 삽시다’라고 했다. 정신질환자는 우리의 이웃이지 배척하고 격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타인을 함부로 배척하고 격리하지 않는 것, 조금 불편하더라도 함께 사는 것, 그것이 지켜지는 곳이 바로 정상적인 사회이다.

김동진

한때 배고픈 영화인이었고 지금은 아이들 독서수업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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