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요의 미디어 속으로]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요] 누구나 SNS를 통해 즉각적이고 쉽게 정보를 퍼트릴 수 있는 시대다. 매스미디어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정보 유통 플랫폼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SNS 확산 이전 커뮤니케이션은 매스미디어나 홈페이지, 기관지와 사보 등에 의존했다. 불리한 내부 정보는 사전에 미디어를 통제해 ‘악성 정보’를 차단할 수 있었다. 이제 정보를 인위적으로 확산시킬 수는 있지만, 인위적으로 소멸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막막한 바다와 같은 온라인 공간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벌거벗은 소통’ 세상

개인과 조직의 사적 영역도 사라졌다. 녹음, 녹취, 녹화가 쉽고 간편해졌다. 전화기와 스마트폰에는 녹음 기능이 내장되어 있고, 볼펜녹음기로 은밀하게 녹취도 쉽게 할 수 있다. 구석구석에 설치된 CCTV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다. 검색 키워드, 위치정보,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사적인 온ㆍ오프 활동도 기록해 빅데이터로 재생시킨다. 내부고발도 환영받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2011년에 내부 비리 고발자를 보호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2011년에 제정되었다. 모든 것이 오픈된 ‘벌거벗은 소통’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SNS가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갑질’, ‘미투’, ‘빚투’ 등이 SNS를 통해 사회적인 대형 아젠다로 이슈화되었다. 의제설정, 프레이밍(framing), 프라이밍(priming)은 매스미디어의 사회적 기능으로 꼽히던 것들이다. 하버마스는 이를 ‘공론장’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공론장은 ’구성원 간 합리적 토론을 통해 구성원들의 보편적 이익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담론적 공간’이다. 이제 이런 기능조차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이 대신 수행한다.

옥스퍼드대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포털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거나 뉴스 수집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이 77%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경우는 4%에 불과하다. 언론사별 콘텐츠 및 브랜드 차별성이 없고, 뉴스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뉴미디어 대세로 자리 잡은 ‘유튜브’

과기정통부가 2018년 조사한 ‘방송통신광고비 보고서’에 따르면, 광고주들은 신문, 잡지, 지상파TV, 라디오 광고를 줄이고 디지털 매체 광고는 더 늘리고 싶어 한다. 광고효과 차이 때문이다. KBS의 경우 올해 2월 광고 매출 목표는 230억원인데 실적은 17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추세는 등속도가 아니라 가속도로 변한다.

디지털 미디어 중에서도 최근에는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화된 페이스북이 퇴조하고, 동영상 매체인 유튜브와 이미지로 특화된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방송이나 광고도 유튜브를 고려한 모바일 콘텐츠로 전환하고 있다.

폐쇄형 OTT를 지향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개방형 OTT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유튜브는 전세계 10억명 사용자가 1분마다 400시간 이상 새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공룡 플랫폼이다. 국내 이용자도 3000만명을 넘어섰다. 여론을 형성하고 이끄는 미디어는 페이스북과 네이버에서 유튜브로 이동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치인들도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청년, 노년층을 공략하는 ‘유튜브 채널’

유튜브 플랫폼을 선점한 쪽은 보수 쪽이다. ‘신혜식 신의한수’,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황장수 뉴스브리핑’, ‘조갑제TV’에다 김문수, 이언주, 홍준표 등 정치인이 가세했고, 자유한국당도 ‘오른소리’라는 채널을 론칭했다. 진보 쪽은 유시민 ‘알릴레오’가 유명하다. 박용진, 손혜원 등 국회의원이 가세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씀“이란 채널을 론칭했다. 이들은 몇만에서 몇십만, 나아가 100만명이 훌쩍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튜브 정치시대라 할 만하다.

인터넷과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는 그동안 진보세력이 선점했다. 유튜브는 극우세력이 선점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작년 8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이슈’에 따르면, 유튜브 이용자 34%가 ‘가짜뉴스로 보이는 동영상’을 소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와 60대 비율이 특히 높다. 20대가 39.7%로 가장 높았고, 60대가 36.9%로 뒤를 이었다. 유튜브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를 청년과 노년층이 가장 많이 소비한다. 20대와 60대가 유튜브를 통해 다른 세대보다 활발하게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극우세력’이 전면에 등장할 것인가

가짜뉴스를 유통시키는 유튜브 채널이 노년층과 청년층을 공략하는 방식은 좀 다르다. 노년층을 겨냥하는 채널은 ‘듣고 싶은 얘기’를 들려준다. ‘확증편향’에 기반하는 가짜뉴스 특성이 작동한다. 청년을 겨냥한 채널은 ‘주목경쟁’을 추구한다. 더 자극적이고 더 극단적이다. 반무슬림, 반동성애, 반페미니즘 등 인화성 강한 문제들에 집중하며 음모론도 즐겨 다룬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가짜뉴스 확산을 돕는다. ‘태블릿피시 조작설’을 보면 ‘노회찬 타살설’ 동영상을 관련 영상으로 추천한다. 이 알고리즘이 가짜뉴스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공론장 기능이 매스미디어에서 온라인 플랫폼 매체로 옮겨가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확증편향과 주목경쟁에 기대는 유튜브는 정치적 공론장 형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반공·냉전 이념 논쟁을 넘어 유럽처럼 극우세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특별분과 위원

  전 <KBS스페셜>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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