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가 발단이 되었던 한진중공업(한진중) 사태가 1라운드에서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1라운드는 해당 법 적용으로 2011년 6월 27일 노사 간 자율적 합의를 통해 마무리된 듯했으나, 김진숙 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계속된 '크레인 고공농성’과 정치권의 이어진 '희망버스’ 행사로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두고 볼 일이지만 2라운드는 마치 정치권이 한진중을 국영기업화 하려는 인상마저 풍긴다. 


노사합의로 끝난 문제, 정치권이 다시 불 질러


먼저 1라운드 사태를 간추린다. 한진중의 부산 영도조선소는 시설에서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진중은 2007년 필리핀 수비크에 조선소를 건설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다 조선산업 불황까지 겹쳐 한진중은 2008년 12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수주가 전무했다. 이런 여건에서 한진중은 2010년 12월 생산직 400여 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자 이에 맞서 한진중 노조는 2010년 12월 20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189일 동안 계속된 파업은 2011년 6월 27일 타결되었다. 타결의 실마리는 '무노동․무임금 원칙 고수, 불법 점거에 대한 공권력 투입 가능성, 노조원에 대한 법원의 조선소 출입금지 결정 등 파업에 대한 법과 원칙의 대응’에 있었다. 마침내 한진중 노사는 노조의 파업 철회와 희망퇴직의 경우 22개월분 월급을 위로금으로 준다는 조건으로 정리해고에 합의했다. 자율적인 노사합의였다. 노사합의가 이루어졌음에도 김진숙 지도위원은 노사 누구도 바라지 않는 크레인 고공농성을 계속했다.
크레인 고공농성으로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크레인 고공농성을 지원하는 3개 야당과 노동계의 희망버스 행사가 네 차례 진행되었고, 이에 맞서 부산시민들이 주민의 불편과 지역경제의 불안을 내세우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렇듯 한진중 노조파업은 노사 간 자율적 합의로 이미 끝났지만, 정치권의 개입으로 얽힌 실타래처럼 일이 꼬이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한진중으로 하여금 1년 안에 정리해고 근로자를 재고용하라는 권고안을 수용토록 만듦으로써 논란이 더 확대되었다. 당장 영도조선소를 정상 가동할 수 있는 일감 확보도 쉽지 않은데 정리해고 근로자들을 재취업시키면 한진중 경영부실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정치권은 한진중을 국영기업으로 만들려는 것인가


근로기준법 제24조 ①항은 해고 조건을 명시한 것인데, 그 내용은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로 되어 있다. 근로기준법 제24~제26조에 따르면, 해고 조건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외에도, 해고에 앞서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 50일 전 당해 근로자에게 통보, 노동부의 허가 취득, 고충수당 지급 등 매우 까다롭다. 김대중 정부가 1998년 2월에 도입한 정리해고법은 해고를 어렵게 민든 것으로 악명이 높다. 어떻든 해고 조건 가운데 한진중이 처한 상황을 보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분명히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진중이 200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3년 내내 수주가 없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나서서 한진중에 1년 안에 정리해고 근로자를 재고용하라고 국회 권고안 수용을 압박한다는 것은 잘한 일인가? 당장 조선소를 정상 가동할 수 있는 일감 확보가 쉽지 않는데도 정리해고 근로자들을 재취업시키면 한진중 경영부실은 더 심해질 것이 아닌가? 정치권은 한진중을, 아무리 부실해도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국영기업으로 만들려는 것은 아닌가?


정치권은 법치국가 원칙을 흔들지 마라


한국은 노동시장이 독일만큼 경직된 나라다. 프레이저 인스티튜트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에서 한국은 2008년 141개국 가운데 꼴찌에 가까운 128위다(독일은 129위). 이 순위는 DJ 정부(2000년에 123개국 가운데 58위) 이후 노무현 정부(2006년 141개국 가운데 107위)를 거치는 동안 계속 추락해 왔다. 또 OECD의 '정규직 고용보호’(주: 정규직 해고의 어려움 정도)에서 한국은 고용보호가 심하기로 OECD 회원국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2위다. 고용보호 기준으로 OECD 국가 가운데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들은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아일랜드 순이다. 이들 나라는 2008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노동시장이 성장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한 결과 경제 여건이 좋았다.
국제적인 추세와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의 현주소를 감안할 때 한진중 정리해고는 인정되어야 한다. 정치권이 나서서 한진중 정리해고를 뒤엎으려고 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도리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진중이 정리해고를 통해 회생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경제학, -자유기업원(www.cfe.org)에서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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