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희의 현실경제 속으로]

[오피니언타임스=양원희] 2018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이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했다. 1999년 1만달러를 넘어섰고, 2006년 2만달러를 가볍게 넘어선 뒤 어렵게 선진국 진입의 기준이라는 3만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역사적인 사건이며 대단한 뉴스지만, 현실에서는 그다지 실감하지 못하고 덤덤하게 지나갔다. 그동안 경제성장이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지만 성장성과를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성장이 지속되면 분배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되기 보다는 분배의 불균형이 오히려 심화된다. 이 경우 분배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커지고 경제성장도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무조건 파이를 키우고 보자는 성장지상주의 보다는 키워진 파이가 어떻게 배분되고 있는 가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경제구조에 의해 소득과 분배가 결정되므로, 소득정책(소득주도성장 등)은 분배의 불균형문제를 해결하는데 단기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과세제도를 개혁함으로써 보다 직접적으로 분배불균형을 완화하고 경제성장의 동력을 다시 회복시키는 적극적인 분배정책이 필요하다.

Ⓒ픽사베이

경제성장이 소득불균형은 해결할 수 있을까

쿠츠네츠 가설이 있다. 이는 개발도상국이 경제성장을 하면서 산업화 초기에는 분배의 불평등이 심화되지만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소득불균형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칼도어(Kaldor) 가설에서는 소득의 불균형이 오히려 경제성장을 위해서 필수적이므로 분배정책은 성장을 위해 불필요하다고까지 주장한다. 모두 ‘선 성장 후 분배’라는 성장지상주의의 이론적 배경이 되었으며, 우리나라의 성장주도정책 추진에 밑바탕이 돼온 경제논리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에 의하면, 산업화를 통해 경제성장이 진행되면서 불평등이 확대되는 것은 검증되지만 불평등의 완화는 결코 저절로 따라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 오히려 소득격차가 커지면서 저축과 소비의 역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회계층의 고착화로 결국에는 경제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연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기술의 진보와 세계화는 소득의 불평등을 더욱 확대시키고, 이러한 추세가 자연스럽게 해결되기 보다는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분배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상위 10%가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소득 집중도)은 IMF체제 이전인 1995년에는 29.2%였지만 2000년 35.8%, 2008년 43.4%, 2012년 44.9%, 2017년 48.5%로 가파르게 확장하고 있다. 적어도 쿠츠네츠 가설의 주장대로 성장이 분배를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양상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분배의 악화는 내수시장을 축소시키고 계층간의 갈등심화로 잠재성장률을 둔화시키고 있다

소득분포의 불균형 정도에 대한 대표적인 지표로 지니계수가 있다. 이는 0과 1사이의 값으로 표시되며,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불균형도가 낮고 1에 가까울수록 불균형도가 높은 것을 나타낸다. OECD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0.30-32 정도로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라 소득불균형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통계청의 가계소득 조사자료는 객관성이 부족하고 부자들의 축소응답과 회피 성향으로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국세청의 2016년 귀속분 ‘통합소득 분위별 세부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0.471로 나타났다. 이자.배당.부동산임대 소득을 모두 합한 통합소득을 기준으로 산출한 지니계수는 0.520으로 나타났다. OECD의 일반적 기준은 지니계수가 0.5이상이 되면 불평등 정도가 ‘매우 높은상태’로 본다. 이 분석에도 주식과 부동산 양도소득, 주택임대소득 등은 포함되지 않은 것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소득불균형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소득불균형의 원인과 문제점

소득불균형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근로소득의 불균형이 주된 원인이지만, 통합소득의 관점에서는 자산소유구조의 불균형도 중요한 원인이다. 특히 2017년 기준으로 국민전체가 1년간 벌어들인 명목소득(1730조)보다 보유자산규모(1경 3818조)가 8배나 되는 상황에서 보유자산격차에서 유발되는 소득의 불균형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연구에서도 자산격차지수가 소득격차지수의 3배에 육박하며, 자산과 소득과의 상관관계가 점차 높아져 자산보유에 의한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득의 불균형을 연령별로 보면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갈수록 불균형 정도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는 국민전체 평균을 웃도는 0.5이상이며, 순자산의 지니계수는 0.6을 넘어선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정에서 발생한 불균형이 고령층에 누적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며, 부동산가격상승에 따른 자산불균형 확대가 주요 요인이다.

이러한 고령층의 소유자산불균형이 상속증여를 통해 다음세대로 연결되어 불균형이 세대를 넘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정준호 교수는 20-24세의 순자산 지니계수가 0.691로서 전 연령층 중에 가장 높으며, 75-79세의 순자산 지니계수 0.679와 관련이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불균형 심화는 경제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정치.사회불안을 야기할 것이며, 결국에는 경제의 역동성을 잃게 하여 국가의 기반을 허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영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윌킨슨은 ‘불평등이 문제다’ 에서 부의 불평등이 질병, 정신질환, 자살, 살인, 범죄, 사회적 신뢰저하 등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도 경제성장으로 소득 3만달러를 돌파해도 국민의 행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사회적. 정치적 극한 대립, 자살률 세계 최고, 출산률 세계 최저 등의 문제들이 분배의 불균형에 근본적 원인이 있는지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통합소득에 대한 종합과세체계 확보로 분배개선 나서야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의 불균형은 경제발전과 함께 장기적인 구조적 산물로서 소득구조를 직접 개선하기는 어렵다. 이는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강하게 추진해도 분배개선 효과가 더딘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시급한 분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과세제도개혁을 통해 소득불균형에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제도에 의해 분배문제가 해결되는 정도가 매우 미약한 상황이다. 2018년 12월 정부발표에 따르면 세전 지니계수가 2015~2017년에 0.396, 0.402, 0.406이지만 세후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52, 0.355, 0.355로서 세금에 의한 지니계수 분배개선율이 11%대에 머물고 있다. 2014년 OECD발표에서도 우리나라는 세제를 통한 지니계수 개선율이 회원국 33개국중 31위에 머물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조세제도가 소득분배를 개선시키는 효과는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소득세 부과에 있어서 각종 소득공제제도와 세액공제 등 다양한 감면제도가 존재하고, 부동산 임대소득과 배당소득, 부동산 및 주식의 양도소득 등이 근로소득과 분리되어 과세되고 세율도 다양해서 조세제도가 소득 분배를 개선하는 효과가 미약하다. 모든 통합된 소득수준에 따라 누진적이고 일률적인 세율을 적용해야 하고, 단순하고 예외 없는 세제로 나아가야 분배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인당 소득 3만불 돌파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제는 소득분배의 문제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특성상 시장기능에 의해 분배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는 불가능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의해서만이 가능하다. 2017년 6월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한지 2년이 다가오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세제개혁은 너무 미온적이 아닌가 걱정이다.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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