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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뽕(?)’ 체험기[김부복의 잡설]
김부복 | 승인 2019.03.14 10:54

[논객닷컴=김부복] 요즘 마약 얘기가 매스컴을 자주 타고 있다.

‘물뽕’이라는 것을 몰래 먹인 뒤 성폭행을 하고, 찻집 종업원에게 필로폰 탄 음료수를 먹인 음흉한 손님도 있었다. 내기 도박을 하다가 커피에 필로폰을 타서 슬그머니 먹이고 판돈을 휩쓸었다는 못된 범죄에 관한 소식도 있었다. 서울 강남이나 이태원의 클럽은 ‘마약 오염’이라고 했다.

그 마약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 경험자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최서해(崔曙海·1901∼1932)라는 작가가 있었다. 자신의 체험을 글로 쓴 것으로 유명했던 작가였다. 불과 32세의 안타까운 나이에 생을 끝낸 최서해는 '신음성(呻吟聲)'이라는 글에서 자신이 아편을 먹었던 경험을 이렇게 털어놓고 있다.

“여기는 약이 없다. 병이 들리면 침과 뜸을 놓고, 그렇지 않으면 아편을 먹는다. 여기는 그 때문에 아편 먹는 사람이 많다.… 나는 병고를 견디다 못하여 아편을 피웠다. 처음에는 어지럽고 역기(逆氣)가 나더니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지나가니 그것이 멎는다. 그것이 멎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인심을 미혹하게 하는 맛이 생긴다.… 피우고 나면 고통이 스러지고 전신이 일세지청풍(一世之淸風)에 둥덩실 뜬 참말 극락세계에 노는 듯하다. 아아, 아편은 이리하여 사람을 유혹하는구나.…”

최서해가 아편을 경험한 곳은 만주 땅이었다.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기자 아내와 함께 만주 벌판으로 흘러간 것이다.

최서해가 느낀 아편의 맛은 ‘극락세계’였다. ‘사람의 마음을 미혹하게 하는 맛’이었다. 최서해는 아마도 ‘헬렐레’하고 있었을 것이다.

Ⓒ픽사베이

그런데 김 아무개라는 사람도 마약을 ‘딱 한 번’ 먹어본 경험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1970년대 초반, 어쩌다가 마약을 맛본 것이다.

당시 김모는 미군부대가 있는 동두천에 갔었다. 그날 저녁 마약을 구경하게 되었다. 캡슐에 든 ‘빨간 알약’이었다. 알약은 요즘 시중에서 파는 마이신 따위보다도 작았다. ‘아주 조그만 알약’이었다.

마약을 처음 먹는 ‘초보자’는 ‘두 캡슐’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래서 ‘두 알’을 삼켰다. 물 한 모금과 함께 ‘꿀꺽’했다.

김모는 그렇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떤 느낌도 없었다.

그랬더니, 약을 나눠줬던 ‘친구’가 “강한 체질인 것 같다”며 한 알을 더 권했다. 그러면서도 “취하고 나면 자꾸만 더 먹고 싶어지는 약이니까 조심하라”는 경고를 빠뜨리지 않고 있었다.

그 바람에, 김모는 난생 처음 마약 ‘세 알’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몇 분 정도 지난 것 같았다. 정말로 더 먹고 싶어졌다.

“한 알만 더 달라”고 했더니 큰일 난다며 주지 않았다. 김모는 ‘친구’가 만지작거리던 약을 빼앗아 냉큼 삼켜버렸다. 한꺼번에 ‘네 알’이나 먹은 것이었다. 이를테면 ‘과다복용’이었다.

그러고 나서, 김모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가만히 앉아 있던 상태였는데도 김모의 몸은 총알처럼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달려가는 김모의 앞에서 무엇인가가 스치며 양쪽 옆으로 휙휙 지나가고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어 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도 눈을 부릅떠보았다. 가로수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았더니 가로수가 아니었다. 머리를 산발한 ‘귀신’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유령처럼 하얀 옷을 입은 귀신이었다. 그 중에는 혀를 길게 뽑아 문 귀신도 있었다.

그 귀신은 김모가 달려가는 동안 수없이 앞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귀신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기억할 수 없었다. 곧 ‘인사불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눈을 떴더니 이튿날 해가 제법 높이 뜬 시간이었다.

그 마약은 동두천의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미군들은 그 빨간 알약을 ‘레즈(Reds)’라고 부르고 있었다.

‘레즈’를 먹은 미군들은 대낮부터 비틀거렸다. 술 냄새를 전혀 풍기지 않으면서 해롱대는 미군은 모두 ‘레즈’를 먹은 것이라고 했다.

최서해는 마약을 먹고 ‘극락세계’를 느꼈지만, 김모가 경험한 것은 ‘악마세계’였고 ‘귀신세계’였다.

최서해는 아편을 끊고 침과 뜸으로 고치기로 결심했다고 쓰고 있었다. 김모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다시는 ‘레즈’와 마주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해본 ‘마약의 과거사’는 불길했다.

그런데 최서해는 “처음에는 어지럽고 역기가 났다”고 했었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극락세계’를 느꼈다고 했다.

그렇다면 요즘 못된 자들이 먹인다는 ‘물뽕’이라는 것은 정말로 고약한 마약이 아닐 수 없다. 단 한 모금으로 여성을 ‘무저항’으로 만들었다는 게 그렇다. 

 김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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