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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다[신세미의 집에서 거리에서]
신세미 | 승인 2019.03.19 10:59

[논객칼럼=신세미] 경주솔거미술관의 새봄 기획전을 관람하기 위해 지난 주 초 경주를 찾았다. 경주엑스포공원 안에 자리잡은 그 미술관은 전설적인 신라시대 화가 솔거의 이름을 딴 명칭이 상징하듯 옛 도시 경주, 전통의 맥을 잇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는 9월 15일까지 열리는 특별기획전 ‘전통에 묻다’는 전통의 계승과 현대성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 속에 은거하며 자기 해석을 모색해온 작가 4명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회화 분야에서 1945년생 동갑내기인 박대성 이왈종, 작고 화가 황창배(1947~2001), 도예가인 1946년생 윤광조 씨 등 4명. 해방 즈음 태어나 한국의 격동기를 살아온 세대로, 치열한 연구와 실험을 펼치며 특유의 작품 세계를 평가받고 있는 거장들이다.

경주솔거미술관의 중정. Ⓒ신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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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가 4명은 공통적으로 대도시를 벗어나 전업작가로서 은둔의 삶, 작업 위주의 일상을 추구해왔다.

박대성 씨는 경기도 팔당을 거쳐 1999년부터 경주 남산에서 작업해온 경주의 화가. 사실적 묘사에 시구가 더해진 ‘수묵담채의 실경산수’를 펼쳐왔다. 20, 30대 시절 설악산에서 자연을 스승 삼아 오롯이 독학으로 특유의 화풍을 일궈왔다.

경주엑스포공원 안의 미술관 건립은 2008년 박 씨가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추진됐다. 승효상 건축가의 설계로 아평지 호숫가에 미술관이 문을 연 것이 2015년 8월. 이 미술관의 첫 전시가 박대성 기증작품전이었다.

박대성 작가의 전시실. Ⓒ신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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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에 묻다’전에는 높이 6.6m의, 제1 전시실의 중앙 벽면을 채운 남산 소나무 숲의 보름달밤 그림을 비롯, 정교한 문양의 자개함과 도자기 등의 병풍 그림과 글자만의 작품도 전시 중이다.

전통 분청사기를 계승한 현대 도예가 윤광조 씨도 경주의 작가다. 윤씨는 한동안 경기도 광주에서 작업했으나 주변이 번잡해지자 “아는 이, 찾아 오는 이들 없는 곳에서 작업만 하겠다”며 경주로 옮겼다. 고교시절 무전여행의 추억이 깃든 경주에 정착한 것이 1995년. 그 후 안강 도덕산의 외딴 집에서 물레 성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선의 도자예술을 펼치고 있다.

전시장에는 ‘혼돈’, ‘정’(定), ‘음율’ 및 '최근의 산동’(山動)까지 작가가 10년 여 주기로 발표해온 시리즈 중 6점이 나와있다. 작가는 25년간 살고 있는 작업실에서 경험하는 산과의 교감, 산의 에너지를 스케치하듯 흙으로 빚은 작품에 담아낸다.

이왈종 작가의 전시실. Ⓒ신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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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자연 속의 삶을 그리는 이왈종 씨는 1990년 이후 30년째 제주서 살고 있다. ‘제주 생활의 중도’라는 제목의 시리즈에는 동백나무 귤나무 수선화가 집보다 크고 새 물고기 자동차 TV 사람들이 구석구석 담겨 있다. 안정된 대학 교수 직에서 물러난 전업작가의 그림 속에 가족과 함께, 자연의 동식물과 어우러지며 낚시 골프 하는 인물의 일상이 자화상인양 생생하고 친근하다.

이왈종 전시실에는 ‘생활의 중도’시리즈 외에 색동 무늬에 작가의 이즈음 관심사를 반영하듯 요가 동작이 클로즈업된 강렬한 원색 신작 및 황금색 입체 작품이 눈길을 끈다.

황창배 작가 전시실, 벽면 유리창 너머로 연못 풍경이 한폭 그림같다. Ⓒ신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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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에 눈을 감은 황창배 작가는 1980~90년대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화의 파격, 새로운 전통을 실험한 선구적 작가였다. 전통 지필묵에 아크릴물감 잿물 캔버스 및 3차원 화판으로 동양의 정신을 표현하며 장르를 초월한 작업을 시도했다. 1990년 대학 교수직을 그만 두고 충북 괴산 작업실에서 작고 전까지 창작 에너지를 펼쳤다.

전시장에는 화선지에 먹 담채 작품을 비롯해 화면에 글자, 기호와 표현주의적 강한 붓질의 평면 작품 및 입체적 화폭의 작품도 있다.

도예가 윤광조 작가 전시실. Ⓒ신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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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엑스포공원 정문에선 미술관까지 15분여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려면 숨이 좀 차지만 ‘연못가 미술관’은 그 수고를 충분히 보답한다. 한적한 동네 골목길을 거닐 듯 동선이 아기자기하고, 아담한 중정까지 전시장 나들이가 공원 산책하듯 편안하다. 특히 황창배 작가의 제 3전시장은 벽면의 유리창 너머로 연못가 경치가 명품 풍경화 같아 관객의 장사진이 이어지는 포토존이다.

2017년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전’으로 경주솔거미술관의 이름을 알린 미술관은 이번에 미술 거장 4인전을 통해 엑스포공원 안에 자리잡은 ‘전망 좋은 미술관’의 존재를 일깨우고 있다.[논객닷컴]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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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미  dream0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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