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규의 하좀하]

[청년칼럼=한성규] 내가 한국에서 택시를 안 타는 건 세 가지 사건을 겪고 나서 부터다. 시간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미국에서 온 친구 두 명과 같이 택시를 탔다. 우리가 택시를 탄 곳은 역삼동이었고, 최종 목적지는 종로였다.

“종로 가주세요” 하고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영어로 대화를 했다. 친구들이 한국어를 못하니까. 택시 아저씨께서 한 번 더 목적지를 확인했다.

“어디?” 반말이어서 나도,
“종로”라고 대답해주었다.

아마 종로라는 내 발음에 문제가 있었으리라. 미국 친구들도 알아듣기 쉽게 발음을 굴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Ro(로~)를 굴렸을 것 같다.

택시는 출발했다. 한참을 가다가 드디어 한강이 보였다. 나는 친구들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여기가 한강이야. 예쁘지? 도심을 관통하는 강이 있는 도시가 세계에 몇 개 없는 거 알지? 서울은 멋진 도시야. 때마침 번쩍번쩍 수많은 불빛이 한강 다리 사이사이에서 빛나고 있었다. 내 미국 친구 두 명은 황홀한 표정으로 한강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다시 대화에 집중했다. 한참을 가는데, 친구들이 와, 하고 다시 창밖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창밖으로는 다시 강이 지나가고 있었다.

“진짜, 진짜 예쁘다.”

나는 궁금했다. 서울을 관통하는 강이 두 개였나?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을 건넜을 때 나는 깨달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서울 택시의 바가지구나.

Ⓒ픽사베이

택시비 60만 원

두 번째 사건은 내가 오산의 미군 공군기지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2010년이었다. 미국에서 수송기를 타고 오산기지로 바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미군들은 부임 시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서 인천에 내린다. 공항철도와 버스가 잘 되어 있지만 새로 한국에 오는 미군들은 장거리 여행에 지쳐 그냥 택시를 타는 경우가 많다. 한번은 저녁을 먹다가 인천공항에서 기지까지 오는 교통편 이야기가 나왔다.

모 중사 40만원, 모 하사 55만원, 모 병장의 택시비는 놀랍게도 60만원. 미군오산기지는 미군들의 발음 편의상 오산기지라고 정해졌지만 경기도 송탄에 있다. 공항에서 송탄까지 택시비는 평균 7만 원대이고 뱅뱅 돌아 와봤자 10만원이면 올 거리이다. 그런데 맙소사 60만원이라니. 그 돈이면 북한을 넘어 베이징까지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죽음의 아우토반

세 번째 사건은 목숨이 걸린 일이라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한번은 뉴질랜드 친구와 택시를 타고 홍대에서 경기도 하남까지 가고 있었다. 밤 2시가 넘는 시간이었고 우리는 택시 밖에는 다른 교통수단이 없었다. 밤은 깊었고 도로는 한산했다. 택시는 질주하기 시작했다. 내 친구는 안전벨트를 부여잡고 나는 떨기 시작했다. 미하엘 슈마허가 따로 없었다. 코너링도 거침이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시속 150㎞에 육박했을 때 친구가 소리쳤다.

“속도 좀 줄여달라고 해줘!”

내가 전해주자 택시 기사 아저씨는 큰 웃음을 터뜨리고는 속도를 더 올렸다. 나는 재차 속도를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코너를 반쯤 도는 상황에서 더욱 속력을 올려붙이더니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내가 이래봬도 왕년에 자동차 경주까지 나가려던 사람이란 말이야.”

나는 이제 애원하기 시작했다. 운전 실력은 알겠으니, 과속은 자동차 경주에나 나가서 내시고 지금은 속도 좀 줄여달라고. 아저씨는 이제 콧노래까지 부르며 서울 밤의 아우토반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친구를 쳐다보았다. 친구는 고개를 숙인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F-1 경주차 뒷좌석에서 1시간여를 달렸음에도 우리는 다행히 다치거나 죽지 않았다.

공유경제시대에 택시가 살아남으려면

정부와 민주당, 택시, 카풀업계 대표들이 모여 드디어 합의안을 마련했단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하루 총 4시간 동안 승용차 카풀 서비스를 허용한단다. 하지만 우버는 아직도 한국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하루는 전국의 택시들이 집단 파업을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토종업체 타다도 택시업계 종사자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단다. 타다 차량 앞으로 위협운전을 하는 택시들도 있다고 한다. 택시를 타면 타타 서비스가 위험하다는 택시 기사의 울분에 찬 설교를 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최근에 집에서 병원까지 택시를 이용하려다 승차거부를 당했다. 그 정도는 걸어가라고 했다. 급한 나는 뛸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 무슨 일이 있어 가든 말든 승차 거리가 짧은 것이 원인이었다. 그런 와중에 타협안이라고 택시 기본요금이 또 올랐다.

택시와 카풀서비스는 경쟁상대다. 중국 택시 같은 저렴한 요금도, 일본 택시 같은 고급서비스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카풀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올려야 할 것은 기본요금이 아니라 택시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한성규

현 뉴질랜드 국세청 Community Compliance Officer 휴직 후 세계여행 중. 전 뉴질랜드 국세청 Training Analyst 근무. 2012년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수상 후 작가가 된 줄 착각했으나 작가로서의 수입이 없어 어리둥절하고 있음. 글 쓰는 삶을 위해서 계속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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