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언론에 서울시가 SH공사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SH공사의 후분양제 도입을 중단하고 선분양으로 바꾸기로 했다는 서울시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이 보도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5일 업무보고를 통해 SH공사가 내년부터 주택 공정의 80%에서 분양하는 현행 후분양 방식을 민간처럼 선분양하기로 한 것으로 결정했다.
 
 경실련이 언론보도에 대해 확인한 결과 서울시는 담당자 부재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SH공사는 검토 중이라고 밝혀 언론보도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SH공사의 후분양제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는 집값폭등 시절 서울시가 분양가자율화와 선분양제의 폐해를 인정하고 소비자를 위한 주택정책을 펼치겠다며 발표한 주거안정책이었다. 이러한 서민안정책을 SH공사의 부채해소를 내세워 해결한다는 것은 서울시의 주택정책을 크게 훼손할 뿐 아니라 ‘주거안정’이라는 공기업의 역할마저 부정하는 것이다. 이에 경실련은 서울시의 SH공사 후분양제 도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다음의 입장을 밝힌다.
1. 노무현은 시늉만, 이명박은 폐지, 오세훈만 유일하게 추진.
 
완공후분양제 도입은 시장경제하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완공된 주택을 보고 자금을 지불하는 매우 당연한 권리행사이다. 민간건설사들도 1995년에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요구하며 분양가자율화가 이루어질 경우 후분양제 시행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분양가자율화 이후에도 건설사들은 선분양제 특혜를 계속 누려왔다.
 
집권 초부터 집값폭등으로 비난받았던 참여정부도 2004년도에 후분양제를 공공부문부터 ‘07~’11년까지 단계별로 의무화하겠다는 ‘후분양제 이행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2007년이 되자 주택경기 상황을 내세워 도입시기를 1년 연기하면서 결국 후분양 이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후분양 이행 로드맵마저 폐지해버렸다.
 
하지만 서울시는 2006년 9월 ‘은평뉴타운 관련 대시민 발표문’을 발표하고 은평뉴타운을 포함한 모든 서울시 공공아파트의 80% 완공 후 분양과 분양원가 공개검증을 선언했다. 서울시의 후분양 선언이후 은평뉴타운을 포함한 장지, 발산, 상암2 등 모든 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아파트가 80% 완공 후 분양되고 있고, 분양원가도 60여개 항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이로 인한 서울시 공공아파트의 분양가 거품도 제거되며 서울시민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참여정부도 이명박 정부도 지키지 않은 후분양 약속이행을 서울시만이 유일하게 추진해왔다.
2. 부채 아닌 부채를 해소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 뒤집기
 
경실련 확인결과 언론보도는 서울시와 SH공사 관계자의 인터뷰에서 나온 것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결정한 사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울시 부채를 3년 안에 7조 원 줄이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은 이번 조치에  박원순 시장의 의중이 어느정도 실려있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SH공사의 부채가 서울시 주장대로 후분양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이는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을 위한 선투자로 발생한 부채이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겠다는 것부터가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후분양제를 선분양제로 바꿔서 3년안에 7조원의 부채를 줄이겠다는 입장도 3년안에 7조원의 분양수익을 챙기기 위해 고분양을 허용하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선분양은 분양대금을 후분양보다 1~2년 앞당겨 받는 것으로 근본적인 부채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울시는 선투자 금액을 해소되어야 할 부채이고, 선분양이 마치 부채해소 방안이라 주장하지만 결국은 서울시민에게 아파트 장사하여 부채를 해소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불과하다. 
 
박원순 시장은 후보 당시 경실련의 공개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부동산 정책 중 ‘SH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 및 완공후분양제 이행을 민간건설사로 확대’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치는 후분양제의 민간확대 약속이행을 기대하는 서울시민들에 대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 뒤집기일 뿐 이다. 
3. 후분양제는 폐지가 아니라 민간까지 확대해나가야 할 주거안정책.
 
MB정부의 반값아파트 공급이후 집값하락이 장기화되면서 참여정부 시절 바가지분양으로 주택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용인동천, 인천청라·송도·영종도 등의 신도시에서 평당1,500~2,000만원대의 거품 낀 주택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최근 정부와 공기업에 책임을 묻겠다며 각종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피해는 1년후의 집값하락조차 예측하지 않은 채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선분양시스템에서 불거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소비자피해를 바라보며 정부 및 정치권 등에서 가장 먼저 마련해야 할 대책이 선분양제 폐지 및 후분양제 이행이다. 그리고 중앙정부도 하지 않는 후분양제를 2006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는 서울시의 주택정책은 매우 높게 평가받을 수 있으며, 다른 지자체로의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시가 완공후분양제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적극 추진하고 민간까지 확대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이유이다.

MB정부의 반값아파트가 집값안정에 기여하고 있지만 평당600만원이나 하는 높은 건축비는 강남서초를 제외한 지역에서의 반값아파트 공급을 막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경우 완공후분양제 이행과 분양원가 공개 등으로 건축비의 거품을 제거한 지 오래됐으며 지난 3월 공급한 강일2지구의 건축비도 평당420만원이다. 자산의 80%에 가까운 수억원의 돈을 지불하면서도 완공된 주택을 볼 수 없는 선분양제는 소비자가 아닌 건설사를 위한 특혜책임을 이제 서울시민 누구나 알고 있다. 바가지분양으로 주택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피해 뿐 아니라 모델하우스와 다른 불량주택을 공급받야야 하는 것도 선분양제의 폐해이다.
 
따라서 서울시의 후분양제 폐지방침은 과거와 같이 건설사를 위한 주택정책으로 회귀하자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후분양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한 SH공사의 부채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사업으로 발생한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서민정책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공기업으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1000만 서울시민의 주거안정을 책임져야 할 박원순 서울시장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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