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희의 현실경제 속으로]

[논객칼럼=양원희] 최근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2주택 1분양권 보유와 아파트 증여로 비난을 받으며 낙마했다. 부동산가격을 잡아야 할 주무장관이 투기행위를 했다는 여론악화도 있었지만, 시중에서 유행하는 양도세 회피를 위한 증여행태가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지금까지 상속증여의 경우 재벌과 거대 자산가의 승계가 관심사였지만, 이제는 우리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며 특정 장관후보자만의 사안이 아니다.

국민이 보유한 자산규모가 비대할 정도로 커지고 있고, 저성장과 노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상속증여규모가 급증하면서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노력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자수성가보다는 상속증여로 인한 이전소득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는 세습형 경제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부동산가격의 급상승이 증여를 가속화시켜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개개인의 재산형성에 있어서 자유경쟁원리에 따른 능력주의보다 부모가 노력하여 형성한 자산을 상속받아 얻어지는 기득권의 비중이 더 커진다면, 국가공동체는 경제정의가 상실되고,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체제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픽사베이

상속자산이 자산형성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재산축적은 근로소득의 일부를 저축해서 형성하거나, 상속증여로 부모의 자산이 이전되어 형성된다. 자본주의 발전 초기단계, 즉 자본의 축적도가 낮은 상황에서 모든 근로자들은 동일한 조건에서 저축을 통해 자산을 축적한다. 경제성장과 자본축적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개인간에 축적된 자산격차가 생기면서, 축적된 자산이 이전되거나 자산에서 창출하는 소득(자본소득)이 재산형성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특히 저성장 경제로 진입하면 근로소득과 저축이 상속증여를 통해 형성되는 이전소득 규모를 따라잡기 더욱 어려워진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동국대 김낙년 교수의 추정에 의하면, 2000년대 초에는 상속증여규모가 국민소득 대비 4%대 중반이었으나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그 규모가 급증하여 8%대를 넘어서고 있다. 유럽국가들(10-15%)과 비교해서 아직 낮은 수준이나 증가속도는 매우 빠르다. 더욱이 국민의 재산 증가부분에서 상속증여가 기여하는 비중이 1990년대에는 30% 이하였지만 2000년대에 4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유럽의 경우 50-60%)

위의 추정치도 실제상황보다 매우 낮게 추정된 것이다. 상속세대상 재산규모는 5억원 이상으로, 그 이하인 경우는 상속세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통계자료가 없고 암암리에 행해지는 상속증여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재산형성에서 상속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서구선진국 수준(50-60%)에 접근하고 있다고 추정되며, 이러한 증가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가격 상승과 인구 노령화가 세습자본주의를 가속화한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상속자산은 국민자산/국민소득, 사망률, 사망자와 살아있는 자의 평균자산비율 등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2017년 말 국민자산/국민소득은 이미 8배에 달한다. 이는 경제성장으로 축적된 자산규모가 한해 동안 생산하는 국민소득규모의 8배에 달한다는 것으로서 유럽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발전 역사는 서구보다 짧지만, 부동산가격 급상승으로 자산규모가 국민소득규모에 비해 비대해진 결과다.

우리국민의 사망률의 경우, 2008년 인구 1000명당 5.0명에서 2018년 5.8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추세는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 진입으로 더욱 증가추세를 나타낼 것이다. 향후 사망률의 증가로 상속증여자산의 규모가 증가될 뿐 아니라 불평등 정도가 더욱 커질 것이 예상된다.( 강원대 정준호 교수는 고령층으로 갈수록 보유자산규모가 증가될 뿐 아니라 고령층 내에서의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피케티가 제시하는 상속자산규모를 결정하는 3가지 요인 모두를 고려할 때, 상속자산규모가 더욱 커지는 방향으로 진전될 것이다. 우리가 세습자본주의로 진입하는 속도는 예상외로 빨라질 수 있다.

부동산가격 억제하고 주택의 상속증여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우리나라의 국민자산규모가 급증한 주요 요인은 부동산가격의 급등이다. 2014-2017년에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증가된 자산은 2,389조에 달하고, 같은 기간에 증가된 국민소득은 319조에 불과하다. 비정상적으로 거대해진 부동산 자산이 상속증여로 이전되기 시작하면서 열심히 일해서 얻는 자산보다 불로소득으로 얻는 자산의 규모가 급증하고, 개인의 자산형성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부동산가격이 소득에 비해 너무 높아, 자녀들이 상속증여가 아니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려 상속증여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주택에 관련된 상속증여는 다른 자산보다 상속증여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금융자산이나 토지 등의 상속증여는 국민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이 적어 일반인들에게 타격이 적다. 반면 주택의 경우는 많은 젊은 층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사회적 부작용이 크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상속증여에 대해서는 특별관리가 필요하다. 주택을 상속증여하는 것이 주택시장에 매도하는 것보다 유리한 세금체계는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 다주택자의 물량이 주택시장으로 나오지 않고 상속증여로 이전되는 것은 경제논리와는 별개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주택에 관한 한, 타 자산과 별도로 상속증여세제를 정립하여 다주택자의 주택이 상속증여로 잠기지 못하게 하고, 시장에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경제가 저성장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세습자본주의는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출생률이 1.0이하로 진입하여 한 가구당 출생아가 1명 이하로 줄어든 상황에서 상속자산규모는 급증할 것이다. 더욱이 다자녀에게 나누어주던 시절과 비교하면, 한 자녀에게 몰아주어 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 자명하다.

세습자본주의로 더 진전된다면 우리경제의 창조력과 탄력성은 떨어지며, 계층간의 갈등으로 사회불안은 고조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희망을 갖고 역동성있는 경제활동을 하기보다는 상속자산만 바라보며 무기력해질 수 있다. 서구선진국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세습자본주의의 대세는 막을 수 없겠지만, 어떻게 하면 속도를 늦추고 공동체의 공존에 충격을 줄일 수 있을 지, 그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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