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글로 보다]

[청년칼럼=김동진] 트위터에서 어떤 글을 보았다. 남편과 함께 시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러 감자탕집에 갔는데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순간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화장실 좀 같이 가자고 하더란다. 굳이 같이 갈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따라가서 볼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이번에는 어머니가 잠깐 이야기를 하자며 빈 테이블에 앉아서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셨다. 긴 이야기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가니, 이미 시아버지와 남편은 식사를 끝낸 상태였다. 화가 난 며느리가 추가 주문을 하려고 하자 시어머니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남은 거 먹고 일어나자고 채근했다. 그 후에도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었다. 갈비찜을 만들었다고 먹으러 오라고 해서 집으로 가면 또 며느리만 따로 불러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끌고, 그 사이 시아버지와 남편이 음식을 다 먹는 식이었다.

시어머니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남편과 아들을 어떻게든 배불리 먹이겠다는 것. 이해가 안 되는 건, 그러는 동안 자신도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는데 왜 그러냐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남편과 아들을 잘 먹이겠다는 엄마의 숭고한 희생정신이라고 치자. 그런데 왜 애먼 며느리는 밥을 굶어야 하나. 제 식구, 남의 식구 구분하는 어머니의 신념에 며느리만 희생당하는 건 아닌가. (며느리는 식구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듯하다)

남편과 아들의 태도도 문제다. 식사 자리에 며느리만 쏙 빼놓는 처사를 못하게 하거나, 아니면 하다못해 두 사람을 위해 따로 음식을 덜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픽사베이

흔히 보는 풍경이 있다. 가족들이 고깃집으로 외식을 갔는데 아내는 고기 구우랴, 아이들 먹이랴 정신없고 남편은 고기가 익는 족족 주워 먹다가 자기 배부르다고 이제 나가자고 먼저 일어서는 장면. 아내는 아기를 들춰 업고 양손에는 검은 비닐에 든 짐까지 잔뜩 들고 걸어가지만 남편은 뒷짐 지고 어슬렁어슬렁 따라가는 장면. 맞벌이 부부인데도 가사 일은 아내가 훨씬 더 많이 하는 현실.

여자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사회분위기. 앞 이야기의 시어머니는 어쩌면 그런 분위기의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그는 이기적인 사람인가, 이타적인 사람인가. 자신이 먹을 걸 아끼면서까지 남편과 자식을 위하는 걸 보면 대단히 이타적인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며느리가 먹는 것은 아까워하는 것을 보면 자기 식구만 챙기는 대단히 이기적인 사람 같기도 하고.

그에게 딸이 있다면, 자기 딸이 시댁에서 그런 대접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의 우려와는 달리 대부분의 시어머니들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한다. 바로 이중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며느리한테는 그래도 되고 내 딸한테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명절날, 며느리는 시댁부터 와야 하고, 이왕 왔으면 하룻밤 자고 가야 되지만 내 딸은 최대한 빨리 친정으로 와야 되는 것이다. 이해 할 수 없지만 어차피 이해를 바라고 하는 행동도 아니다.

예로부터 ‘사위사랑은 장모님 사랑’이라고 사위를 위해 씨암탉 잡고 맛있는 음식을 상 가득 차리는 장면은 많이 봐왔는데 그 반대의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다. 며느리가 암에 걸려 수술을 위해 입원한다고 전화 드렸더니 첫 마디가 ‘그럼 애 아빠 밥은?’ 이라고 했다는 웃픈 일화도 있다. 자신이 굶더라도 아들만은 맛있게 먹이겠다는, 자나 깨나 아들 생각 밖에 없는 시어머니들의 위대한 희생정신, 참 알다가도 모를 이상한 나라의 시월드라고 할 수 밖에. 

김동진

한때 배고픈 영화인이었고 지금은 아이들 독서수업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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