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말머리]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한 신인 모델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의 사진을 인터넷을 하며 우연히 본 기억이 있다. 알고 보니 그는 6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패션 인플루언서였다.  

그의 남다른 패션 감각과 당찬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몇몇 사진을 본 것 말고는 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짧은 인터뷰를 통해 이 신인 모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됐고, 다른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까지 추가로 찾아보게 됐다.

그는 모델로 데뷔하기 전까지 참 다양한 일을 했었다.

순댓국집을 오랫동안 운영했었고, 연탄 장사와 쌀 장사도 한 적이 있다. 그렇게 누구보다 성실하게 인생을 영위해오다가 사랑하는 사람의 권유로 모델계에 입문하게 된다.

그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이 신인 모델의 딸이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그가 가게를 정리하고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을 때, 그와 여러 이야기를 나눈 후 그의 딸은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할 수 있는 건 모델밖에 없다.”

딸의 응원, 그리고 이 신인 모델의 피나는 노력이 합쳐져 결국 매우 희소성 있는 스타일의 모델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이 신인 모델의 이름은 김칠두. 네티즌들은 ‘칠두킹’이라는 애칭으로 그를 부르기도 한다. 그의 SNS를 보다가 “저의 할아버지가 되어 주세요”라는 깜찍한 댓글을 보기도 했다. 젊은 세대에게도 김칠두라는 모델의 ‘멋’과 ‘태’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1955년생인 그의 워킹, 자세, 무대 장악력은 30~40년 어린 ‘선배’ 모델들에 딱히 뒤지지 않는 듯하다. 외려 젊은 모델에게서는 간취해내기 힘든 어떤 ‘아우라’가 보는 이의 눈길을 더욱 강렬히 사로잡는다.    

그는 “누구나 다 자기의 끼가 있다”고 말한다.

Ⓒ김칠두 인스타그램

나의 진짜 ‘끼’가 무엇인지, 그것을 더 발전시켜 나갈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건지, 남과 비교만 하며 불평만 하고 있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자신 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알랭 들롱(Alain Delon)을 동경했던 남자 김칠두. 이젠 적잖은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고,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알랭 들롱을 좋아했던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에게 김칠두는 목표고, 로망이 되었을 터.

나이 듦에 대한 그의 시선도 인상적이다.

“모델 일 시작하면서 포토 수업을 하잖아요. 거기 찍혀 나오는 내 모습을 보니까 ‘아, 바로 이거구나’. 육십몇 년 동안 살아온 발자취가 바로 이 주름하고, 이 흰 수염이 아닌가. 그런데 이제 젊으면 이런 캐릭터가 없을 것 아닙니까. 나이 들어서 나오는 거니까. 아직 '청춘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맞다. 그의 주름, 흰 수염. 많고 많은 그의 젊은 선배 모델들에게 보기 힘든 그것. 그 희유(稀有)함이 김칠두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그리고 그의 말마따나 그는 아직 청춘이다.

영어도 다시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한다. 세계 4대 패션위크에 서고 싶기 때문.

끝없이 도전하는 사람, 청춘의 한복판에 서있는 사람, 신인 모델 김칠두. 

밀라노에서, 뉴욕에서, 파리와 런던에서 그의 화려한 런웨이를 보고 싶다. 꼭!

 석혜탁

- 대학 졸업 후 방송사 기자로 합격. 지금은 기업에서 직장인의 삶을 영위.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저자. 
-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한다. 가끔씩 라디오에도 나간다.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