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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삼성사용법[최진우의 세상읽기] 삼성을 대하는 정부의 이중성
최진우 | 승인 2019.05.10 10:44

[논객닷컴=최진우]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KBS와 ‘대통령에게 묻는다’라는 특집대담을 가졌다. 많은 주제가 다뤄진 이날 대담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단연 경제였다.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의 만남 등에 대한 비판적 질문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에 도움 된다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누구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벌을 만나면 친재벌이 되고 노동자를 만나면 친노동자가 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날 삼성 방문을 앞두고 오전 국무회의에서는 대기업 오너들이 횡령이나 배임을 저지르면 경영권을 갖지 못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는데 그러면 그것은 반재벌이냐, 상투적인 비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 공장 방문이 이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봐주기 아니냐는 것은 우리 사법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말씀이며 재판은 재판, 경영은 경영, 경제는 경제”라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KBS와 특집대담을 갖고 있다. ⒸKBS 방송 캡처

맞는 말이다. 먹고사는 문제만큼 국민에게 중요한 일은 없다. 더욱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경제를 챙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그런 적극적인 모습은 위기극복을 향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신호로 보인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어느 누구라도 만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눈을 돌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보면 상황은 완전히 딴판이다. 최근 들어 검찰은 삼성바이오에 대한 수사의 강도와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 7일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해 공장 마룻바닥 아래에 숨겨져 있던 노트북과 회사 공용서버 등을 확보하고 보안직원을 구속했다. 검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후신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소속 모 상무와 계열사 보안업무를 총괄하는 TF 소속 모 상무 등에 대해서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의 속도를 높이면서 삼성그룹 윗선을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검찰의 수사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보수성향의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검찰이 분식회계와 관련해서 객관적 증거를 통한 입증이 어려워지자 증거 은닉이라는 정황증거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바이오 수사와 컴퓨터 서버 은닉을 보는 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일반인들은 지은 죄가 없는데 왜 서버를 숨겼냐고 할 것”이라며 “기업을 안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압수수색 기간에 이런 행위를 하면 증거인멸의 범죄겠지만 압수수색 기간이 아닌 기간에 이런 행위는 기업과 개인의 합법적 자위권”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검찰이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인도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부회장이 인도를 국빈방문중이던 문 대통령과 공장 준공식에서 만났을 당시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재계는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친기업 행보를 보이며 삼성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반면 검찰은 삼성을 겨냥해 칼날을 갈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KBS와의 특집대담에서 지적한 대로 “재판은 재판이고, 경제는 경제”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재계인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재벌, 특히 삼성처럼 거대재벌을 겨냥한 검찰수사는 정권과의 교감 없이 진행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휘말린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재판을 남겨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2월 항소심 재판에서 ‘묵시적 청탁은 없었다’면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마지막 고비인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으로선 여론의 향배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삼성이 지난달 30일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삼성의 투자규모는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투자규모를 훨씬 초과한 액수다. 정부를 향한 유화제스처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한편에서는 삼성에 도움을 청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칼날을 가는 이중적인 행보는 때리는 시어머니와 말리는 시누이를 떠올리게 한다.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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