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의 일기장]

[청년칼럼=김우성] 나는 기억력이 좋다. 특히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한다. 처음 만난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확실히 인지해 다음에 또 만났을 때 상대방의 이름을 부른다. “OO아 안녕!”이라고 반갑게 인사 건네면 상대방도 밝게 화답하고는 한다.

학교 테니스 동아리에서 졸업하신 선배님들을 초대해 함께 운동하는 ‘OB전’을 준비하고 있다. 30년이 넘은 전통 깊은 동아리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2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선배님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선배님 명단을 보니 100명이 넘었다. 나를 포함한 임원 다섯 명은 단체 문자를 작성했다. “안녕하세요”로 시작해 행사 일정을 소개한 다음, 참석 여부를 묻는 내용을 담았다. 똑같은 문자를 명단에 적힌 연락처로 일괄 전송했다.

Ⓒ픽사베이

답장을 주신 선배님이 일부 계셨다. 하지만 대부분 응답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회신을 하지 않으신 대다수 분께 전화로 다시 한 번 인사드렸다. 통화하면서 그제서야 참석 여부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전화로 소식을 전하자 많은 분이 문자 받았었다고,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진작에 문자로 연락드렸을 때 답장 주셨으면 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그 분들의 ‘읽씹’이 이해가 되었다.

‘모두에게 보낸 문자는 아무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영혼 없는 단체 문자에 크게 관심 갖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새해 첫날, 복 많이 받으라는 단체 문자를 받을 때와 기분이 같겠지?

단체 문자에 답장이 없고, 전화 걸어도 부재중인 경우에는 최후의 수단을 시도했다. 바로 ‘선배님의 이름 넣어 문자 보내기’

이번에는 단체 문자와 다르게 “OOO 선배님 안녕하세요”로 시작했다. 행사 일정을 소개하고 참석 여부를 묻는 내용은 똑같이 반복했지만, 이름은 매 번 다르게 썼다. 손이 많이 갔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었다. 한 분씩 이름을 넣고 전송하는 사이 답장이 계속 왔다. 불참한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많은 선배님이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그 날 선약이 있어서,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요즘 일이 바빠서 등 불참 사유도 밝혔다. 몇몇 분은 나에게 “우성아 반갑다”라고 인사하며 편한 형, 누나처럼 답장 주셨다.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나는 ‘개인톡’을 할 때 가급적 OO아, OO형/누나, OO선생님처럼 이름을 앞에 넣고 용건을 말한다. 서로 잘 아는 사이고, 그 사람한테만 보내는 메시지인 걸 상대방도 알 테지만, 그래도 이름을 부르고 시작한다. 이름 부르기의 힘을 알기에 더욱 열심히 이름을 부른다.

그래서 내가 인기가 많나? 역시, 핵인싸인 이유가 있었구나.

 김우성

낮에는 거울 보고, 밤에는 일기 쓰면서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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