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복의 잡설]

[논객칼럼=김부복] 단백질이 턱없이 부족하던 시절, 우리는 ‘볶은 메뚜기’를 먹었다. 지금은 농약 때문에 귀해졌지만, 바삭바삭하면서 고소했다.

우리는 ‘번데기 통조림’도 어쩌다가 먹고 있다. 역시 고소한 맛이다.

언젠가, ‘번데기 통조림’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다가 강아지에게 ‘한 마리’를 던져줬다. 녀석은 킁킁거리며 그 냄새를 잠깐 맡는 듯하더니, 발랑 누워서 등으로 비비고 있었다. 애완견에게 누에 번데기는 ‘먹이’가 아니라 건드리기 껄끄러운 ‘벌레’인 듯싶었다.

우리가 맛을 아는 ‘곤충요리’는 대충 이런 수준이다. 다른 곤충의 맛은 먹어본 사람에게 들어볼 수밖에 없다.

Ⓒ픽사베이

‘파브르 곤충기’에 파브르가 ‘매미요리’를 시식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는 4마리의 새끼 매미를 얻었다. 맛이 될 수 있는 대로 변하지 않도록 간단한 요리방법을 택했다. 올리브기름 4∼5방울, 소금 한 스푼, 양파 등을 약간 준비했다.… 매미튀김 맛은 새우튀김 맛과 비슷했다. 아니, 볶은 메뚜기 맛에 더 가까웠다.”

볶은 메뚜기 맛이라면 바삭바삭했을 것이다. 그런데 파브르는 “무척 딱딱하고 물기가 없어서 마치 가죽을 씹는 듯했다”고 썼다. 파브르에게는 그 맛이 ‘별로’였던 것 같았다.

매미는 고대 그리스 사람도 먹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밝혔다.

“매미는 허물을 벗기 전의 애벌레일 때가 가장 좋다. 허물을 벗고 성체가 된 매미는 수컷이 더 맛있다. 짝짓기를 한 후에는 하얀 알이 가득 든 암컷이 더 낫다.”

‘네 발 달린 것은 책상만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 사람이 빠질 수 없다. 중국의 옛 요리책 ‘제민요술’은 매미요리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매미를 굽고, 찌거나 삶아서 먹기도 했다.

브리스토우라는 서양 학자는 여러 종류의 ‘곤충요리’를 시식했다. 곤충에 포함되지 않는 거미까지 먹어봤다.

“구운 쇠똥구리, 혹은 몸뚱이가 연한 거미는 껍질이 바삭바삭하고 속은 수플레처럼 부드러워 기분 나쁜 것은 전혀 없었다.… 흰개미, 매미, 그리고 귀뚜라미의 맛은 상추와 가장 비슷한 것 같았고, 큰 네필라 거미는 상추와 날감자 맛이었으며, 물방개는 농축한 치즈 맛이 났다. 나는 이 곤충들을 먹고도 아무 일도 없었다.…”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플랑크톤을 ‘냠냠’한 사람도 있다. 뗏목을 타고 태평양을 건넌 탐험가 헤이에르달은 저서 ‘콘티키’에 플랑크톤 맛을 이렇게 적었다.

“냄새는 고약했지만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조그만 새우 모양의 플랑크톤은 맛이 새우죽과 비슷했다. 심해(深海)의 어란(魚卵) 플랑크톤은 캐비어 비슷한 맛이 났고, 어떤 때는 쓴맛이 나기도 했다.… 골라내야 할 것은 풍선 모양의 우무질 강장동물과 길이 1cm 가량 되는 해파리였다. 이것들은 쓴맛이 나서 먹을 수 없었다. 그 외에는 모두 그대로 먹거나 혹은 맑은 물에 끓여서 먹을 수 있었다.”

곤충으로 담근 ‘젓갈’도 있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따르면, 송나라 때 어느 지역에서는 초여름 밤이 되면 개울가에 천아(天蛾)라는 곤충이 떼 지어 날아다녔다. 그러다가 하룻밤 사이에 날개가 떨어지며 물 위를 떠내려갔다. 그러면 사람들이 모두 건져서 면(麵)과 소금을 섞어 젓갈을 담갔다고 했다.

그렇다면, 송충이 요리는 어떨까. 그 맛 역시 작가 유금호의 입맛을 빌려야 느껴볼 수 있다.

유금호는 “튀겨낸 송충이는 비스킷 씹는 기분이어서 소주라도 한잔 곁들이면 입 안 가득 소나무 향기에 귓속으로 솔바람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는 친구의 권장 때문에 ‘송충이 튀김’을 시식했다. 친구가 만든 요리였다.

“바싹 두 번씩 튀긴 것을 안주 삼아 몇 마리인가를 먹었는데, 솔바람 소리는 몰라도 입 안에서 소나무 향기는 확실히 느껴졌다.”

유금호는 ‘청설모 요리’도 소개하고 있다. “짚으로 싸서 장작불 속에 넣어 구웠는데, 기름기 없이 쫄깃쫄깃한 맛이 참새고기와 비슷했다”고 밝혔다.

유금호는 ‘구운 청설모’와 함께 ‘볶은 청설모’ 맛도 전해주고 있다.

“빗줄기 속에서 소주 안주로 먹는 청설모 볶음 요리는 나름대로 별미였다. 잣을 많이 먹은 놈은 잣 냄새, 호두를 주로 먹은 놈은 호두 냄새, 밤을 먹은 놈은 밤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 있었다.”

유금호는 그러면서 귀띔을 하고 있다. 요리를 하기 전에, 청설모의 발을 잘라버려야 좋을 것이라는 충고다. 냄비 속의 청설모 발 생김새가 쥐와 '닮은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쥐를 약으로 먹기도 했다.

“아이들이 ‘식구창’에 걸리면 뱃속에 가스가 차서 밥이 소화되지 않는다. 그러면 비쩍 마르고 사지가 가늘어지며, 머리가 커 보이고 눈이 어두워진다. 그럴 때 쥐를 잡아 껍질을 벗기고 구워서 소금을 찍어서 먹였다. 쥐고기는 근육질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담백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난다.” <조선 사람의 생로병사, 신동원 지음>

곤충요리는 ‘미래식량’이라고 했다. 어떤 식품업체는 ‘고소애’를 분말 형태로 갈아 고소한 맛과 영양을 강화한 ‘곤충 순대’를 내놓았고, 또 어떤 업체는 귀뚜라미 분말을 넣은 ‘귀뚜라미국수’를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건 또 무슨 맛일까.

 김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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