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의 신드롬필름]

[청년칼럼=신영준] 어느 날 메일이 한 통 왔다. 오피니언타임스에 자영업자의 삶을 주제로 쓴 칼럼을 보신 tbs 교양프로그램 tv민생연구소 작가님의 인터뷰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전화통화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섭외제의를 해주셨다. 하지만 이야기가 끝난 뒤 내가 서울이 아닌 지방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약간 주춤했다.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말로 통화가 끝이 났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좋은 기회가 날아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연락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경험이지 하며 그냥 넘겼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서 인터넷으로 방송국과 프로그램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지상파가 아닌 유튜브 기반 방송이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신기한 일이 있었다며 자랑도 하고, 하지만 아쉽게 됐다며 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일주일 뒤 다시 섭외가 결정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방송 일주일전 A4 두 장 분량의 질문지를 받았고 며칠 후 또 비슷한 분량이 추가된 질문지를 받았다.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설레고 행복했다. 낮에 열심히 장사를 끝내고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어 TV를 봐야할 시간에 노트북 앞에 앉아 간만에 신나게 타자기를 두드렸다.

Ⓒ신영준

방송 하루 전 대본을 받았다. 생방송 프로그램이라서 모든 것이 타이트하게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시간 전 분장실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기 전까지는 마냥 재밌고 체험학습 온 초등학생마냥 들떠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진짜 방송을 하러 왔다는 부담감이 정돈된 머리와 피부를 통해 와 닿았다.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열심히 외웠던 답변들이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했다. 대기실에서 진행자분들과 게스트로 나오신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뜬 마음을 다잡아야했다.

“방송 10분전입니다!”

아주 큰소리였다. 올해 들었던 육성 중에 아마 제일 큰소리 일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긴장이 극에 다르면 심장이 쿵쾅댄다거나 땀이 난다기보다 표정이 경직되고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기분이 든다. 전반적으로 느릿느릿한 상태가 되어 스튜디오로 입장했고 마이크를 찼다.

“방송 5분전입니다!”

하필 가슴팍에 작은 글씨로 상표가 프린트 되어있는 티셔츠를 입고 갔었다. ‘이걸 어쩌지’ 하는 조연출분과 작가님들의 대화에 짧은 시간동안 내가 사고뭉치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느꼈지만 원만히 해결되었다. 5초전부터 카운트가 큰소리로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지만 진행자분들은 익숙한 듯 1초전까지 사담을 나누셨다. 건너편에 앉아있는 내가 다 조마조마했다.

Ⓒ신영준

대담은 배달앱의 문제점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스마트폰이 발전하며 종이부착물이나 배달책자에 의존하던 기존의 영업방식이 배달앱 위주로 돌아가며 새로운 지출이 발생하였고 등장 초창기와 비교하자면 많은 것이 조율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영세 자영업자나 경쟁이 심한 곳에서는 배달앱에 지출하는 비용이 부담이 된다.

고객리뷰나 별점이 중요해지면서 리뷰대행이나 사장님 댓글을 대신 달고 관리해주는 불법업체들이 생겨났고 악성 리뷰어 때문에 가게가 문을 닫거나 배달앱서비스를 해지하게 되는 문제도 있었다. 리뷰를 작성하면 음료나 사이드메뉴를 서비스하는 이벤트를 함으로써 별점을 올릴 수 있지만 그만큼 원가율이 상승하고 마진은 줄어든다.

Ⓒ신영준

고객들 입장에서는 주문도 용이하고 혜택도 많아서 배달앱으로 발생하는 매출의 비중이 커지고 있어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끊어내는 것이 불가능해진 형국이다. 그리고 한 번씩 진행하는 ‘치킨 0원’, ‘해당 메뉴 7000원 쿠폰’ 등 공격적인 할인 이벤트가 업주에게 비용을 청구한다거나 하는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피자 할인 이벤트를 한다면 그날 배달을 시켜 드시는 분들은 한정되어 있고 할인 혜택을 주는 품목이나 브랜드로 주문이 몰리니 다른 곳들은 주문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물론 배달앱에 의해 유입되는 신규고객들도 많고 업체의 운영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도 다수 제공하고 있다. 절대로 배달앱 사용이나 존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힘든 자영업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생존권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막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논의되고 있는데 하루 빨리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신영준

언론정보학 전공.
영화, 경제, 사회 그리고 세상만물에 관심 많은 젊은이.
머리에 피는 말라도 가슴에 꿈은 마르지 않는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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