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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이상주] 메이저리거 류현진(LA다저스)이 게임을 한 쿠어스필드(Coors Field)가 관심이 되고 있다. 1995년에 문을 연 쿠어스필드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이다. 덴버의 해발 1600미터 고지에 지어진 구장으로 수용 인원은 약 5만 명이다.

이 구장은 흔히 ‘투수의 무덤’으로 통한다. 빅리그 대표 투수들마저 저조한 성적을 낸 구장으로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2015년에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이곳 성적은 1승 2패에 자책점이 4.97이다. 역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과 함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에 빛나는 랜디 존슨도 7승 5패에 방어율 4.01이다. 2004년 아메리칸리그 다승왕인 커트 실링의 이곳 성적은 4승 4패에 5.51의 평균 자책점이다. 2008년 내셔널리그 투수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제구의 달인’ 그렉 매덕스는 8승 2패를 기록했으나 방어율은 5.19였다.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는 1996년에 노히트 노런의 위업을 이루는 등 3승 1패였으나 방어율은 8.05였다. 한국인 특급투수 박찬호도 5승 2패였으나 평균 자책점은 6.06이었다. 김선우가 콜로라도 시절인 2005년에 샌프란시스코전에서 3안타 1볼넷의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으나 쿠어스필드는 많은 투수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의 장소다. 류현진도 ‘타자 친화구장’의 ‘투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픽사베이

류현진은 6월 29일 콜로라도전에서 4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한 9안타에 1볼넷을 내주며 7실점했다. 이로써 그의 쿠어스필드 성적은 1승 4패에 평균자책점은 10. 73이 되었다. 류현진의 7실점 악몽은 2⅓이닝을 던진 2014년 7월 9일 디트로이트전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9승 이후 10승 도전에 내리 4차례 실패하면서 시즌 2패째를 당했다. 평균자책점도 1.27에서 1.83으로 올라갔다.

류현진에게 쿠어스필드는 낭만의 장소는 아니었다. 이 날 전까지 통산 4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1승 3패에 평균자책점 7.56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승리는 첫 등판한 2104년에 거두었고, 2017년에 세 번 출전했으나 10⅔이닝 만을 소화하며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쿠어스필드에서는 곧잘 타격전이 펼쳐진다. 류현진이 등판한 이날도 양팀은 28안타를 주고 받으며 콜로라도가 13점, LA 다저스가 9점을 얻었다. 전날에도 양팀은 34안타 20득점. 난타전을 펼쳤다.

쿠어스필드가 투수의 무덤이 된 결정적 이유는 고지대 위치다. 이 구장을 품은 도시 덴버는 `마일 하이 시티(Mile-high City)다. 해발 1600미터인 1마일 위의 높은 곳에 건설된 도시다.

높은 곳에서는 타구가 멀리 뻗는다. 고지대일수록 공기 분자의 밀도가 옅고, 기압은 낮다.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공기가 희박하다. 따라서 공기의 저항이 적고, 공기 분자의 이동이 쉽다. 타자들이 타격을 하면 낮은 지대의 구장보다는 멀리 나간다. 쿠어스필드에서 홈런 등 장타가 많이 터지는 이유다.

타구의 비행 거리는 고도, 온도, 풍속 등의 영향을 받는다. 예일대 로버트 어데어 교수 연구에 의하면 타구의 거리는 고도가 1,000피트(304.8미터) 높아질 때마다 2.1미터씩, 기온이 10도 올라갈 때마다 1.2미터씩 늘어난다. 공기 밀도만 보면 고도 1600미터인 쿠어스필드는 해발 0미터에 근접한 인천 부산 서울 등의 우리나라 구장에 비해 타구가 10퍼센트 가량 더 비행한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100미터를 날아갈 타구는 쿠어스필드에서는 110m쯤 비행한다. 부산이나 서울에서 외야 플라이볼로 처리될 타구가 홈런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바람 방향도 변수다. 바람이 홈플레이트에서 외야 쪽으로 불면 타구는 더 멀리가고, 반대방향이면 타구는 적게 날아간다. 통계적 평균을 따르면 풍속이 홈에서 외야 쪽으로 시속 1마일(1.609킬로미터)씩 빨라질 때마다 비거리는 91센티미터씩 증가한다. 

또 투구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 낮은 밀도는 구속을 빠르게 하지만 회전수가 적게 된다. 결과적으로 볼의 위력이 감소하고, 볼의 변화 각의 예리함이 줄 수가 있다.

쿠어스필드는 홈에서 좌측 펜스까지 106미터, 중앙까지 126미터, 우측 펜스까지 107미터다. 이를 고도에 따른 비거리를 적용하면 좌 95미터, 우 96미터, 중앙 115미터의 구장인 셈이다. 더욱이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풍속이 빠르게 홈에서 외야로 분다면 더욱 작은 구장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투수로서는 대단히 악조건인 구장이다.

 이상주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장과 야구부장으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는 세종대왕 자녀교육법, 세종의 공부법, 조선명문가 독서교육법 등 베스트셀러 10여 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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