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내가 부산으로 이사 간 이유1)에서는 내가 은퇴 후 부산으로 이사온 이유에 대해 경제적인 부분과 꿈의 실현 측면에서 이야기를 했다. 이번 글에서도 계속해서 내가 부산으로 이사온 이유를 얘기해보겠다.

셋째, 삶의 질

삶의 질(QOL : Quality of Life)이라는 개념은 눈에 보이고 측정 가능한 물질적 생활 환경의 수준과 같은 객관적 물질적 요인과 만족감, 안정감, 행복감 등의 주관적 의식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삶의 질에 대한 설명 중 물질적인 측면의 경우 앞부분에 열거된 경제적인 이유와 전편에서 언급한 부산에서의 나의 일상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면 그것은 당신의 상상력이 부족한 탓이다.

이번 글에서는 특히 주관적, 의식적 요인인 만족감과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 생각에 삶의 질, 특히 정신적 만족도는 대단히 주관적이다. 그 말은 곧 판단의 기준이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 나 자신이 새롭게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 주제에 관한 많은 얘기들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나만의 행복 기준을 다시 만들고 그 기준으로 새롭게 내 삶을 평가해 보면 과거 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대수준을 낮추면 실망할 일이 적어지듯 행복의 수준, 즉 행 불행의 판단 기준을 과거 보다 더 낮추는 것 만으로도 불행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교의 개념은 어떤 형태로든 포함될 수 밖에 없다.

남들과의 비교는 물론 과거의 나 자신과, 또한 영어의 가정법처럼, 수학의 확률과 경우의 수처럼, 경제학의 게임이론처럼 내가 현재 이런 선택 혹은 저런 선택을 할 경우 그 결과(즉 나의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까지도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만큼 매우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부산에 온 이유도 결국 여러 가지 비교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부산에 사는 것이 서울에 사는 것 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또한 종합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아직도 지인들이 정확히는 비슷한 업종에, 혹은 업무 관련성이 있는 협력사 또는 클라이언트사에 근무하는 동기 선후배들이 많이 살고 있다. 

특히 나보다 더 오래 안 짤리고 회사에 버티고 있거나 새로 직장을 바꿔 지금까지도 돈벌이를 하고 있는 지인들, 돈 잘 벌고 잘나가는 동창 애들이 간혹 있다. 그런 애들을 보면서 우울해 지고 열등감 느끼고 스스로를 원망하는 대신 내 정신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헤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만족감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내 경우는 정말 그랬다. 부산에 오고 나서부터 그런 사람들을 만날 일도 거의 없고 그런 일로 마음 상할 일도 거의 없다. 남들과의 비교에서 해방되어 오직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오면서 받은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어떤 삶을 살 것 인가? 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결정이고 행복한 은퇴생활로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그게 뭐냐고? 은퇴생활 동안 평생 여행자로 사는 것이다.

Ⓒ픽사베이

생활자에서 여행자로 내 삶의 정체성을 바꾸기로 결심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 것 중 하나는 대한민국에서 행복학의 기반을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행복에 대한 연구 보고서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사람의 인생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많은 요인 중 가장 지속적으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활동으로 여행을 꼽았다.

그 이유는 여행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 많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여행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신혼여행, 수학여행, 졸업여행, 가족여행, 친구, 부부, 연인과의 여행….

여행이라는 단어 속에는 행복한 순간, 잊지 못할 순간, 최고의 순간과 같은 긍정의 형용사와 설렘, 새로움, 경외감, 놀라움, 짜릿함, 감동, 신기함과 같은 감성, 감정 영역의 긍정적 명사들로 가득 차있다.  이러한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왜 여행이 행복을 주는 주요 활동임을 알 수 있다.

여행을 계획하며 떠나기 전까지 온갖 준비를 하고 계획하고 그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느끼는 설렘과 기대감은(사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이런 느낌이 여행 자체 보다 더 즐겁고 행복하다. 옛날 할머니들이 하시던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애도 낳기 전보다 배고 있을 때가 더 좋다”) 여행에서 경험하게 될 온갖 것들에 대한 가치를 높여준다.

어디 그뿐이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현실의 모든 부정적인 상황, 그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잊고 떠나자, 여행지에서는 좋은 것만 생각하고 온전히 누리고 즐기자”라는 ,행복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긍정의 마인드와 태도로 스스로를 무장하고 굳게 다짐한다.

그러니 여행이 지속적인 행복을 만들어 주는 주요 활동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은퇴 후 생활자가 아닌 여행자로서 산다는 것은 평생을 여행 할 때와 같은 기대감, 설렘, 감동으로 산다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여행인 셈이다. 

은퇴 후 여행자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 왜 행복할 수밖에 없는지를 논리적으로 증명해 보겠다. 

“여행은 지속적인 행복을 준다. 나의 은퇴 후 삶은 여행자의 삶이다(계속 여행하며 사는 삶이다) 고로 여행자로서의 삶은 은퇴 후 나에게 지속적인 행복을 줄 것이다 “

어떤가? 이만하면 여행자로서 사는 삶이 은퇴 후 충분히 지속적인 행복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나는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팔자에 역마살이 있어서 그렇다는 점쟁이의 말처럼 이곳 저곳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잠시도 한곳에 있지를 못한다.   직업 특성상 지방 또는 해외로 출장 갈 일이 많았다.

그것이 우연찮게도 나의 캐릭터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내 타고난 복이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월급쟁이와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성격임에도 평생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천직이었던 것 같다. 일하는 내내 즐겁게 놀이처럼 일할 수 있었다.

옛말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똑똑해도 열심히 하는 사람 못 당하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즐기는 사람 못 당한다. “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축복 받은 월급쟁이였다.

나의 출장지들은 대부분 경관이 빼어난 잘 알려진 명소,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들이 많았다. 그것이 나에게는 공식적인 회사 일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행이기도 했다.

일이 아닌 경우 개인적으로 가기에는 시간 비용 때문에 평생 한번 가보기도 어려운 그런 명소를 운 좋게도 여러 번 다녀온 적도 있다. 각각의 여행지 마다 때로는 감동으로, 때로는 눈의 호강으로, 때로는 교훈으로, 때로는 깨달음으로, 때로는 새로운 결심으로(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지만) 나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그 중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히말라야다. 단지 아름다운 경치 때문만이 아니다. 자기성찰의 기회뿐 아니라 많은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선 사람들에게는, 특히 나의 독자들인 막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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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트레킹을 적극 추천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와서 정치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지 않았던가? 나는 광고 촬영 때문에 히말라야를 7번쯤 다녀 왔다. 처음이나 일곱 번째나 느낌과 깨달음의 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항상 거의 같은 것을 느끼고 깨닫는다. 그것이 알고 싶다면 다음 회를 기다리시라. [논객칼럼=신재훈]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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