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관의 모다깃비감성]

[청년칼럼=신명관] SNS에서 한창 논란이 된 사진이 있었다. 여자친구가 차려준 아침상을 두고 네티즌들에게 어떤지 의견을 묻는 거였는데, 게시글을 올린 남자는 평범하다고 말했고, 여자친구는 수라상이라 했다고 한다. 나는 당연히 모든 댓글들이 여자의 편을 들어줄거라고 확신했다. 사진에는 데워진 햇반 두 개와 김치찌개, 떡갈비로 보이는 고기와 같이 튀긴걸로 보이는 마늘, 고등어구이, 계란말이, 김치 등이 놓여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생각보다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아니, 아침인데? 아침이라니까?

요 근래 2주일동안 일 나가는 날을 제외하고서는 부모님께 아침상을 차려주고 있다. 그 동안 어머니께 아침을 얻어먹은 밥값이 두둑이 쌓여있는데, 지갑에 돈은 없으니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야 음식점 관련 아르바이트만 6년을 할 정도로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차려주는 게 어렵지는 않다. 지금도 주방보조로 주 3일을 나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침은 어렵진 않아도 귀찮다. 출근만큼 귀찮다. 혹은 출근보다 귀찮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서 밥과 반찬의 상태가 좋고 나쁘고, 메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차려준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픽사베이

생각을 해보자. 뭘 차려줄지를 생각한다. 맨날 똑같은 것만 먹어서는 질릴 수도 있으니까 메뉴 선정은 필수다. 계란말이를 한다고 치면 계란을 깨고 파와 부재료를 넣고 섞고 팬에 두르고 익히고 겹치는 과정을 해야 한다. 김치찌개를 하려면 김치를 볶다가 고기를 넣고, 고춧가루와 간장, 소금, 물을 넣은 뒤 간을 맞추면서 끓여야 한다. 김치의 신 정도에 따라서 양념은 가감되거나 추가, 삭제될 수도 있다. 모두 신경쓰지 않으면 처음엔 맛있다고 생각해도 나중에는 숟가락이 가지 않을 수 있다. 이 와중에 고등어구이를 하려면 또 팬에 기름을 두르고, 굽고, 기름이 옆으로 튀지 않게 신문지나 기름망을 팬에 올리고, 타지 않게 뒤집고, 불조절하고.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반찬 세 개가 준비된다. 

요리가 거의 일상생활마냥 익숙해진 어머님들이나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아니면, 이 과정들을 동시에 하기가 매우 어렵다. 계란 뒤집다가 고등어 타고, 김치찌개 간 맞추다가 계란말이가 지짐후라이가 되고, 고등어구이에서 나오는 기름들을 수습하다가 김치찌개의 자작한 국물마저 실종된다. 그럼 결국 요리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사람들은 하나씩 차근차근히 해나가는 수밖에 없는데, 그 시간이 과연 적게 걸릴까. 다시 말해 ‘아침밥’을 차려주려는 사람은 무엇보다 출근하는 사람보다 한두시간은 일찍 깨어나야 한단 소리다.

SNS의 남자와 여자 중에서, 누가 먼저 밥상에 대한 평을 내놓은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연인이나 가족, 자식의 하루의 시작이 든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차려지는 아침밥에서 평범하다는 소리를 꺼내는 것마저도 무례한 것 아닐까. 당신들이 출근하고 나면 집에 남은 사람은 쉬지 않는다. 다시 모든 그릇이 싱크대에 들어가고 설거지가 시작된다. 단순히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서 그릇에 문대는 게 아니다. 식탁을 행주로 닦고, 가스렌지 주변에 튄 기름들을 닦고, 주방 휀에 묻은 기름때를 또 닦고, 냉장고에 있던 반찬은 다시 넣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행주를 빨고 나서야 쉬는 시간이 온다. 서툴다면 차리고 치우는 데에만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고작 밥 먹는 시간 단 15분을 위해서. 맛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할 게 아니라, 김에다 밥 찍어먹을 게 아니라면 ‘차려준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자.

엄마는 아침상을 차려주자 한 번도 내게 보여준 적 없던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했다. 평생동안 누군가의 아침을 책임져줘던 사람에게 한번쯤은 조촐하게라도 아침상을 차려줘보자.

당신이 얼마나 맛없게 했던 간에 기뻐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까.

 신명관

 대진문학상 대상 수상

 펜포인트 클럽 작가발굴 프로젝트 세미나 1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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