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C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를 통해 ‘공공의 적’(?)이 된 이가 있다. 바로 출연자 중 한 사람인 가수 적우다. 방송이 전파를 탄지 단 2회 만에 가창력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 상황이다.

‘나가수’는 프로가수 7인이 주어진 미션곡에 따라 준비과정을 거쳐 경연 무대에 오르고 그 결과에 의해 순위가 매겨진 후, 꼴등은 탈락되고 새로운 가수가 영입되는 서바이벌식 경쟁 프로그램이다. 콘셉트 자체가 상당히 파격적인 이유로 지난 3월 첫 방송을 탄 이래 현재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높은 관심만큼이나 그간 여러 잡음(?)이 있어왔던 것도 사실. 초창기 가수 김건모가 형평성 문제로 자진 하차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책임프로듀서인 이영희 PD 또한 프로그램에서 빠졌다. 이후에도 가수 옥주현에 대한 자질 논란이 있었고, JK김동욱은 무대 실수로 자진 사퇴하는 등 끊임없이 위기를 겪어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덕분에 대중의 관심은 더욱 더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나가수는 올해 최고의 이슈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번 적우 논란은 지금까지의 사태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단순히 프로그램의 인기 탓으로 돌리기엔 그 정도가 지나치다. 방송 직후 포털에 뜬 적우 관련 기사에는 적게는 백여개에서 많게는 천개가 넘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데, 그 내용을 보고 있자면 적우라는 가수가 나라를 팔아먹었나 싶을 정도로 참 과격하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녀의 과거를 들먹이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증명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도 갖가지 해석과 추론으로 기정사실화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얼마 전 방송에서 적우는 극도로 힘든 심경을 토로하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 번 생각해보자. 가수가 노래 못하는 거? 그래, 욕먹을 일이다. 그런데 적우 외에도 노래 잘 못하는 가수는 지천에 깔렸다. 이렇게 얘기하면 또 누군가는 노래 못하는 사람이 ‘나가수’에 나온 게 문제다, 프로그램 특성상 실력파만 나와야 한다고 핏대를 세운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이것 역시 참으로 억지스럽다. ‘나가수’는 콘서트 무대가 아닌, 경연장이다. 더욱이 평가단도 몇몇의 전문가가 아닌 500명의 일반인이다. 실력이 안 되면 굳이 이말 저말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떨어지게 돼 있다. 적우 이전에 그렇게 욕먹던 옥주현도 압력이 아닌 경연 결과에 따라 프로그램에서 하차하지 않았던가!

한 마디로 이번 적우 논란은 ‘내가 듣기 싫고 보기 싫으니 무조건 프로그램에서 빠져야 한다’는 억지논리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자, 만드는 제작자, 공연장에서 순위를 매기는 평가단에 대한 일종의 ‘땡깡’에 가깝다. 개인적인 호불호 정도야 충분히 밝힐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한 강요는 다수에 의한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나가수’에 출연하기 전 적우는 유명하진 않지만 실력파 가수로서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몇 년간 고생하며 언더(underground)에서 쌓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국민적 비아냥거림과 비난을 고스란히 감수해야만 한다. 물론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이같은 논란이 그녀의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약(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여자가수가 감당하기에 그 약은 써도 써도 너무나 쓰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