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단상=권혁찬]

[논객단상=권혁찬]

‘미국놈 믿지마라~ 일본놈 일어선다~ 소련놈에 속지말고~ 되(중국)놈 되나온다~.’

요즘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각축을 보면서 곱씹어 보게 되는 경구입니다. 

아베 정부에 대한 국민정서는 ‘일본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왜놈~’ ‘쪽바리~’까지 갔습니다. SNS 의병들은 아베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를 기화로 '기해왜란'에 맞섰습니다. '죽창을 들고 일제치하로 달려가' 독립운동까지 불러다 앉혀 놓았습니다.

"독립운동은 못해도 불매운동은 한다" "일본 안가요! 안사요! 안팔아요!"

일본 여행 안가고, 일본 상품 안사는 불매전투에 목하 애국시민들이 동참 중입니다. 한 일본기업은 매출하락으로 서울 중심가 점포를 접기로 했다는 소식이고, ‘아베가 문대통령 얼굴을 주먹으로...’ 운운하는 친일 유튜브 영상을 직원들에게 시청케 했던 한국콜마 회장은 불매역풍을 맞고 대국민 사과를 하며 경영에서 물러났습니다. 일본 맥주 판매, 여행객은 급감중 입니다.

이쯤되면 아베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의 감정선을 건드려도, 단단히 건드렸습니다.

Ⓒ픽사베이

*왜! 일어서나?

왜놈, 쪽바리는 일본사람을 얕잡아 보는 비하적 표현입니다. 조센징이 한국사람을 비하하는 일본식 표현이듯.  13~16세기 우리나라 연안에서 약탈을 일삼던 일본 해적을 왜구(倭寇)라 불렀는데, 체격이 왜소해(135cm 내외) '왜'라 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쪽발(쪽바리)은 갈라진 발(가락), 즉 일본인이 전통적으로 ‘게다’라는 나막신에 엄지발가락과 나머지 발가락을 가르는 버선을 신기 때문에 외양이 짐승의 갈라진 발굽(쪽발)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비하별칭’입니다.

그러나 왜소했지만 호시탐탐 반도를 유린했고, 조선을 병탄하며 태평양전쟁까지 일으켰습니다. 만주를 정벌하고 미국마저 굴복시키겠다며 진주만을 공습한 나라입니다.  평화헌법 개정의 꿈을 놓지 않는 아베 정권을 보면 언제 또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일어설지 모릅니다. 대한(對漢) 수출규제가 경제침략으로 해석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미! 믿을만한가?

엊그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한미연합 군사훈련 직후 협상을 재개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그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사과하며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면 미사일 발사도 멈추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는 트윗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머지않은 미래에 김정은을 보기 원한다. 핵 없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한술 더 떠 김 위원장의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전달하면서 한미연합훈련과 관련,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ridiculous and expensive)고도 했습니다.

이쯤되면 미국은 누구 편인지, 동맹이 맞는지 의심스럽기 까지 합니다.

북을 달래면서 한편으론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우방의 지도자답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일갈등에 ‘강건너 불구경’해온 게 미국입니다. 중재노력은 커녕, 불개입 의사로 일관하며 “방위비 분담금 늘려라” “한반도 중거리 미사일 배치하자”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해라”  청구서만 들이밀고 있습니다. 피아구분 못한 채 동맹은 안중에 없는 모습입니다.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는 대목에선 대한민국이 이제 완전히 ‘미국의 호구’가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치욕적입니다.

작금의 한일사태는 미지근하게 봉합된 한일청구권 협정에 그 뿌리가 있고, 그 협정의 배후에 미국이 있습니다. 그러저런 연유로 식자들이 일찍이 ‘미국 믿지 말라’고 했던 게 아닌가...

이즈음 한반도 상황은 구한말 데자뷔를 연상케 할만큼 어지럽습니다. 지난 23일 동해 독도인근 상공에선 한국과 중국·러시아·일본의 군용기 수십여대가 뒤엉켰습니다. 중·러의 전략폭격기들이 제집처럼 우리 영공을 드나들었습니다. 한국을 얕보고 저지른 무뢰배적 군사행동입니다. 와중에 북한은 "겁먹은 개"라며 비아냥대고 있습니다.

정신줄 놓다가 동네북되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 

“미국놈...일본놈...소련놈...되놈...”  해방후 경구가 새삼 절절히 다가오는,하수상한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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