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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세력은 누구인가?[이영환의 코리아 프리미엄 프로젝트]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9.08.16 10:28

[논객칼럼=이영환] 건강을 유지하려면 면역력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면역력이 약화되면 각종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면역 관련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 몸에서는 매일 대략 5,000개 정도의 암세포가 생겨나지만 면역세포들에 의해 사멸되기 때문에 암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약 60조개의 세포들이 일사분란하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강력한 면역력에 의해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것도 한 시도 쉬지 않고 말이다. 중앙통제센터가 없는 가운데 면역체계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필자가 뜬금없이 면역력에 관한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것은 개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나라 전체가 흥분한 상태에서는 더더욱 ‘한국사회의 면역력’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태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 인사들의 언행은 한국사회의 면역력을 심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어서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스트레스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되어 있다.

Ⓒ픽사베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에서 침투한 적이나 정상세포가 유전자 변형을 일으켜 무한 증식하게 된 암세포와 같은 내부의 적을 상대로 백병전을 벌이는 면역세포는 백혈구이다. 필자는 몇 년 전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생각에 면역에 관한 책을 몇 권 읽고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검색한 적이 있다. 그때 높은 수준의 면역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의 백혈구가 있어야 하며, 나아가 백혈구를 구성하는 양대 요소인 과립구과 림프구가 적정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립구는 세균 박멸과 염증 해소를 담당하며, 림프구는 바이러스나 암세포와 싸운다. 물론 이는 매우 초보적인 지식에 불과하므로 이것만 가지고 면역력의 유일한 지표로 삼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면역력에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는 알아둘 필요는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차원에서 백혈구,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과립구와 림프구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무엇을 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의미를 가지려면 우선 사회 면역력이라는 개념이 성립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사회가 병들었다는 말을 한다. 외모지상주의나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사회 전반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와 거짓말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는 사회 면역력이 약화된 결과로 발생하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 개념이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무슨 요인들이 사회 면역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사회 면역력의 측면에서 백혈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요소로 공동선(common good)을 들고 싶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신념, 번영의 공유에 대한 확신, 정의와 공평에 대한 믿음과 같은 요소들이 공동선을 구성한다. 따라서 이러한 공동선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우리 몸에 적절한 수의 백혈구가 활동하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런 가치를 바탕으로 하면서 사물에 대한 진정한 지식, 즉 참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과립구, 멸사봉공(滅私奉公)의 도덕적 가치로 무장한 사람들은 림프구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유이니 여기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단지 필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덕목들이 사회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긴요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사회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행위가 무엇인지 기준이 섰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다. 스트레스가 어떤 경로를 거쳐 최종적으로 면역력을 약화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잘 확립된 이론이 있다. 이제 이런 논의를 사회 면역력으로 확대해보자는 것이 필자가 의도하는 바이다. 즉,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개인의 차원에서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언행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하겠지만, 이것이 더 시급하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사회 면역력을 약화시켜온 말과 행동이 지금도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치인들과 이들을 추종하는 일단의 세력들이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명예욕과 권력욕이 강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반면 영적 가치를 추구하거나 순수한 호기심에서 참지식을 궁구하려는 사람들은 절대로 정치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들 가운데 누군가 정치에 나선다면 이는 그동안 자신의 진짜 모습을 교묘하게 위장해왔던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예컨대 흔히 폴리페서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정치 마당에서 활동하다보면 자신이 진정 공익에 봉사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는 데 있다. 이들은 걸핏하면 국가와 민족을 거론하면서 대의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대단한 착각이다.

한국의 경우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이런 인식 오류에 빠져 있다. 즉, 사익을 추구하면서도 자기 최면에 걸려 공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소위 진보나 보수를 막론하고 이런 성향이 보편화되어 있는데,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이 이 점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진보적인 정치인들이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형식적인 차원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다수의 복리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초심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이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착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우는 것은 도덕적 가치를 체득하는 것과 정반대이다. 필자는 이들이 장자(莊子)가 『장자』의 <인간세편>에서 공자의 말을 빌려 제시한 정치의 덕목인 심재(心齋), 즉 마음 굶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인 것이다.

필자는 최근 일본 아베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경제보복에 대한 한국사회의 대응을 보면서 불현 듯 한국사회의 면역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냉철한 이성에 입각해 사실 관계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이는 만고불변의 원칙이다. 비록 시간이 걸리고 많은 에너지가 소진되더라도 이것이 정공법이다. 이런 맥락에서 과거 광우병 사태 때 우리가 이성적으로 현명하게 대응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자성의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참지식과 멸사봉공의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대중이 이들을 신뢰하는 가운데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방안이 제시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각자 한국사회의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언행을 두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식공유광장(www.iksa.kr) 운영

 <시장경제의 통합적 이해> 외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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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ylee11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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