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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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혜신은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충조평판?
무슨 사자성어인가?
생경하게 들리는 이 조어는 무엇일까.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충조평판은 고통에 빠진 사람의 상황에서 고통은 제거하고 상황만 인식할 때 나오는 말이다. 고통 속 상황에서 고통을 제거하면 그 상황에 대한 팩트는 대부분이 유실된다.”

- 정혜신, <당신이 옳다>

우리가 고통에 빠진 누군가에게 하는 말의 대부분은 '충조평판'의 범주에 속할 때가 많다. 의도가 어떠했든 말이다.

(사실,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어”라는 말만큼 책임을 회피하고 본인의 부주의를 성찰하지 않는 이기적인 표현도 없다.)

충조평판의 폐해는 아래와 같다.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안다고 확신하여 기어이 던지는 말은 비수일 뿐이다.”

- 정혜신, <당신이 옳다>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은 강박에 몇 마디 던진 후과가 이토록 참혹하다. 상대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내뱉는 '충조평판'은 비수가 될 뿐이다.

무언가 해줘야 한다는 조바심을 내려놓고 지금 그의 마음이 어떤지 물어봐야 한다.”

- 정혜신, <당신이 옳다>

그렇다. 상대의 ‘마음’에 더 집중해야 한다.

알량한 ‘충조평판’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무슨 조언이나 격려를 해줘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을 내려놓고 말이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 중에 충조평판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돌이켜보자.

그 충조평판이 상대에게 어떻게 다가갔을지, 또 누군가의 충조평판이 내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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